'패싱론' 불식시킨 중국, 다음 행보는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시진핑-김정은의 역사적인 정상회담

지난 3월 25~28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중국을 비공식 방문했다. 중국의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시진핑 총서기의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정상회담 내용에 관련한 보도를 살펴보면 양국의 지도자는 솔직하고 우호적인 대화를 나눴으며, 양측은 중국과 북한의 전통적 우의를 높이 평가하며 이를 계승하고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고, 그 외에 한반도 비핵화 목표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의 유지에 관련한 제반의 사항을 논의했다 전해진다. 근래 서로에 대한 날선 비판과 냉각되었던 관계를 생각해보면 상당히 놀라운 일이다.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과 북이 서로 소통했고 4월 남북 정상회담,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시기에 중국과 북한이 만났기에 그 내용은 물론 배경과 의미에 대한 국제사회 관심이 뜨거운 상황이다.

실제로 시진핑 총서기가 김정은 위원장에 선물한 도자기, 고급술, 그 부인인 펑리위안이 리설주에게 선물했다는 보석과 장식품, 비단의 총 금액이 4억 원에 달한다고 전해진다. 이를 두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것이 아니냐는 보도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다시 전면에 등장한 중국과 북한의 전통적 우의


중국의 매체에 따르면 3월 28일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김정은 위원장의 방문을 환영하고 나아가 중국과 북한의 전통적 우의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중북 양국 공동의 이익에 부합하며, 또한 양국의 전략적 선택이라 밝혔다고 한다.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 정세 급변을 언급하며 이를 중국에 직접 와서 전하려했다 발언했는데, 매체는 이러한 발언이 중국과 북한의 전통적 우호 관계가 다시 복원됐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실 중국과 북한이 양국의 전통적 우호 관계를 전면에 언급하는 것은 상당히 오랜만이다. 지난 몇 년 북한이 미사일 도발과 핵실험 등으로 도발을 이어가자 한국, 미국, 일본 등을 포함하는 국제사회 반발과 강력한 대북한 제재가 이어졌고, 그들은 북한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중국에 동참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또한 그간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실험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은 중국 때문이라는 지적과 압박이 이어지며 중국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 지난 3월 26일 중국 수도 베이징에 위치한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외부의 압박과 더불어 중국 내에도 북한은 더 이상 중국의 전략적 자산이 아니라 부담일 뿐이라며 중국이 북한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등장했다. 중국이 국제사회 리더로 거듭나기 위해서 분투하는 와중에 북한이 도발을 이어가고 중국이 제재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자 애꿎은 비난의 화살이 중국으로 향했다는 항변이다. 이에 중국에는 그들과 북한은 더 이상 특수한 관계가 아니며 그저 보통 국가 간의 일반적인 관계일 뿐이라는 발언이 줄을 이었다.

김정은 방중과 전통적 우의 강조, 중국 패싱론 불식

그러나 이번의 만남에 시진핑 총서기와 김정은 위원장은 중국과 북한의 전통적인 우호를 과시하며 그들의 관계가 보다 특별함을 강조했다. 중국 관영 매체는 일부 불순한 세력이 중국과 북한의 관계를 제멋대로 왜곡‧추측할뿐만 아니라 심지어 이간질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중국과 북한은 이번 정상 회담을 통해 잘못된 소문을 없애고, 양국의 전통적 우의가 견고하여 한순간의 변화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국제사회에 증명했다고 주장했다.

사실 평창올림픽 이후로 한국, 북한, 심지어 미국까지 분주하게 움직이며 한반도 정세가 급변할 징조를 보이자, 중국은 한반도 지역에 가지는 자신의 영향력 그리고 그간의 공로를 강조하며 초조한 모습을 드러냈다.

외교부 인사는 지금의 긍정적 변화가 중국의 '쌍중단' 내지는 '쌍궤병행' 제안과 일치하는 것이라며 '중국 무용론'을 애써 부정했고, 학계와 언론은 중국의 영향력과 한반도 지정학을 본다면 '중국 패싱론'은 어불성설이라며 논란을 잠재우려 노력했다.

그러던 와중에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은 국면 전환에 큰 기회였고, 그가 회담의 과정에 '나의 첫 외국 방문이 중국이 된 것은 너무도 마땅하며, 조중 친선은 나의 의무'라며 중국의 체면을 세워준 것은 큰 선물이었다.

북한과 전통적 우호를 강조해 자신의 역할과 지분을 증명한 중국은 그간의 무용론, 패싱론 불식에 더해서 남북 및 북미 회담의 이후 전개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관련한 대화에도 '남, 북, 미'에 '중'을 더해 4자 구도를 형성하는 데 더욱 가까워졌다.

남북이 함께 움직일 때 비로소

지난 몇 년간 한반도 정세는 평탄치 않았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의 도발을 멈추지 않았고, 한국은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한 채로 미국, 일본, 국제사회 등과 힘을 합쳐 대북한 제재에 노력했다.

그러나 북한이 이에 불복해 다시 도발을 일삼는 악순환이 계속됐고,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로 미중이 함께 얽히며 한반도 긴장은 갈수록 고조되는 형세였다. 그리고 이는 불안한 국제 정세와 침체된 세계 경제에 더해 한국 경제와 사회와 무거운 짐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한국과 북한이 서로 소통하고 미국, 중국 등의 관련한 당사국과 한반도 비핵화나 평화체제를 주제로 관련한 논의를 시작하려는 것만으로도 큰 진전이며 유의미하다. 북한이나 미국, 중국이 각자 가지고 있는 목적이나 의도가 의심된다 하더라도 소통과 대화의 시작조차 않는다면 긴장이 계속되고 우리가 원하는 결말은 영원히 다가오지 않을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남북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형세를 방관하던 혹은 이를 이용하던 이들까지 움직이며 함께하기 시작했다.

2017년 5월 10일 새로이 취임한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의 운전자론을 피력했을 때에 많은 이들이 회의적이었다. 당시는 관련국이 강하게 부딪히며 한반도 신냉전 주장이 널리 회자될 정도로 팽팽한 대치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당사국 모두가 남북을 통하여 관련한 자신의 지분을 지키고자 문을 두드리는 형국이다. 제재와 동시에 대화의 필요를 강조하며 부단히 도전했던 현 정부의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과를 얻었다 말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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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중국문제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면서 2013년 3월 설립된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처하고, 바람직한 한중관계와 양국의 공동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하에 한중법률, 한중역사문화, 한중정치외교, 한중통상산업 분야의 전문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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