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가을엔 결실을 갖고 '가을이 왔다' 공연하자"

남한 예술단 평양 공연, "동평대극장에서 만남, 잊지 말아요"

'남북 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공연'의 남한 단독 공연이 성황리에 개최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영부인인 리설주, 동생인 김여정 등과 함께 공연을 관람했다.

1일 남측 예술단은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단독으로 공연을 가졌다. 원래 이날 공연은 오후 5시(이하 평양 시각)에 시작하기로 예정돼 있었지만, 2시간 뒤인 오후 7시로 미뤄졌고 이어 다시 오후 6시로 당겨지는 등 다소 혼선을 겪었다.

그러던 중 오후 6시 10분경 김 위원장과 리설주,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북한 정권의 주요 지도부들이 공연장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공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김 위원장은 관람 중에 박수를 치면서 적극적인 호응을 보였다. 또 공연 이후에는 출연진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격려했고 기념 촬영도 했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공연 이후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잘 말해서 이번에 '봄이 온다'고 했으니까 이 여세를 몰아 가을엔 결실을 가지고 서울에서 '가을이 왔다'고 하자"며 "이런 자리가 얼마나 좋은지 문 대통령에게 전해달라"고 말했다고 알려졌다.

또 그는 한 출연진에게 "내가 레드벨벳 보러 올지 관심들이 많았는데"라며 출연진에 대한 관심을 표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평양 시민들에게 이런 선물(을 해줘서) 고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정부 고위 관계자에게 "원래 3일에 (남북 합동) 공연을 보려고 했다. 그런데 다른 일정이 생겨 오늘 공연에 왔다"며 "북남이 함께하는 합동공연이 의의가 있을 수 있으나 순수한 남측 공연만 보는 것도 의미 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합동공연 보셨는데 단독공연이라도 보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말했다고 알려졌다.

▲ 공연을 관람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이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평양공연공동취재단

"동평대극장에서의 만남, 잊지 말아요"

이날 공연은 가수 정인과 재즈 피아니스트 김광민의 노래와 연주로 시작됐다. 이어 알리와 정인의 합동 무대가 이어지면서 본격적인 공연의 막이 올랐다.

공연의 사회를 맡은 서현은 "서울에서 삼지연 관현악단과 노래를 불렀다. 악단 분들과 이야기를 하지 못해서 아쉬웠다"며 "그런데 이렇게 빨리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몰랐다. 봄에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남과 북, 북과 남의 관계에도 희망이라는 꽃이 피어나고 있다"며 "북측 예술단에게 남측 시민들이 받은 감동에 대한 선물이라고 (이번 공연을) 생각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가수 백지영이 <총 맞은 것처럼>을 열창했다. 그는 "총 맞은 것처럼을 여기 계신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신다는 소리를 듣고 너무 기뻤다"며 "다음으로는 제가 콘서트 할 때마다 늘 마지막으로 들려드리는 곡 <잊지말아요>다. 오늘을 잊지 말고, 더 활발한 남북교류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 동평양대극장에서의 만남을 우리 잊지 말아요"라고 말했다.

백지영에 이어 강산에의 <라구요>, 윤도현 밴드의 <나는 나비>, <1178> 등이 연주됐다. 윤도현 밴드의 <1178>은 한반도 최남단에서 최북단까지의 거리(1178km)를 뜻하며 2006년 영화 <한반도>에 수록된 곡이다.

윤도현 밴드 다음으로는 이번 예술단 중 막내인 레드벨벳의 무대가 펼쳐졌다. 레드벨벳은 <빨간 맛>과 <배드보이>(Bad boy)를 선보였다. 북한 관객들은 2003년 신화와 베이비복스의 공연보다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무대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레드벨벳 예리는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게 박수쳐주시고 따라 불러주시기도 했다"면서 "그래서 긴장이 많이 풀렸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이린 역시 "숨이 차 하니까 관객들이 웃으며 박수를 쳐주셨다"며 관객들의 호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웬디는 "반응이 없어도 우리 노래를 보여드리라고 하는 거니까,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는데 관객들이 호응을 많이 해줬다"고 전했다.

이어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애창곡이라고 알려졌던 <사랑의 미로>의 최진희가 무대에 올랐다. 최진희는 지난 1999년 평양 봉화예술극장에서 열린 '평화친선음악회', 2002년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MBC 평양 특별공연'에 출연하는 등 이미 평양에서 공연을 두 차례 한 바 있어 북한 내에서 지명도가 높은 가수다.

최진희의 무대에 이어 이선희는 지난 2월 삼지연 관현악단이 남한에 공연할 때 연주하기도 했던 <제이에게>를 선보였다. 지난 2005년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단독 콘서트를 한 적이 있던 조용필은 <그 겨울의 찻집>, <꿈>, <단발머리>, <여행을 떠나요> 등 히트곡들을 열창했다.

이날 사회를 본 서현은 북한 가수 김광숙의 <푸른 버드나무>를 불렀다. 북한 최고의 가수로 알려져 있는 김광숙의 대표곡이 나오자 첫 소절부터 관객들의 박수 소리가 터졌다.

서현은 "추운 겨울을 견뎌야 봄이 찾아오듯이 겨울을 이겨냈기 때문에 따뜻한 봄을 느낄 수 있지 않나 싶다"며 "공연을 준비하면서 배려와 지원을 해주신 북측 관계자와 평양 시민, 동포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건넸다.

마지막으로 전 출연진은 조용필의 <친구여>를 전 합창했다. 이후 <다시 만납시다>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함께 부르며 평양에서의 첫 번째 공연을 마무리했다. "통일을 이루자"는 노랫말이 끝난 뒤 출연진은 모두 두 팔을 머리 위로 들고 양쪽으로 흔들며 감동을 나눴다. 레드벨벳 멤버의 슬기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예술단은 오는 3일 오후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북한 예술단과 협연 공연을 가진 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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