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강경 일변도인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과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와 비난에도 핵무기 완성을 위해 미사일 실험을 계속하는 북한이 팽팽한 긴장을 보였다. 그런데 언제 전쟁이 발발해도 이상할 것이 없을 것 같은 한반도가 2018년 봄과 함께 해빙기를 맞이했다. 계기는 평창 동계올림픽이었다.
12년 만에 대한민국 대통령의 대북특사 방북 자리에서 북한은 비핵화 의지와 핵과 관련된 전략적 도발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또 예년과 같은 수준의 한미 군사 훈련에 대해 이해한다면서 4월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는데 합의했다. 이는 한반도 평화 구현의 걸림돌을 치운 것과 같다.
더 나아가 대북특사단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면담 이후 나온 5월 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 정상회담, 이를 위한 북미 실무진의 접촉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큰 전기를 마련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1년 12월 취임 이래 그 어떤 나라와도 정상 회담을 가진 적이 없다. 이에 취임 후 만 6년 만에 이뤄지는 첫 정상회담 대상이 대한민국 대통령인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여기에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 위원회가 철도를 타고 방북한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위원회는 러시아 극동지역 도시인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산-나진' 구간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 방북은 문재인 대통령의 '9개의 다리(9-bridge) 전략' 중 철도부분의 한‧러 철도망 연결 프로젝트의 일환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북방 정책의 시작은 냉전 종식 후인 1990년 대 초이며, 그 계기는 1990년 소련과의 국교 수립이었다. 역대 정부는 다양한 방법으로 북방 정책을 추진하였으나, 많은 사업들은 검토 단계에서 실행되지 못하거나 국제정세와 북핵 문제 등의 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국가 간의 교역에 있어서도 러시아와 우리나라의 무역 규모는 전체 교역 규모의 1.7%에 그치고 있다.
그런데 남북관계가 해빙기를 맞은 이 시점에 북방경제위원회가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이용하여 방북을 하게 된다면 남북 또는 남북러 경제협력에 가지는 상징적 의미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철도 연결은 새로운 물류의 이동경로를 열어 대륙경제, 육상물류네트워크와 연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류 길이 열리면 자연스럽게 사람이 왕래할 수 있게 되고, 대한민국의 경제 활동 범위가 유라시아 대륙까지 연결된다. 또한 가스관, 송유관 등의 에너지 협력도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신동방정책의 일환으로 러시아 극동지역의 천연가스를 북한을 통과하는 PNG(Pipeline Natural Gas) 파이프라인을 통해 대한민국에 공급하기를 바라왔고, 2011년 북러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위원장은 남북러 가스관 연결에 합의했었다. 러시아의 PNG 파이프라인이 북한을 통과한다는 것은 북한 내에 러시아가 지켜야할 자산이 존재한다는 것이며, 이로서 한반도 평화에 러시아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은 값비싼 LNG(Liquefied Natural Gas) 대신 안정적으로 PNG를 공급받을 수 있으며, 북한은 파이프라인 통과를 대가로 일정량의 PNG를 공급받거나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동북아 에너지 협력에 북한을 참여시킴으로써 북핵문제로 답보상태에 있는 동북아시아의 에너지 협력이 활성화될 수 있다.
남과 북은 4월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 등 가시적이고 실질적인 접촉을 해나갈 것이다. 또 미국과 북한 역시 정상회담 준비를 시작할 것이다. 물론 이를 둘러싼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역대 정권들의 북미 대화 진행과정이 순탄치 않았기 때문이다. 또 유엔의 대북 제재가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는 점도 어려운 요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지금이 한반도에 평화 체제를 구축하고, 동북아시아의 공존과 번영에 기여하며, 북방경제협력을 활성화하여 대륙을 향한 철의 실크로드 시대를 열 수 있는 기회인 것 또한 사실이다. 이 기회를 잘 살려 한반도가 유라시아 대륙 열차의 출발점이자 에너지가 흐르는 평화의 공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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