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소환된 MB "다스·도곡동은 나와 무관"

檢 "기존 입장 변화 없어" 조사 새벽까지 이어질 듯…MB 점심은 설렁탕

검찰 소환 조사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MB)이 조사 과정에서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와 도곡동 땅 등 차명 재산 의혹에 대해 "나와는 무관하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14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오전에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 1부장이 먼저 조사를 진행했다"며 "다스 등 차명재산 실소유 관련 의혹을 위주로 조사했고, (MB는) 다스와 도곡동 땅 등 차명재산 의혹은 본인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MB는 다스가 자신의 소유가 아님은 물론 다스의 경영 등에도 개입한 바 없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전면 부인인지 아닌지 하는 식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의혹에 대해 '본인의 재산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며 이 전 대통령의 기존 입장과 이날 진술 사이에 "드라마틱한(극적인) 변화가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MB는 오전 조사에서 묵비권(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검사의 질문에 대해 충실히 자신의 입장을 밝혔고, 검찰 조사에 변호인단도 크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조사 속도는 검찰이 기존에 예상한 바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조사가 새벽 1시경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었다.

▲14일 오전 검찰에 출두한 이명박 전 대통령. ⓒ프레시안(최형락)

MB 혐의는?

현재 MB가 받고 있는 혐의는 크게 두 갈래다. 이날 오전 조사가 이뤄진 다스 등 차명재산 의혹과, 오후 들어 조사가 진행될 있는 것으로 예상되는 MB 본인과 측근들의 110억 원대 뇌물수수 의혹이다. 다만 차명재산 부분에 대한 조사가 오전 중에 마무리되지 않아, 오후 조사 재개 후에도 한동안 이 부분에 대해 더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검찰은 차명재산 의혹과 관련, 김성우 전 다스 사장의 자수서와 관련자 등을 통해 'MB가 1987년 다스의 전신 대부기공 설립 당시 자금 일부를 마련했고 경영에도 주도적으로 관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MB의 형 이상은 회장의 아들 이동형 부사장,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 등도 MB가 다스 지분을 차명 보유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뇌물 부분에 대해 검찰은 앞서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과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을 조사했고, 이 부회장으로부터 '김 전 기획관을 만나 다스 변호사비(60억 원) 대납 논의를 했다'는 취지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국가정보원 예산을 청와대에 '상납' 했다는 부분에 대해 검찰은 김 전 기획관과 김진모 전 민정2비서관 등이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쓴 일이 MB의 지시에 의해 이뤄진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김백준·김진모 전 비서관 외에도 박재완·김희중·장다사로 등 MB정부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이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특활비 규모는 총 17억50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 외에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2007년 10월 MB의 형 이상득 전 의원에게 선거자금 용도로 8억 원을 건네는 등 4년간 총 22억5000만 원의 불법 자금을 MB 측근 인사들에게 전달했다는 의혹도 있다. 또 김소남 전 의원의 4억 원대 공천헌금 의혹, 대보그룹 불법자금 의혹 등도 있어, 검찰이 MB와 관련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는 뇌물 액수는 총 110억 원대에 이른다.

차명재산·뇌물 외에도 국정원 자금이 18·19대 총선 전 여론조사에 쓰인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다스의 BBK 투자금 반환 소송에 LA총영사관 등 국가기관을 개입하게 한 혐의(형법상 직권남용), 다스 빌딩 지하에서 MB정부 청와대 문건을 불법 보관해온 혐의(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다스의 비자금 조성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도 이날 조사에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이 모든 혐의들 가운데 차명재산 부분을 먼저 조사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다스 실소유주 문제를 범행동기나 전제 사실로 확정짓고 나가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라며 "보고서나 장부 등 다수 확보한 객관적 자료를 일부 제시하는 방식으로 (신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삼성전자가 다스 소송 비용을 대납한 것이 MB에 대한 뇌물이 되려면, 다스가 MB의 소유라는 것이 먼저 전제로서 밝혀져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팀 전체를 지휘하는 것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한동훈 중앙지검 3차장이며, '차명 재산' 부분에 대한 오전 조사는 신봉수 첨수1부장이 진행했다. 뇌물 부분에 대한 조사는 송경호 특수2부장이 진행한다. 신문조서 작성은 이복현 특수2부 부부장이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MB측 변호인단은 MB정부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강훈 변호사와 피영현·박명환·김병철 변호사 등으로, 이들이 조사에 입회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호칭은 '대통령님', 점심식사는 설렁탕으로

조사 과정에서 신문을 진행하는 검사들은 MB를 '(전) 대통령님'이라는 호칭으로 부르고 있다고 한다. 검찰은 이것이 특별한 예우는 아니며, 기업체 임원이나 정당 대표들을 조사할 때도 '피의자' 호칭을 하지 않고 직함으로 불러 주는 관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검찰 조사 때도 검사들은 그를 '대통령께서'라는 식으로 불렀다. 다만 호칭을 뭐라 하든, 신문조사에는 '피의자'로 기록된다.

MB는 검찰에 도착한 직후 청사 10층 특수1부장실에서 한동훈 3차장과 10여분 동안 면담을 하며 녹차를 한 잔 대접받았고, 조사 취지와 조사 진행 방식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MB는 한 차장 등에게 "편견 없이 조사해 줬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고, '정치 보복'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거나 조사와 관련된 특별한 요청을 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차장 등 검찰 측에서는 MB에게 "법에 따라 공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9시 50분께부터 바로 피의자 신문이 시작됐고 오후 1시 5분경 끝난 오전 조사는 중단 없이 진행됐다. 점심식사 이후 이어진 오후 조사는 2시께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점심은 인근 식당에서 배달시킨 설렁탕을 조사실 옆 휴게실에서 먹었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검찰은 조사 과정을 폐쇄회로(CC)TV를 통해 영상으로 촬영해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검찰은 조사 상황과 피의자의 피로도 등을 고려해 조사실 옆에 휴게실을 준비해뒀고, MB가 요청할 때 때때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점심과 저녁 식사도 이 휴게실에서 이뤄진다. 검찰은 이 외에도 청와대 경호처와 협의해 응급차와 의료 전문 인력을 청사 내에 대기시켜 갑작스런 건강 문제 등에 대비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MB가 피로를 호소하거나 휴식을 취했는지 묻는 질문에 "필요하면 할 예정이지만 오전에는 (요청이) 없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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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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