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등 4개 증권사, 금감원에 거짓 보고했었나?

금감원, 25년 전 이건희 차명계좌 잔액 확인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이건희 삼성 회장의 차명계좌를 관리하던 4개 증권사가그간 금융감독원에 거짓 보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이 5일 이 회장에게 과징금 30억9000만 원을 물릴 수 있다고 발표한 가운데 드러난 사실이다.

"이건희 차명계좌 자료 폐기"? 증권사의 거짓 보고


법제처는 금융실명제 시행일인 1993년 8월 12일 이전에 개설된 이 회장의 차명계좌가 과징금 부과 대상이라는 취지로 유권해석을 했다. 과징금 규모는 차명자산의 절반이다.

하지만 이 회장의 차명계좌를 관리하던 증권사들은 1993년 당시 자료가 폐기됐다고 금융감독원에 보고했다. 이를 기초로, 상당수 언론이 금융실명제 시행 이전의 차명계좌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25년 전 자료를 확인할 길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증권사 계좌원장, 코스콤 DB 조사하면 확인 가능

그러나 '자료 폐기'는 결과적으로 사실이 아니다. 증권사의 계좌원장은 코스콤(옛 한국증권전산)의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게 돼 있다. 따라서 주식·채권 등의 유가증권을 관리하는 한국예탁결제원 및 코스콤을 조사하면, 이 회장의 차명계좌 관련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증권사 실무자들은 알고 있는 사실이다. 따라서 1993년 당시 차명계좌 관련 자료를 찾을 수 없다는 해명은 신뢰하기 어려웠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문제를 거론했다. 박 의원실 보좌관이 1993년 당시 삼성증권에서 일했었기에, 가능한 지적이었다. 박 의원은 지난달 "1996년 이전의 모든 증권계좌원장은 코스콤(KOSCOM)에도 있다"면서 "4개 증권사에 대한 검사는 물론이고 코스콤이나 한국예탁결제원에 대한 실태 조사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실명제 실시 당시 이건희 자산 자료, 별도 DB에 보관

결국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한국예탁결제원 및 코스콤에 1992∼1993년 상장주식 주주명부를 요청했다.

그리고 금융감독원은 금융실명제 시행일인 1993년 8월 12일 당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에 찍힌 계좌잔액을 찾아냈다. 차명계좌 27개의 실명제 시행일 당시 자산금액은 총 61억8000만 원으로 잠정 확인됐다. 이로써 당국은 해당 자산의 50%인 30억9000만 원의 과징금을 물릴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이 회장의 차명계좌가 개설된 증권사 4곳이 1993년 당시 이 회장의 자산총액 자료를 별도 데이터베이스에 보관한 사실도 확인됐다. 관련 자료가 폐기됐다는 보고는 거짓이었다.

이건희 차명계좌 1229개 가운데 27개에만 과징금 부과

다만 삼성증권의 1993년 8월 12일 이후 거래내역 자료 가운데 일부는 아직 찾지 못했다. 따라서 금융감독원은 앞으로 일주일 동안 삼성증권을 추가 조사할 방침이다. 이런 조사가 끝나면, 이 회장에게 부과될 과징금 규모가 구체적으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드러난 이 회장의 차명계좌는 모두 1229개다. 이 가운데 과징금 부과 대상은 1993년 금융실명제 시행 이전에 만들어진 27개 계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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