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올림픽' 폐회식, 남북 '따로 또 같이'

이방카 "아이들이 엑소 팬", 엑소 "공연 초대하고 싶다"

평창 동계 올림픽의 주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평화'와 '화합'이었다.

남북 공동 입장, 단일팀 등으로 화제를 모은 평창올림픽이 17일간 이어진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25일 강원도 평창군 평창올림픽프라자 내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폐회식에서는 개회식에 이어 남북 평화와 화합의 상징인 한반도기가 등장했다.

이날 남북 선수단은 지난 9일 개회식에서처럼 '공동 입장'하지는 않았다. 체육계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 측에서 아이스하키 단일팀 선수 등에 지급한 경기용 장비를 유엔 제재 등의 이유로 북측에 반납을 요구하면서 남북 선수단 사이에 관계가 서먹해졌고, 결국 폐회식에서 따로 입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한 선수들은 92개 참가국 가운데 가장 마지막 순서로 등장했다. 북측 선수단이 먼저 등장했고 남측이 뒤를 이었다. 남북은 단복을 따로 입었고 기수도 각자 세웠다. 남측은 이승훈, 북측은 김주식 선수가 각각 태극기와 인공기를 들고 입장했다.

단복도, 기수도 달랐지만 북한 선수들의 손에는 한반도기가 들려있었다. 기수단 내 포함된 한반도기는 대회 자원봉사자가 들었다. 경기장 안으로 들어온 남북한 선수들은 불편한 기색 없이 밝은 표정으로 함께 행진하며 대회 내내 이어진 평화와 화합의 분위기를 이어갔다.

▲평창 올림픽 폐회식. ⓒSBS

IOC 위원장 "휴전 전통 지켰다...남북한 평화 행동"

폐회 선언자로 나선 인사들도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희범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은 "전 세계 올림픽 가족 여러분, 우리는 평창에서 하나가 됐습니다. 인종과 국적을 떠나 우정을 나눴다"며 "특히 남북한 선수들이 쌓은 우정은 스포츠를 넘어 더 큰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이 조직위원장은 "함께 입장하고 또 단일팀으로 고락을 같이 한 남북 선수 모두 한민족이라는 걸 확인했다. 세계는 남북이 함께 뛰는 것을 보고 찬사를 보냈다"며 "남북 선수들과 응원단의 염원은 통일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도 "올림픽 경기는 과거에 대한 존경이자 미래에 대한 신념이다. 올림픽 기간엔 늘 휴전해야 한다는 4000년에 걸친 전통을 이번에도 지켰다"면서 "특히 한국과 북한은 평화를 위해 함께 행동했다"고 남북 단일팀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스포츠가 어떻게 분열되기 쉬운 세상을 한데 모으고, 그들을 잇는 다리가 되는지를 봤다. 성화가 꺼져도 IOC는 이 평화를 위해 달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자원봉사자 공로를 치하하며 한국말로 "자원봉사자 여러분 헌신에 감사합니다"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평창 올림픽 폐회식에서 무대를 선보인 엑소. ⓒSBS

엑소 무대에 리듬 탄 이방카, "인크레더블"

폐회식 공연은 조화와 새로운 시간, 열정과 승리의 밤이라는 4개 주제로 120분간 펼쳐졌다.

한국 대표 현악기 거문고의 웅장한 울림과 서양의 전자기타가 어우러진 '조화의 빛' 공연을 시작으로, 이솝우화 토끼와 거북이를 각색해 경쟁보다 우정이 더 소중하다는 내용의 창작 판소리 공연이 이어졌다.

개회식에서 호평을 받았던 드론 쇼도 다시 한 번 펼쳐졌다. 드론들은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상공에 마스코트 '수호랑'과 하트 모양을 그려 관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어 케이팝(K-POP) 대표 주자인 씨엘(CL)과 엑소(EXO)가 등장했다.

독보적인 한국 여성 아티스트로 평가받는 씨엘은 강렬한 횃불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모두가 승리자라는 메시지로 무대를 구성했다. 미국으로 진출해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씨엘은 자신의 솔로곡 '나쁜 기집애'와 그룹 투애니원(2NE1)의 히트곡 '내가 제일 잘 나가'를 선보이며 관중을 압도했다.

'국가픽', '국제픽' 그룹으로 화제를 모은 엑소는 K-POP과 현대미술의 융합을 표현하고 미래를 상징하는 소품 등으로 무대를 꾸몄다.

엑소 공연의 시작은 멤버 카이의 독무였다. 카이는 한복을 입고 꽹과리 소리에 맞춰 춤을 추면서 등장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후 멤버 전원이 무대에 등장한 엑소는 지난 2013년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으르렁'과 2017년 히트곡 '파워'를 열창했다. 특히 '파워'는 '이 음악을 통해 / 같이 한목소리로 노래할 때 / Power power /더 강해지는 걸' 등 가사로 평화와 화합 등 올림픽 정신을 담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엑소 공연 중 관객석에 있던 이방카 미국 백악관 보좌관은 고개를 가볍게 앞뒤로 흔들며 리듬을 타기도 했다. 이방카는 공연 후에는 4층 접견실에서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함께 엑소, 씨엘과 만나 인사한 후, 엑소에 "우리 아이들이 팬"이라고 밝히며 믿을 수 없이 좋다는 의미의 'incredible'이라는 표현을 썼다. 엑소는 이방카 보좌관에게 향초, 방향제 등 선물을 건네면서 "미국에서도 공연을 하는데 초대하고 싶다"고 말했고 이에 이방카 보좌관은 "언제 하느냐"며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이방카 보좌관은 지난 23일 청와대 상춘재 만찬에서 "내 아이들에게 K-POP을 보여줬더니 아이들이 매일 댄스파티를 벌이고 있다"며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다음에 문재인 대통령 내외 앞에서 한국 노래를 부르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개회식에 이어 폐회식에도 등장한 인면조. ⓒSBS

폐회식 마지막 순서는 축제의 장이었다. 신나는 일렉트로닉 음악과 화려한 조명 속에서 각국의 선수단은 모두 함께 춤과 음악을 즐기며 마지막을 장식했다. 개회식에서 화제 몰이를 했던 인면조도 깜짝 등장해 축제의 흥을 돋웠다.

한국은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 금메달 5개, 은메달 8개, 동메달 4개로 역대 동계올림픽 사상 최다 메달을 획득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 등 주 종목뿐 아니라 컬링, 봅슬레이, 스켈레톤 등 비인기 종목의 선전은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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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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