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모르면 좀 가만히 계시라

[기고] 조선일보 김민철 사회정책부장이 알아야할 철도의 눈물

오영식 코레일 신임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철도해고자들을 복직시키기로 노조와 합의했다. 이후 조선일보 같은 언론들의 악의적 공격이 예상대로 시작됐다. <조선>의 김민철 사회정책부장은 오영식 사장에게 보내는 충고의 형식을 빌려 신임 사장의 철도 개혁 정책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

철도에 대해 아는 척 하면서 휘두르는 펜은 칼이 되고 있다. 김민철 사회정책부장은 한국철도의 문제가 100년 독점체제와 강성노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철도의 문제를 진단할 때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다. 한국철도는 일제 식민지 철도로 시작됐다. 1899년 일본에 의해 완공된 경인선의 역사가 한국철도의 시작이었다. 이후 45년 해방될 때까지 46년간 철도는 수탈과 침략의 간선이었다. 해방이후 분단은 한국전쟁으로 이어졌다.

철도는 미공군 전략폭격의 최우선 목표물 중 하나였다. 한국전쟁 동안 철도는 만신창이가 되었다. 전쟁이후 극심한 빈곤 속에서 철도와 같은 거대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꿈도 꿀 수 없었다. 이후 경제개발 시기에 시작된 도로교통의 확장으로 철도는 주력 교통수단으로서의 지위를 잃었다. 식민지를 거친 후 전쟁과 가난의 시기를 국민의 발이 되어 달린 세월 70년이다. 100년 독점으로 시민들의 혈세를 낭비하는 비효율적 집단이란 규정은 민영화를 밀어붙인 신자유주의 세력의 왜곡이고 낙인이었다.


▲ 2월 12일 자 <조선일보> pdf 갈무리.

철도노조가 강성이어서 비효율이란 말도 사실과 다르다. 과거 수 십 년 철도노조는 어용노조의 대명사였다. 1988년 기관사들이 2박 3일 이어지는 장시간 노동에 항의해 파업을 했을 때 진압경찰들에게 특식 도시락을 제공한 노조였다.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으로 민주화 바람이 거세게 일어나고 개헌에 대한 열망이 전국을 뒤덮었다. 이때 전두환 대통령의 호헌선언에 대해 지지 성명을 냈던 철도노조였다. 이 같은 철도노조가 현장의 노동자들에 의해 개혁된 게 2000년이다.

이후 철도노조는 시민을 위한 철도, 사회적 역할을 다하는 철도를 위해 어렵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뎠다. 조선일보는 비정규직 외면하는 정규직 노조를 규탄하고 공격한다. 철도노조는 자회사나 비정규직과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노조 가입의 문을 열어 함께 하고자 하는 노력을 꾸준히 해왔다. 조선일보는 자신들이 규탄하는 정규직 이기주의를 극복하고자 하는 철도노조를 칭찬하고 응원해야 하지 않는가?

배설하듯 쉽게 독점이나 강성의 낙인을 찍기엔 선로 마디마디 침목 하나하나에 수많은 철도노동자들의 땀과 시민들의 꿈이 녹아있는 소중한 철도가 한국철도다.

철도해고자들은 철도민영화를 반대하는 파업에 나섰다가 해고됐다. 그 기간이 벌써 15년이다. 해고될 때 5살 이었던 아이가 20살 청년이 되었다. 꿈에서도 열차를 운전했다는 해고 노동자는 옳다고 생각한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15년이란 세월을 유배당했다.

노동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막았던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었다. 조선일보는 그동안의 반노동 정책을 청산하고 새로운 노사관계를 정립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그토록 배 아픈 것인가?

사실관계의 심각한 왜곡도 있다. 김민철 부장은 김대중 대통령이 영국 연수 시절 철도 개혁을 목격하고 공기업 민영화를 적극 추진했다고 주장한다. 김대중 정권은 출범 때부터 전임 김영삼 정권이 야기한 IMF 구제 금융을 극복해야하는 과제를 안았다. 당시 IMF는 지원 조건으로 기업 구조조정과 공기업 민영화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철도, 가스, 발전을 비롯한 수많은 공기업 민영화 정책이 추진되었다. 김대중 정권의 민영화 추진은 개혁도 아닐 뿐 더러 IMF의 구제 금융을 받기 위한 자구 노력이었다.

또한 영국의 철도 개혁이란 영국 철도를 유럽 최악의 철도로 만든 민영화 정책이었다. 경쟁을 통해 효율화를 추진한다며 수많은 민간 철도 회사가 등장했다. 시설회사는 선로정비보다 주주들의 이익을 우선시 했다. 운영회사는 안전장치 투자에 소흘히 했다. 결국 끔찍한 참사가 연이어 일어나고 선로정비를 위한 전국적 운행 중단사태 까지 벌어졌다. 세계 2차대전 때도 다녔던 철도를 민영화가 멈춰 세웠다고 언론과 시민들은 철도 민영화 정책을 비난했다. 현재 유럽에서 가장 높은 요금을 받는 철도가 영국철도다. 민간 철도회사들의 요금 인상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연례행사처럼 벌어진다. 조선일보는 이런 현실을 한국철도가 가야할 개혁의 길이라 보는 것인가?

심각한 문제는 또 있다. 김민철 부장은 해고자 복직은 양보해도 오영식 사장이 취임사에서 밝힌 코레일과 수서고속철도(SR)의 통합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철도의 적자와 비효율을 극복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그 적자와 비효율을 양산하는 현 체제를 놔두라고 한다. SR개통으로 코레일은 연간 4천억의 매출 손실을 기록하게 됐고 흑자 4년 만에 영업적자로 전환됐다. 코레일의 적자 누적은 일반철도에 대한 투자를 막아 서민들의 발인 새마을호 무궁화호나 지방 적자 노선들의 운영 악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조선 김민철 부장은 SR출범으로 이제 막 요금 인하와 서비스 향상이 이루어졌다고 주장한다. 수서고속철도의 요금인하는 박근혜 정권 국토부 관료들의 경쟁체제 선전용 정책적 결정이었다. 대신 한국철도 적자는 국토부의 호언장담과 무관하게 쌓이고 있다. 향상 됐다는 서비스가 어떤 것인지도 궁금하다. 가장 약자인 청소노동자들을 승강장에 도열시켜 열차에 허리 굽혀 인사시키는 것이 조선일보식 서비스 향상인가?

조선 김민철 부장에게 진심으로 충고하고 싶다. 모르면 좀 가만히 계시라. 함부로 쓰는 글들이 어떤 이들에게는 주먹보다 아프고 사회는 그만큼 나빠진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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