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 햇빛을 수확할 수 있을까?

[함께 사는 길] '농가 태양광 사업'에 대해

농가 태양광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난해 11월 30일에 진행된 농촌 태양광 사업 정책지원 방향 설명회에는 무려 10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석했다.

뜨거운 관심 증가하는 설비용량 '농가 태양광 사업'

'농가 태양광 사업'은 농업인이 쉽게 태양광발전에 참여하여 농가소득을 높이고 태양광 보급확대에 기여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농가 태양광 사업은 농업인을 지원하기 위해서 정책융자 지원과 판로 우대 등 여러 혜택을 제공해준다. 태양광발전사업 시설자금 융자지원과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판매 및 가중치 우대가 그것이다. 모두가 농가 태양광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먼저 관련법과 제도에서 인증하는 농업인(어업인, 축산인)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 농업인의 자격을 갖추었다면 다음 4가지 사업 형태를 고려해볼 수 있다.

△ 단독형-농업인 1인이 단독으로 발전소 건설, △ 공동형-농업인 2~4인이 공동으로 발전소 건설, △ 조합형-5인 이상의 농업인이 조합설립 후 발전소 건설, △ 지분형-5인 이상의 농업인과 외지인이 발전소 건설

농가 태양광 사업 참여절차는 사업성 검토, 시공계약, 인허가, 자금조달, 발전소 건설, 사용 전 검사, RPS 설비확인, REC 장기계약 순으로 진행된다. 농업인이 직접 절차를 이행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시공업체와 계약을 맺고 진행한다.


태양광 사업은 초기에 설치비용이 비싸다. 자기자본이 충분하지 않은 농업인의 경우에는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통해 자금조달을 하는 것도 어려운 부분이 있다. 정부에서 농가 태양광 제도를 위해 제공하는 정책금융은 5년 거치 10년 분할상환에 이율은 1.75퍼센트로 장기저리 융자지원을 하고 있다. 농가 태양광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서 정부는 정책금융 규모를 2017년 320억 원에서 2018년 약 1500억 원으로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태양광에 대한 높은 관심은 태양광 보급 용량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대상설비에서 신규 태양광 발전용량은 11월 말 기준으로 970메가와트에 달하고 있다. 12월까지 집계하면 처음으로 1기가와트를 넘을 전망이다. 11월 말까지 100킬로와트 미만 발전소가 305메가와트(3640개소), 100킬로와트 이상 1000킬로와트 미만 발전소가 410메가와트(910개소), 1000킬로와트(1메가와트) 이상 발전소가 255메가와트(115개소)등이 설치됐다. 2016년 기준 전국에 태양광 보급용량은 약 4.5기가와트에 이른다.

국내 농가 태양광 관련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먼저 지역별 태양광 보급 현황을 살펴보면 전남지역의 보급 용량이 약 1.1기가와트로 전체의 24퍼센트를 차지하고 있고, 전북(786메가와트), 충남(519메가와트), 경북(498메가와트), 경남(342메가와트) 순으로 나타난다. 상대적으로 일사 조건이 좋은 남부지역에 많이 보급된 것을 알 수 있다. 동년 기준 기초지자체별 보급 현황을 보면 전남 해남군이 135메가와트로 가장 많고, 다음이 전남 고흥군 118메가와트, 전북 정읍시 108메가와트, 전북 익산시 105메가와트, 충남 태안군 88메가와트 등으로 나타난다.


보급량이 많은 기초지자체는 지금까지 도로나 주거지로부터 이격거리(떨어진 거리) 기준이 없거나 약한 곳들이었다. 그러나 현지 농민이 아닌 외지 개발자들의 무분별한 사업이 늘어나자 이들을 막기 위해 제한거리를 확대하는 추세로 바뀌었다. 예를 들어 해남은 도로에서 100미터 이내 등에 대해서만 발전시설 건립에 제한을 뒀던 것을 도로로부터 500미터로 강화하고, 농어촌도로정비법에 따른 면도로부터도 200미터 이내는 설치할 수 없도록 지침을 개정했다. 고흥도 무분별한 태양광 개발을 막기 위해 제한거리를 확대했다. 한편 이격거리 규정이 없던 정읍, 익산, 태안도 2016년 이후 이격거리 규정을 도입했다.

기초지자체의 이격거리 규정 제정현황은 2012년(1건), 2013년(1건), 2014년(4건), 2015년(8건), 2016년(34건), 2017년 11월 기준(38건)으로 누적건수가 약 86건에 달한다. 도로나 주거지로부터 100~1500미터 이내에는 태양광과 같은 신재생시설 설치를 불허하는 지자체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외지 개발자의 사업 잠식을 막으려던 이격거리 규정 강화가 농민의 사업 참여도 제한하는 역효과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에 일부 지자체에서는 외지에서 들어온 개발 사업자에게는 이격거리 규제를 그대로 적용하되, 지역 농민이 사업에 참여하면 한시적으로 규제를 완화해주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특히 함양군은 정부의 농가 태양광 보급 정책과 연계하여 '함양 에너지 농장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사업 참여자에 한해 도로로부터 이격거리를 800미터에서 100미터로 완화해주고 있다.

농업인 참여와 편익 증대 위한 필요 개선책들

농가 태양광 제도는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계획' 방향에 맞춰 태양광에서 보급을 확대할 수 있는 제도이지만, 현실에서는 이격거리 규정 외에도 여러 장애 요인이 있다. 가장 큰 한계는 계통연계 문제다. 계통연계 문제는 조속히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계통문제로 사업추진이 더욱 지연되고 있다. 현재 1메가와트 이하 농가 태양광 전력계통에 무제한 접속을 허용하고 있고 계통접속 소요기간도 6개월 단축하여 최대 11개월로 설정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뚜렷한 자구책이 없기 때문에 한전의 계통연계 확장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농가 태양광은 대부분 시공업체와 계약을 맺고 업무를 진행하기 때문에 믿을만한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많은 시공업체가 공격적인 홍보를 하고 있기 때문에 농업인들은 사업자 선정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 부분은 지자체 계획입지제도를 통해 문제해결에 접근해볼 수 있다. 지자체에서 사업대상(면적, 규모)을 바탕으로 사업자를 모집하는 공개입찰을 실시하고, 이때 지자체는 농업인이 걱정하거나 우려하는 부분들에 대해서 사업자에게 해결 방안을 준비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입찰참여 시 해결방안을 최대한 자세하게 준비한 사업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방법이다. 또한 사업자는 입찰참여 시 공동수급체 구성원 간 협정을 체결하여야 하는 데, 지역 업체를 포함하여 협정을 체결하도록 명시하여 지역 업체의 비즈니스 기회를 보장해줄 수 있다.

농가 태양광은 농업인이 쉽게 사업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여러 가지 복잡한 절차와 규제는 농업인이 사업에 쉽게 참여하는데 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농가 태양광 4가지 사업 형태가 과연 농업인에게 맞는 형태인지도 검토해봐야 한다. 태양광 발전사업은 초기에 설치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대출금액도 높다. 향후 농업인이 파산하거나 사망할 경우 경매와 상속 등 복잡한 문제가 많아서 누군가 '태양광 푸어'로 전락할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 없다. 그럴 경우에 농업인 자녀나 다른 농업인에게까지 위험을 미칠 수 있다. 또한 명의만 빌려서 사업에 참여한 경우에는 그 위험성이 더욱 클 수 있다. 과거 영농조합법인에서 다른 사람 명의를 도용하거나 위조하여 정부 보조금을 횡령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여러 명의 농업인이 참여하는 사업형태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한 농지에서 '농사+태양광발전'으로 나아가야

농가 태양광 제도가 잘 정착되고, 확대되면 무분별한 농지 난개발과 농지 침식이 발생할 수 있다. 사업 확대로 발생할 수 있는 난개발과 농지 침식을 방지하고, 그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솔라셰어링이라 불리는 농업 공존형 태양광 시스템으로 농지침식 등 농지 난개발을 최소화하며, 추가로 태양광 시설도 보급할 수 있다. 농업 공존형 태양광은 동일 농지에서 농작물 재배와 태양광 발전사업을 병행하는 '농사+태양광발전' 방식을 의미한다. 현재 농업 공존형 태양광도 실증연구를 하는 과정에 있고, 아직 농업진흥지역에서는 설치할 수 없는 등 제도개선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농가 태양광은 정부에서 무상으로 제공하는 보조금이나 인센티브가 아니라 분명히 사업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치밀한 준비 없이 주변 이웃, 언론, 사업자의 말만 믿고 참여하여 실패하게 된다면 개인적으로도 큰 위기가 될 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재생에너지 확대에 적신호가 될 수 있다. 과연 농가가 현재 태양광 사업을 할 수 있는 조건인지, 그리고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보고 평가해봐야 한다. 농가, 사업자, 금융, 세무, 회계, 법률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현재 참여를 희망한 농가들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사업성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그래야만 농가소득 증진 및 태양광 보급 확대라는 사업 취지에 부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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