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비웃고 '갓물주' 권장하는 세상

[좋은나라 이슈페이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의 시급성

임대료는 임대인이 부동산의 소유를 바탕으로 임차인이 창출한 가치의 일부를 차지하는 방편이다. 상가 임대 시장은 경쟁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임대인이 일방적으로 우월적 지위에 있는 경우가 많다. 임대료는 수요 공급의 법칙 뿐만 아니라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법적 권리의 배분에 의해 결정된다. 임대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보호하는 것은 가치의 창출을 위한 노력보다 부동산의 소유를 더욱 권장하는 일에 다름 아니다. '조물주 위에 있는 건물주'라는 '갓물주'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혁신성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으며, 소득주도성장의 전망도 흐려질 것이다. 강력하게 임차 상인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을 시급히 개정해야 한다. (필자)

최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의 여파로 영세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청와대와 여당을 중심으로 인건비보다도 임대료가 더 큰 문제라는 주장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장이다. 임대료의 비중이 그다지 높지 않을 뿐더러 시세 또한 안정되어 있다. 최근 3년(2014~2017년)간 시간당 최저임금은 24.2% (올해 최저임금 인상 16.4%는 제외) 오른 반면에, 비슷한 기간 전국 상가 평균 임대료 변동 폭은 1%에 못 미쳤고, 서울 상가 임대료도 기껏해야 1% 남짓 올랐다. 경기 불황과 온라인 쇼핑 확산, 상가 과잉 공급 등의 영향으로 임대료는 거의 정체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인건비에 업주와 가족의 노동비용을 포함할지, 임대료에 점포이전비, 인테리어비 등 관련 경비를 포함할지 여부에 따라 임대료와 인건비 비중의 비교는 달라질 수 있다.)

필자는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수준보다 더욱 강력하게 임차 상인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을 시급히 개정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 이유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영세자영업자 보호는 아니다. 근거를 잘못 제시하면 개정을 반대하는 편에게 반론의 여지를 제공하여 개정의 성공 가능성을 낮춘다.(관련기사 바로가기 : "자영업자 지출비중 보니… 인건비가 25%, 임대료는 8%")

나아가 법안의 내용도 왜곡할 수 있다. 임차 상인을 보호해야 하는 근본적이고 강력하며 타당한 이유는 효율적이고 정의로운 경제적 보상체계의 필요성이다. 임대료는 임대인이 부동산의 소유를 바탕으로 임차인이 창출한 가치의 일부를 차지하는 방편이다.

상가 임대 시장은 경쟁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임대인이 일방적으로 우월적 지위에 있는 경우가 많다. 임대료는 수요 공급의 법칙뿐만 아니라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법적 권리의 배분에 의해 결정된다. 임대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보호하는 것은 가치의 창출을 위한 노력보다 부동산의 소유를 더욱 권장하는 일에 다름 아니다. '조물주 위에 있는 건물주'라는 '갓물주'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혁신성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으며, 소득주도성장은 좌절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임대차 시장의 특성과 규제의 필요성

지난해 11월 서촌의 한 족발집에서 강제집행에 저항하던 가게 주인의 손가락 네 개가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하여 큰 물의를 일으킨 있다. 분쟁은 2016년 7월 건물주가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 300만 원이던 임대료를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1200만 원으로 인상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건물주는 계약 만료를 이유로 법원에 명도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고, 강제집행에 들어갔던 것이다. 건물주는 2016년 1월에 48억 원에 해당 건물을 매입했는데, 올해 70억 원에 내놓았다. 2년 사이에 약 20억 원의 시세차익이 발생한 것이다.

임대료를 한꺼번에 네 배나 올리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먼저 수요 공급 법칙에 따른 시세의 변화라는 측면이 있다. 비록 서울을 포함하여 전국적으로 상가 임대료가 안정된 시세를 보이고 있다고 하더라도 국지적으로는 명동처럼 시세가 하락한 지역들도 있고, 연남동·경리단길·해방촌 등 소위 뜨는 상권의 경우에 임대료 급등이 일어나고 있다. 서촌도 그런 지역이다. 고객이 몰려오면서 매출이 늘고, 이에 따라 임대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에 임대료가 오르는 것이다. 건물주와 세입자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빚어지는 일은 대부분 이렇게 장사가 잘 되는 곳에서 발생한다. 장사가 신통치 않은 지역에서는 임대료를 함부로 인상하면 세입자를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역은 신통치 않더라도 특정 점포의 영업이 잘 되는 경우에는 세입자가 계약을 지속할 유인이 발생하기 때문에 건물주가 임대료 인상을 시도할 수 있다.

▲ 건물주가 고용한 용역들에게 자신의 가게에서 끌려나오는 궁중족발 사장. ⓒ궁중족발

문제는 매출이 오르는 점포의 임대료를 인상하는 것이 과연 정당하고 효율적인가 하는 것이다. 이는 장사가 잘되는 것이 누구의 노력에 의한 것인지 따라 달라질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는 임차 상인의 노력과 아이디어 덕분일 것이고, 일정하게 운이 작용하기도 할 것이다. 건물주의 노력으로 매출이 오르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한다면 매출 증가에 따른 이익을 임대료 인상으로 건물주가 흡수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이는 또한 노력과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유인을 감소시키고 부동산 소유라는 비생산적인 행위에 대한 유인을 강화함으로써 경제의 효율을 떨어뜨릴 것이다. 물론 운의 작용이 있었다면 그 혜택은 건물주와 세입자가 나누어 가지는 것이 옳을 것이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지역 상권이 호조를 띠면서 건물 가격이 올랐으니 임대료도 올라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애초에 건물가격이 오른 이유가 매출 호조가 임대료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이는 순환논리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시장경제의 원칙인 수요 공급 법칙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것은 경제적 효율성은 물론이고 사회적 정당성도 지닌다. 하지만 이는 경쟁적인 시장에 한한다. 부동산은 토지의 유한성과 위치의 한정성 때문에 수요의 증가에 대응한 공급의 증가가 쉽지 않고, 따라서 경쟁이 매우 제한된다. 주택보다도 위치에 더욱 예민한 상가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 결과 상가 임대시장은 공급자, 즉 임대인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시장이 되어 규제가 없을 경우 매출증가에 따른 수요증가는 고스란히 임대료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민주적이고 현명한 정부라면 이렇게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피하기 위하여 임대차 시장을 법적으로 규율한다. 임대인의 재산권 행사에 일정한 제약을 가하고 임차인의 권리를 특별하게 보호하는 규제를 도입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민주노동당의 노력으로2001년에 처음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제정되었고, 이후 수차에 걸쳐 임차인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이 이루어졌다. 문제는 아직도 임차인의 권리 보호가 미흡하고 허점투성이라는 것이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한계

현행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문제는 보호 기간이 5년으로 한정되어 있다는 점, 보호 대상이 '영세'자영업자로 한정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그나마 한정된 보호장치에도 여러 허점이 존재하여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 등이다.

보호 기간 중에는 연 임대료 상승률이 9% 이내로 제한되지만, 물가상승률에 비추어 연 9% 상한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정부는 최근 시행령 개정으로 이를 연 5%로 낮추었지만, 이를 어길 경우 아무런 제재조치를 취할 수 없어 실효성이 의문시 된다. 더욱 근본적이고 큰 문제는 5년의 보호 기간이 지나고 나면 무제한으로 임대료를 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위에서 본 서촌 족발집의 경우에 건물주가 400%의 인상을 요구하였고, 이를 거부하자 5년이 지난 시점에서 명도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하였다.

물론 장사가 잘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건물주도 마음대로 임대료를 인상하고 세입자를 구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 때문이든 건물주가 세입자를 내보내기로 마음먹으면 5년의 계약 기간 경과 후에는 아무런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이는 자영업자들이 안정적인 영업을 하는 데 결정적인 장애가 된다. 건물주의 계약 갱신 거부는 점포이전비나 인테리어비 등 큰 비용 부담을 유발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기존의 고객층을 상실하여 점포 이전 후 매출이 감소하기 십상이고, 자칫하면 권리금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용산참사 이후 상가 권리금 문제가 이슈화 되었고, 2015년에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개정이 이루어져 권리금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임차인에게 권리금 회수 기회를 부여하게 되기는 하였지만 그 조건이 까다로워서 실효성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현행법의 한계로 많이 지적되는 또 하나의 문제는 보호 대상이 지나치게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소위 '영세' 자영업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비롯된 문제다. 보증금에 월세의 100배를 더한 환산보증금을 기준으로 보호 대상을 설정하고 있는데, 임대료가 오를수록 보호 대상이 점점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한다. 정부는 최근 시행령 개정을 통하여 환산보증금 기준을 서울의 경우에 기존 4억 원에서 6억1000만 원으로 인상하는 등 상향 조정함으로써 이 문제에 나름의 답을 내놓았다.

하지만 '영세' 자영업자 보호가 아니라 효율적이고 정의로운 경제적 보상체계의 마련과 이를 통한 경제성장의 제고라는 관점에서 임대차 보호를 바라보면, 보호 대상을 한정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임대차 분쟁은 장사가 잘 되지 않는 지역과 점포에서 보다는 잘되는 지역과 점포에서 대부분 발생한다. 그런데 장사가 잘되는 지역과 점포일수록 환산보증금이 높아지기 때문에 보호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모순이 발생한다. 실제로 서울의 주요 상권에서는 환산보증금이 상향 조정된 기준을 대체로 넘어선 상황이다.

현행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보호 기간과 대상이 제한적일 뿐만 아니라, 허점투성이어서 5년 경과 이전에도 세입자가 내쫓기고 권리금을 상실하는 등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악의적인 건물주가 마음만 먹으면 법의 허점을 이용하여 세입자의 권리를 짓밟고 세입자의 투자와 노력의 대가를 약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면 관계로 다양한 허점을 일일이 논의하는 대신 시사하는 바가 큰 사례를 소개한다.(법의 허점을 이용하여 임차인을 내쫓고 권리금을 빼앗는 다양한 방법이 "구본기의 구체적 젠트리" 연재에 나와 있다. 바로가기 ☞ : 클릭), (맘상모 페이스북 페이지 바로가기 ☞ 클릭)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들의모임(맘상모)’은 지난 1월 22일 페이스북에 성신여대 앞에서 치킨집을 하는 김 사장의 사연을 소개했다. 새로 건물을 산 신규 건물주가 임차상인들에게 "내가 지금까지 명도소송으로 날린 상인이 39명이야. 빈털터리로 나갔지. 내가 나가라면 그냥 나가. 멍청하게 40번째 되지 말고"라고 협박했고, 전 건물주만 믿고 두 달 전에 인테리어 공사를 했던 김 사장은 결국 입주 시 지불했던 권리금 2억 원과 인테리어 공사비 2억 원을 합하여 4억 원을 고스란히 신규 건물주에게 넘기고 나왔다고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산권을 보호하려면 임차인 보호에는 불가피하게 한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 아래에 소개하는 일본과 독일의 사례를 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강제집행 과정 중 손가락이 부분 절단 돼 응급조치를 받고 있는 궁중족발 사장. ⓒ궁중족발

일본과 독일의 임대차시장 규제

일본에서 임대차 관계를 규율하는 '차지차가법'(借地借家法)은 매우 강력하게 임차인을 보호하고 있다.(관련 내용 바로가기 ☞ : Global Legal Insight, Commercial Real Estate 2018, Japan.)

일본의 민법에서도 계약자유의 원칙을 존중하지만, 이는 계약 당사자가 서로 대등하고 평등한 관계에서 계약이 성립되는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다. 만약 어느 일방이 우월적 지위에 있는 경우에는 그 상대방이 부당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하여 사적인 계약에 대하여 법적 통제를 가할 수 있다. 임대인이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계약조건에 대해 임차인의 수용 여부에 따라 그 계약의 성립여부가 결정되는 임대차계약이 바로 그런 경우다. 계약 당사자 상호간에 대등하고 평등한 관계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임대인이 일방적인 우월적 지위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민법만으로는 근본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처해 있는 임차인을 보호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여 '차지차가법'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차지차가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 법의 내용 중에는 '강행규정'이 있어 임차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항이 있는 계약은 비록 계약 당사자 간 합의에 의해 계약이 체결되었을지라도 그 효력을 무효로 한다. 둘째, 임대 기간과 관련하여 임차인을 강력하게 보호한다. 일반적으로 건물의 임대차 계약은 3~5년 단위로 이루어지지만 계약기간이 만료한 시점에서 임차인이 임대차를 지속하기 원하여 계약 갱신을 요구하면 이를 거부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임대인이 계약 갱신을 거절하기 위해서는 2가지 조건에 부합되어야 하는데, 하나의 조건은 임대차계약 기간 만료 6개월~1년 전에 임차인에게 이를 통보해야 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의 조건은 계약갱신을 거절하는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임대인이 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사유와 임차인이 계약을 지속하고자 하는 사유가 충돌할 경우에는 어느 쪽이 더 절실한가를 판단하여 결정하게 되어 있다. 셋째, 임대인이 꼭 명도를 원할 경우에는 건물현황, 건물의 이용 상황 등을 고려하여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명도의 조건으로 금전적 대가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넷째, 임차인의 사망 시 임차권은 자동 상속이 되며 이는 사실혼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까지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다섯째, 임대료를 인상하고자 할 경우에는 반드시 양자 간에 합의를 해야만 가능하다. 합의가 안 될 경우에는 재판을 통한 법원의 조정으로 새로운 임대료를 확정한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기존 임대료를 공탁하며, 새로운 임대료가 확정되면 기존 임대료와의 차액과 이에 대한 가산금을 임대인에게 지급한다.

가장 핵심적인 임차인 보호 장치는 계약 갱신권이다. 임대인이 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나름의 사유를 제시하더라도 일본 법원은 일반적으로 '임차인의 절실한 입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사실상 임차인의 계약 연장은 거의 무제한으로 보장되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임대인의 자녀가 해당 점포를 이용하여 사업을 하고자 명도를 요구할 경우에도, 이는 정당한 사유로 인정되지 않으며 임대인은 별도의 재산적 보상을 반드시 하여야 한다. 그리고 만약 임차인이 금전적 보상을 거절하면 계속 임차권을 유지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사례로, 임대인이 건물의 재건축을 위해 계약 갱신을 거절할 경우, 사전 통보 기간 준수 및 재건축을 위한 정당한 사유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건물이 붕괴 직전의 상태로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고 그 외의 어떠한 사유도 정당한 사유로 인정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임대인이 반드시 재건축을 하고자 하면 임차인에 대한 금전적 보상이 필수이며 만약 임차인이 이를 거절하면 계속 임차권을 유지할 수 있다.

독일의 경우에는 민법에 의거해 임대차 계약을 규율한다. 독일 민법은 임대차 계약을 매우 세세하게 규제하고 있으며, 임차인의 권리를 강하게 보호하고 있다.(관련기사 바로가기 ☞ : Global Legal Insight, Commercial Real Estate 2018, Germany)

먼저 임대차 기간에 관해서는 일반적으로 상업용 임대차 계약은 5~10년 기간으로 이루어지는데, 대개 임차인이 5년씩 두 번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 받는다. (주택의 경우에는 무기한 계약이 원칙이다.) 임대차 기간이 30년 이상 경과한 경우에는 임대인이나 임차인이 3~9개월의 사전 통보에 의해 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 임대차 계약 기간이 만료되었을 때 임차인이 계약 지속을 원하면 일본과 유사하게 임차인의 권리가 존중된다. 임대인이 계약 갱신을 거절하기 위해서는 3~9개월 전 사전 통보와 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사유를 제시해야 한다. 독일 법원에서는 임차인의 권리가 우선적으로 고려되기 때문에 많은 법정 비용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는 임차인의 의사에 반하여 임대차 계약을 종료시키기 어렵다. 임대료를 수개월 동안 연속적으로 체납하는 것과 같이 임차인이 심각하게 계약조건을 위반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계약 종료는 사실상 어렵다. 임대차 계약 대상 건물이나 점포가 매매되었을 경우에는 해당 계약에 수반한 권리와 의무가 그대로 새로운 소유주에게 이전된다. 특히 임차인의 권리는 고스란히 보호된다.

독일에서는 임대차 계약이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계약 기간 중에 임대료를 조정하는 규칙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임대료의 조정은 독일의 소비자물가지수에 연동하도록 되어 있다. 임대료 인상은 소비자물가지수 상승의 60%~100% 사이로 결정되며, 보통 물가지수가 2~10% 사이의 기준점을 상회하는 경우에 이루어지도록 되어 있다. 원천적으로 일반 물가보다 임대료의 상승이 더 높을 수 없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임대료 조정에 관한 약정도 법적 요구를 준수하여야 하며,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법원에 의해 무효로 판정된다. 임대차 계약기간이 최소한 10년 이상인 경우에만 임대료 조정 약정을 맺을 수 있으며, 임대료의 인상에 관해서만 규정하고 물가지수 하락에 따른 임대료 인하를 규정하지 않는 약정은 무효가 된다.

임대차 개혁의 방향

두 해 전 JTBC가 서울 소재 고등학생 대상으로 장래희망을 조사한 결과 1위는 공무원(22.6%), 2위는 건물주와 임대업자(16.1%)로 나타났다고 하여 많은 이들의 탄식을 자아낸 적이 있다. 세상 물정을 얼마나 알까 싶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장래 희망 설문조사에서도 건물주가 연예인에 이어 2위였다는 씁쓸한 소식도 있었다. 어른들은 물론 훨씬 오래전부터 이미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다는 풍자를 입에 올렸고, 이를 압축적으로 표현하여 '갓물주'라고 부르기도 했다. 열심히 노력해봐야 정당한 보상을 받기 어려운 반면 건물주는 재산권을 바탕으로 남들이 노력한 결과를 쉽게 수취할 수 있다는 현실의 반영일 것이다.

토지는 노력을 통해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불가능 한 것이어서 토지의 사용자가 소유자에게 지불하는 '지대'가 커지는 것은 David Ricardo, John Stewart Mill 등의 고전경제학자나 Henry George 이래의 개혁적 경제학자들이 모두 경계하는 일이다. 이는 토지소유가 일반적으로 극히 편중되어 있으므로 지대의 증가가 불평등의 증가를 유발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경제성장에도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공급 확대가 가능한 것에 보상을 많이 해줄수록 공급이 늘어나고 그것은 곧 경제성장을 의미하지만, 지대의 증가는 지가의 상승을 초래할 뿐 공급의 확대를 불러오지는 못한다.

임차 상인을 보호하는 것은 토지 보유세와 더불어 지대의 증가를 억제하는 유력한 방법이다. 이는 사회정의를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경제적 효율성과 경제성장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시장경제의 역동성은 자원을 비효율적인 사용처에서 보다 많은 가치를 생산하는 효율적인 사용처로 재배분하는 데서 나온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상가 임대차 보호는 불쌍한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시혜적인 정책이 되어서는 안 되고, 오히려 장사를 잘 하여 돈을 잘 버는 자영업자를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 일본과 독일의 경우 보호 대상을 한정하지 않는다.

환산보증금 제도는 아예 폐지하는 것이 옳다. 보호기간의 장기화도 필요하다.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10년은 부족하고, 20년 혹은 무기한이 바람직해 보인다. 건물주의 악용에 노출된 다양한 허점의 보완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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