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김여정 히든 카드' 꺼내든 속내는?

정세현 "김여정은 여과없이 김정은에게 보고할 사람"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한이 내려보내는 고위급 대표단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포함된 배경을 두고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과 상세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족을 내려보내면서 남한 및 국제 정세를 여과 없이 탐색해보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분석과 함께 김여정이 김정은의 어떤 메시지를 들고 내려올 것인지가 관건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7일 통일부는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에 김여정 제1부부장,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이름을 올렸다고 밝혔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단연 김여정 부부장이다. 김 부부장은 오는 9일 다른 인사들과 함께 남한에 방문할 것으로 예정돼있는데, 실제 계획대로 실행된다면 김일성 직계 중 남한을 찾는 첫 인물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김여정 부부장이 대표단의 일원이 될 수 있는 직무 관련성이 있긴 하지만, 그 이면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다양한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선 김여정이 선전선동부 부부장으로 알려져 있는데, 예술단과 응원단은 선전선동부에 속하기 때문에 김여정이 관할하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 전 장관은 직무 관련성보다는 김 부부장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본인이 보고 들은 사실을 여과없이 보고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 더 중요한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김여정은 단장인 김영남 위원장보다도 거침없이 오빠인 김정은에게 본인이 보고 들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김여정은 좀 더 가까이서 김정은에게 보고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에서는 형식과 요령주의가 오랜 전통처럼 남아 있다. 현장에서 닳고 닳은 관료들의 보고가 가끔은 왜곡되거나 축소되는 경우가 있는 것"이라며 "그래서 최고지도자의 현지지도가 시작됐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정 전 장관은 "그런 의미에서 김정은이 공식적인 보고 라인을 통해 듣지 못하는 이야기가 있을 수 있다. 이걸 제대로 듣기 위해서 김여정을 보내려는 것 같다"며 "우리가 계속 미국과 대결적인 태도를 보여도 되는지, 실제 분위기는 어떤지 등등을 김여정을 통해 알아보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김정은 입장에서는 남한 정부가 본인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 및 남북관계 관리 방안 등과 같은 사안과 관련해 본인에게 밀도있는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채널이 김여정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밖에 "남북관계를 잘했으면 좋겠고 본인의 뜻을 남측에서도 좀 인정해 줬으면 좋겠다는 함의가 담겨있기도 하다"며 "남북 간 정상회담도 적극적으로 고려하겠다는 메시지로도 읽힌다"고 덧붙였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이 직접 오지는 못하지만 남북관계에 대해 본인이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의사를 밝히는 메신저로 김여정을 활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백 수석연구위원은 "북한 권력의 특성으로 볼 때 김여정이 오빠인 김정은 대신 참석하는 면이 없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김정은의 혈족이기 때문에 김정은의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여정이 아직 나이가 젊기 때문에 앞으로 많은 일을 해야 한다. 김정은도 장기적으로는 개혁개방을 해야 하기 때문에 김여정을 보내서 남한을 보게 하고 경험을 쌓게 하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백 수석연구위원은 "김여정이 뉴스 가치가 있기 때문에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을 것"이라며 "그러면 북한이 선전 선동 분야에서 주도권을 쥐고갈 수 있다는 측면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해석했다.

▲ 지난 5일 북한 예술단이 평양을 출발해 6일 만경봉호를 타고 동해 묵호항에 도착했다. 사진은 예술단 배웅에 나선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연합뉴스

아베, 아직도 한반도 지배하고 있다고 착각하나

북한이 김여정 부부장을 평창 동계올림픽에 내려보내면서 남한과 관계개선은 물론 국제사회에 유화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만, 올림픽 이후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이 재개된다면 한반도 긴장은 이전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한미 연합 군사 훈련 재개 시점에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올림픽 직후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요청할 것이라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뿐만 아니라 아베 총리는 7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도쿄에서 회담을 갖고 미국과 일본, 한국이 북한에 대한 압박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자는 데 합의했다.

이를 두고 정세현 전 장관은 "아베가 미국을 부추겨서 한미 연합 훈련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럴 경우 한반도에 긴장이 조성되고 그렇게 되면 아베는 크게 이득을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 전 장관은 "아베 총리는 본인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평화헌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딘 가에서 불이 나길 기대하고 있다"며 "어디 불씨 던질 데 없나 보고 있는데 역시 한반도가 안성맞춤인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은 한국과 미국이 결정할 문제다. 그런데 아베가 여기에 훈수를 놓는 것은 결국 동아시아 문제에 사사건건 나서서 미국의 힘을 빌려 일본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려는 것일 뿐만 아니라 한반도가 일본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이야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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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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