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헤이그협약 가입' 발목 잡히나?

입양기관에 이어 입양부모회도 "입양특례법 개정 반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실에서 발의를 준비 중인 입양특례법 전면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입양기관과 입양부모회가 남 의원실이 준비 중인 법안이 "반입양법"이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이하 헤이그협약)에 가입하기 위해 입양특례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별도의 개정안을 준비하지 않고 있고, 여당인 남 의원실이 준비하고 있는 전면 개정안에 보조를 맞추고 있는 상태다. 김승일 보건복지부 입양정책팀장은 지난 1월 16일 국회에서 있었던 토론회에서 "국제사회는 민간입양기관이 담당하고 있는 입양 절차의 공적 책임을 강화해가고 있고 입양절차가 공공책임 하에서 이뤄진다고 해서 입양이 더 위축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남 의원실의 개정안의 취지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홀트아동복지회, 동방사회복지회 등 입양기관들은 지난달 18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남인순 의원의 입양특례법 전부 개정 제안은 전면 재고(再考)되어야 한다"는 제목의 청원 글을 올렸다.

입양부모회 "남인순 의원 법안은 해외입양 금지 위한 것"

'입양특례법전부개정안 발의저지를 위한 전국입양가족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신용운)은 1일 보도자료를 내고 남인순 의원실의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보도자료는 지난 1월 25일 남 의원실이 이들에게 보낸 답변서에 대한 반박 글이다.

이들이 보도자료에서 남 의원실의 개정안이 '헤이그협약'을 오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헤이그협약의 원칙 중 하나인 '보충성의 원칙'에 대해 남 의원실이 오독하고 있다는 것이다.

"'헤이그 협약'에는 입양에 있어서 아동의 최선의 이익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며, 입양을 권한 있는 공적 당국에서 관장해야 한다고 명기되어 있으며, 미혼모(부) 지원과 원가정 보호, 국내입양 등의 사전 노력을 다 한 뒤 해외입양을 최후의 수단으로만 행해져야 한다는 원칙을 담고 있습니다."(남 의원실의 답변)

이에 대해 입양부모회는 서울대 석광현 교수의 헤이그협약에 대한 논문(헤이그 국제아동 입양협약에 관한 연구)을 인용해 "아동을 영구적으로 시설에 둔다든지 혹은 일시적인 위탁가정에 두는 식의 국내의 해결책은 국제입양보다 앞서는 우선적 해결책이 될 수 없고, 이런 점에서 아동의 시설 수용이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우리 입양가족은 미혼모(부)지원에 아낌없는 사회적 지원과 복지제도를 갖추어야 한다는 믿음은 확실하다"고 전제했지만 "(남 의원실에서) 헤이그협약 어디에도 없는 '미혼모(부) 지원'이란 단어를 끌어와서 그것이 헤이그협약에서 말하는 법적 기준이라도 되는 듯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미혼모(부) 지원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들은 '보충성의 원칙'에 대한 해석의 차이를 근거로 남 의원실의 법안이 "반입양법"이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남 의원 법안의 주요골자는 해외입양을 곧 완전히 금지시키고, 국내입양은 굉장히 까다롭게 하여 마침내는 한국이란 나라에 입양이란 단어가 불온하고 불행한 하나의 징표로 남는 것"이라고 격분했다.

하지만 남 의원실이 준비한 개정안은 입양에 대한 것이다. 국제입양에 비해 시설보호가 우선한다는 내용은 법안 어디에도 없다. 남 의원실에서 보낸 답변에서도 ‘미혼모(부) 지원과 원가정 보호, 국내입양 등의 사전 노력을 다 한 뒤 해외입양을 최후의 수단으로 한다’고 기술했지, 시설보호가 국제입양에 우선한다고 명시하지 않았다.

다만 개정안에 "국가는 아동에 대한 보호 의무와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국외입양을 줄여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제 6조 4항)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현행 입양특례법 8조와 동일한 문구다. '국내입양을 우선 추진한다'는 내용은 현행법과 동일한 수준에서 개정안 7조에 명시하고 있다.

또 입양부모회는 ‘헤이그협약 어디에도 없는 미혼모(부)에 대한 지원이란 단어를 끌어왔다’고 남 의원실의 입장에 대해 비난했지만, 헤이그협약에서 밝히고 있는 ‘원가정 보호’가 의미하는 바가 바로 미혼모(부)와 그 자녀에 대한 지원이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16년 국외 입양아의 98%가 미혼모의 자녀였다.

보충성의 원칙 "국제입양이 아동 최선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것을 정부가 결정하라"

헤이그협약은 전문 및 총 48조로 이뤄져 있으며, 보충성의 원칙에 대한 규정은 제4조에 가장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아동 출신국의 권한당국이 아동의 자국 내에서의 보호 방법으로 적절하게 검토한 이후 국제입양이 아동 최선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결정한 경우에 한해서만 국제입양이 이루어져야 한다."

오히려 '보충성의 원칙'의 핵심은 국제입양이 아동 최선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것을 '출신국의 권한당국이 책임지고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까지 한국의 국제입양 절차에서 가장 큰 문제는 국제입양 대상 아동의 결정을 포함한 입양 절차 전반에 있어 최종적인 입양 허가 여부를 제외한 전 과정을 민간기관이 입양기관이 전담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남 의원실에서 준비하는 개정안과 현행 입양특례법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지점도 바로 입양 절차와 관련된 지점이다.

이경은 고려대학교 연구교수는 "헤이그협약의 원칙은 국제입양을 아동보호방식으로 인정을 한 것이지만, 이는 아동을 보내는 송출국과 아동을 수용하는 수령국 정부의 긴밀한 아동보호를 위한 협조 하에 이뤄져야 한다고 보는 것"이라면서 "다만 그 결정은 송출국 정부가 내려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헤이그 협약의 보충성의 원칙에 따르면, 이 협약 가입국이면서 자국의 아동을 국제입양을 보낸다는 것은 자국에서 태어난 아동을 스스로 보호할 수 없는 국가라는 것을 국제적으로 공표하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보건복지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헤이그협약 주요 내용이다.

○ (원칙) 원가정 보호가 원칙이며 원가정 보호가 불가능할 경우 국내에서 보호할 수 있는 가정을 찾고 그래도 없으면 국제입양을 선택할 수 있다.

○ (입양의 효력) 입양국의 입양결정을 다른 체약국에서도 인정한다.

○ (입양의 절차) 입양절차 전반을 국가 책임으로 규정한다.

- (입양신청) 양친될 자가 본인 거소지의 중앙당국에 신청한다.

- (양부모 조사) 수령국 중앙당국이 입양신청자의 적격여부 및 입양적합성에 대한 보고서 작성, 아동 출신국에 송부한다.

- (입양결정) 출신국 중앙당국은 아동의 신원 및 입양적합성에 대한 보고서 작성, 입양동의 확보 및 입양 여부를 결정하여 통보한다.

- (이동) 양부모가 아동과 함께 이동, 국가기관은 출입국과 이주 허가를 책임진다.

□ 국제입양 담당기관

○ (중앙당국) 체약국은 협약이 부과한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하나의 중앙국가기관을 중앙당국으로 지정한다.

○ (공적기관 또는 인가단체) 일정범위 내에서 중앙당국의 업무를 공적기관이나 인가단체(비영리기관)에 위임 가능하다.

입양인 당사자가 '반입양세력'?

입양부모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 전국 입양가족은 지난 2012년 입양특례법 개정에는 속수무책으로 반입양세력에 당해야 했지만 이번만큼은 지난 아픔을 거울삼아 결코 쉽게 물러나지 않을 생각"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2012년 법 개정은 당시 민주당 최영희 의원이 대표 발의해 이뤄졌고, 이 법안은 해외입양인 당사자들과 미혼모단체, 인권단체 등의 의견이 반영된 안이었다. 따라서 입양부모회가 지칭하는 '반입양세력'은 해외입양인 당사자들과 친생부모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는 미혼모단체들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입양기관과 입양부모회가 입양인 당사자 등을 '반입양세력'이라고 비난하며 남인순 의원실에서 준비 중인 개정안에 비판하고 나선 가운데, 당초 2017년 헤이그협약 가입을 추진하겠다던 문재인 정부가 어떤 입장을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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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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