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재발견, 윤난실을 드립니다"

[인터뷰] 광주 광산구청장에 도전하는 윤난실 전 광주시의원

영화 <1987>은 '6월 항쟁'으로 끝났다. 박종철과 이한열, 두 열사의 죽음과 그에 앞서 민주화의 제단에 피와 땀과 열정을 바쳤던 많은 이들 덕분에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얻어냈고, 6월 전국의 거리로 쏟아져 나온 민중들은 '승리'했다.

현실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안타깝게도 '6월 항쟁'을 기점으로 '패배'의 연속이었다. 그해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김대중과 김영삼, 두 야당 지도자가 분열하면서 전두환과 함께 80년 '5월 광주'를 짓밟았던 노태우가 정권을 물려받았다. 영화 <1987>에서 입체적으로 잘 보여준 국정원,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을 동원한 '어둠의 정치'는 대한민국 헌정사상 첫 정권교체라고 할 수 있는 1997년 김대중의 집권 때까지 계속됐다. 이 '검은 카르텔'이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다시 부활했다는 것은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국정원의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의혹'을 통해 확인된다.

1987년 이후 여전히 길었던 어둠의 세월을 견뎌온 많은 이들은 2016~2017년 '촛불집회' 이후를 고민한다. 현실은 2017년 정권교체의 절정을 지나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을 것이라 낙관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사회가 어디로 갈지 가늠해보는 첫 번째 시험대가 오는 6월 지방선거다. '촛불집회'에 나섰던 이들의 정치적 이해와 요구는 오히려 '미래'에 맞닿아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주 광산구청장 선거에 윤난실 전 광주시의원이 도전장을 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마지막 수배자인 합수 윤한봉(1948-2007) 선생의 조카인 그는 1985년 군사교육반대로 무기정학을 당해 광주교육대학교를 자퇴하고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2000년 민주노총 광주본부 기획국장을 지냈다. 이어 2002년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광주시의원이 됐다. 당시 그는 시의회 의정활동 평가 1위, 4년간 지방의회 전국 최다 법안 발의, 한국지방자치학회 우수조례특별상 등 독보적인 의정활동을 펼쳤다. 2010년 진보신당 후보로 광주시장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뒤 시민운동가로 돌아왔던 그가 다시 정치를 하겠다고 한다. 그것도 민주당 후보로 출마를 고심하고 있다. 최근 <윤난실을 드립니다>(윤난실 지음, 전라도닷컴 펴냄)을 통해 정치 '재도전' 의사를 밝힌 윤 전 의원을 23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 광주 광산구공익활동지원센터장으로 활동하던 모습 ⓒ윤난실

"저는 권위주의 시절엔 노동운동가, 민주화 이후엔 시의원으로 활동했다. 많은 이들이 저를 싸우는 민주주의자, 투사로 기억했고, 저 역시 그 연장선에 있었다. 정치인이 아니었던 거죠. 그런데 지난 5년간 광산구 공익활동지원센터장으로 일하면서 저 스스로 정치를 재발견했다. 민형배 광산구청장과 공익활동지원센터장으로 함께 일하면서 실질적으로 주민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책임 정치의 가능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작지만 한 걸음씩, 가능성을 만들고 변화시키는 게 정치라고 생각하게 되면서, 다시 정치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됐다."

함께 마을 활동을 했던 박수미 광산마을활동가는 윤 전 의원에 대해 "놀라울만큼 빠른 속도로 마을활동에 상상력을 불어 넣었고, 정책적 의미들을 묶어내기 시작했다"며 "광산에 호박이 넝쿨째 들어왔다"고 평했다.

"광산을 보면 대한민국의 축소판 같다. 평균 연령 38세인 굉장히 젊고 역동적인 도시라서 교육, 문화 욕구도 높고 주민들의 권리의식도 높은 편이다. 여기서 좋은 모델을 만들면 우리나라에도 맞는 모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광산구 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5년 일하면서 마을 공동체, 주민자치, 사회적 경제를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 광산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자부심이 있다. 또 광산은 산업단지 5개가 있어 노동에 대한 이해도 매우 중요하다."

윤 전 의원은 기존에 몸담고 있던 진보정당이 아닌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참여하려고 한다.

"쉽지 않은 결정이다. 광주시의원으로 활동해서 제 이름이 갖는 무게감을 모르는 바도 아니고 진보정당을 통해 세상의 변화를 꿈꾸는 많은 분들이 계신다. 그럼에도 지금 한국 정치에서 민주당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유한국당을 중심축으로 한 보수세력은 가능성이 거의 없지 않나.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의 끊임없는 자기 혁신, 변화가 한국 사회의 변화를 책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윤 전 의원이 정치를 재발견하면서 변화했듯이, 민주당도 지난 10년간 정권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굉장히 많은 자기 변화를 시도했고, 그 변화의 과정에 여전히 있다고 본다.

"민주당 경선에 참가하게 되면, 당원들의 마음을 얻을 시간이 너무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이다. 그러나 당원들께 왜 제가 민주당을 통한 정치를 하려는지 말씀드리고, 왜 제가 민주당에 필요한 사람인지를 충분히 설득할 자신이 있다. 민주당은 노동의 가치를 더 강화해야 하고, 지역정치를 책임질 사람이 필요하다. 제가 민주당의 성장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

윤 전 의원은 또 '여성 자치단체장'이 턱없이 부족한 한국 현실에서 지역에 뿌리를 내린 여성 정치인으로서의 소명 의식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국회나 지방의회는 비례대표를 통해 여성 정치인의 비율이 어느 정도 올라갔다. 하지만 행정의 영역으로 가면 여전히 '여성 불모지'다. 광역단체장은 한 명도 없고, 기초단체장은 민주당은 2명 밖에 없다."

민형배 구청장과는 민주노총에 있을 때 언론담당 활동가와 기자로서 처음 알게 됐을 만큼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 민 구청장은 책 추천사를 통해 "나에겐 윤난실이라는 동지가 있다. 나의 자치 파트너였다"고 소개했다.

▲ 2010년 광주시장 선거에 나가면서 준비한 책 <진보콘서트>에서 홍세화 선생 등과 대담을 나눴다. ⓒ윤난실

광주 광산구는 현 민형배 구청장이 광주시장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혀 '무주공산'인 상황이다. 민주당에서 윤 전 의원 이외에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광산갑 지역위원장, 윤봉근 전 광주시의회 의장, 김삼호 전 광산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 김영록 광주지방세무사회장, 임한필 광산문화경제연구소 소장, 강위원 투게더광산나눔재단 상임이사 등이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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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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