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급에도 협동조합 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

[인터뷰]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

박근혜 정권을 물러나게 한 2016년 촛불집회 이후 첫 전국 선거가 올해 6월 있을 지방선거다. 정권 교체는 이뤘지만 여전히 '내 삶'이 변하고 있다고 느끼기엔 부족한 현실에서 이번 지방선거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지역 정치가 바뀌어야 유권자들의 일상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이들도 새로운 지방 행정을 통해 성장했다.

'경제 전문가'인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이 지난해 9월 '용인시장 출마' 가능성을 페이스북을 통해 밝혀 화제를 모았다. 인구 100만 명, 1년 예산 2조2000억 원 규모의 '슈퍼' 기초지자체인 경기도 용인은 각종 개발 비리로 "퇴임하는 시장이 집에 가기 전에 큰집에 먼저 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부패한 지역 정치'로 골머리를 앓았던 곳이기 때문이다. 경제적 타당성이 떨어지는 용인 경전철, 한때 과시형 지자체 건물의 대명사로 여겨지던 성남시청을 능가하는 비대한 용인시청사 등 '과시 행정'으로도 유명하다. 현재는 자고 나면 수천 세대의 아파트 대단지가 이곳저곳에 들어서는 '제2의 난개발'이 진행 중이기도 한다.

선대인 소장은 시장 출마를 고민하는 이유를 묻자 '전세 사는 용인시민으로서의 삶'을 꼽았다. 수지와 기흥의 주거 형태의 90%가 아파트에 이를 정도로 아파트는 넘쳐나지만, 단설 유치원은 1개에 불과하고 이곳저곳 난개발로 초등학생의 등굣길조차 위험한 일상을 겪으며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깊어졌다고 한다.

'부동산 전문가'인 선 소장은 협동조합형 아파트, 전세 매치 프로그램 등 신선한 주거 안정 정책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또 학부모 입장에서 세금을 엉뚱한 곳에 쏟아붓는 것이 아니라 방과후교실 운영, 지역 대학 등 교육·문화 사업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직 출마를 고민 중"이라지만 그는 인터뷰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실험적인 정책에 대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출마를 하게 된다면 "최초의 재선 용인시장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는 선 소장을 지난 9일 만났다.


▲ 선대인 경제연구소 소장. ⓒ프레시안(최형락)

"재벌 독과점 구조, 부채 주도 성장 패러다임 청산해야"

프레시안 : 경제 분야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 부동산 관련 정책 외에 아직 두드러진 것은 없지만, 어떻게 보고 있나.

선대인 : 문재인 정부 앞에는 경제와 관련해 두 가지 과제가 놓여 있다. 첫 번째, '이명박근혜' 정부 9년 동안 이어온 상위 1%, 즉 경제 기득권 중심의 정책을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4대강사업, 자원외교, 부동산, 가계부채 등 경제 적폐청산과도 맞물려 있다. 두 번째,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사회적 파장을 줄이는 한편 대다수가 잘 살 수 있는 경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기준으로 볼 때 현재까지는 양호하다. 지난 정권의 경제 적폐를 바로잡는 일은 사실, 두 번째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한 디딤돌이다. 두 가지 과제를 병행할 수도 있지만, 시기적으로 충분하지 않다. 현시점에서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에 대해 잘한다, 못한다 평가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전 세계 경기가 회복기에 들어가 있다. 또 중국 경제가 위태위태하다고 해도 내부적으로는 산업경쟁력이 강해지고 있을 뿐 아니라, 혁신산업 분야에서는 한국을 압도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비춰볼 때 한국은 낡은 재벌 경제체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술혁신에 대비하는 미래 먹을거리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

프레시안 : 국민들도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재판과 이명박 전 대통령 다스 소유 의혹 등을 보면서 국민들도 이제는 경제 적폐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진짜 문제는 정부 관계자나 경제 관료들이 인위적인 경기 부양 외 다른 경제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 아닐까?

선대인 : 한국 경제는 재벌을 중심으로 한 소수 독과점 구조이다 보니, 중소·중견기업 몰락으로 일자리가 부족해 양극화가 심해지고 부동산 가격 급등과 가계부채 급증에도 불구하고 늘 토건 사업과 같은 인위적인 경기 부양만 한다. 이처럼 여전히 낡은 경제 정책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경제 적폐를 청산한다는 것은 새로운 경제 정책 패러다임으로 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순실 게이트'로 드러난 정경유착 사례는 '비리'가 단적으로 드러난 경우다. 보다 심각한 것은 권력과 경제력을 가진 이들이 결탁해 부를 비정상적으로 축적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박 전 대통령과 최 씨를 처벌한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기업이 소비자의 이윤을 자신들의 초과이익으로 취하는 재벌 독과점 구조를 바꿔야 한다.

프레시안 : 쉽지 않은 일이다

선대인 : 그럼에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 문재인 정부가 잘하고 있다. 경제 적폐 청산을 위해서는 부채 주도 성장 패러다임도 바꿔야 한다.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당시 전 세계는 공급 과잉과 수요 부족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 빚을 내 수요를 보충하는 방식을 취했다.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우리는 정부 부채보다 가계 부채를 늘려 경기를 부양했다. 결국 박근혜 정부의 최경환 경제 부총리는 '빚내서 집 사라'라고 하지 않았나.(웃음) 최 전 부총리는 이를 '소득 주도 성장'이라고 했지만, 사실 그가 주도한 것은 '부채 주도 성장'이었다. 이 폐해는 한두 해로 수습되지 않는다. 앞으로도 몇 년간 한국 경제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와 달리, 문재인 정부는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 주도 성장을 위해 올바른 정책 기조를 제시하고 있다.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부동산 대책, '약발' 있다"

프레시안 : 박근혜 정부 '초이노믹스'가 가져온 대표적인 폐해가 부동산이다. 문재인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기는 했지만, 서울 강남 등 투기 지역에서는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것 같다.

선대인 : '서울 집값이 뛴다고 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은 언론의 왜곡된 프레임이다. 박근혜 정부 때는 수도권 전역과 부산, 대구, 광주, 제주 등 지방 집값이 뛰었고 이 같은 상승세는 2~3년간 지속됐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 이후, 지방 집값은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그런데도 '정책이 실패했다'며, 일명 '약발이 없다'고 하는 것은 잘못됐다. 강남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기대만큼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이유는 투기심리가 아직 살아있기 때문이다.

'약발'을 평가하려면, 정책이 실제로 작동하는 시점을 봐야 한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올해 1월부터, 신DTI는 1월 말부터 시행된다. 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오는 4월부터 시행되는데, 다주택자가 본격적으로 주택을 매도해 중과세를 경험하려면 최소 한두 해 이상 걸린다. 대책에 따른 효과가 나타나려면 적어도 상반기는 지나야 한다.

특히 지금으로써는 강남 재건축 지역에서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게 없다. 하지만 강남을 제외한 지역 대부분은 지난해 8월 대책 발표만으로도 분위기가 잦아들었다. LTV/DTI 비율 강화로, 빚내서 집을 사는 흐름이 많이 차단했다.

프레시안 : 그럼에도 한국 부동산 시장의 기준은 늘 강남이다. 일부에서는 '공급이 부족해서 집값이 뛰었다'고 한다.

선대인 : 주택은 더위를 식히기 위해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제공하듯 공급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특히 '강남의 집'은 해당 지역에 국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지적인 제한성, 즉 한계가 있다. 따라서 '강남에 주택 공급을 늘려서 집값을 잡아라'라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주장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최경환 부총리가 재건축 용적률을 올리고 재건축 허용 연한을 완화하는 '재건축 촉진 정책'으로 공급을 늘렸지만, 집값이 내려갔나? 아니다. 오히려 올랐다. 재건축 사업성이 좋아지니까 잠잠했던 투기적 가수요가 높아지면서 집값도 덩달아 뛰었다. 그렇게 투기적 가수요가 150이 되고 200이 되면서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부동산 재테크 온라인 카페 같은 데서 '노무현 정부 때도 투기 억제책을 내놨지만, 집값은 뛰었다'며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한다. 아니면, '규제 대책이 본격화하기 전에 투자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투기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막판 기회가 될지, 막차를 타는 게 될지는 지나봐야 안다.

강남 재건축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뛰는 이유는 이런 착각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투기 지역의 가수요(투기 심리)를 잡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은 옳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 당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투기 억제책과 가수요를 조절하는 정책을 비교적 일관성 있게 시행할 것이다. 따라서 일정한 시점이 지나면,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박근혜 집의 공시가격은 왜 시세의 40% 밖에 안되나"

프레시안 :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이 있다면?

ⓒ프레시안(최형락)
선대인 : 강남에 투자하는 이들 중 상당수는 이미 주택을 보유한, 그리고 보유한 주택의 가치가 최소 20억 원 이상인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보유 주택의 수대로 양도세를 중과하는 게 맞는 걸까? 한 채에 5억 원인 주택 세 채를 가진 사람과 한 채에 20억 원짜리 주택 한 채를 소유한 이 중 누구의 자산 가치가 더 높은가.

1가구1주택에 대한 양도세를 비과세하는 이유는 해당 주택이 보금자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1가구1주택이라고 해도 20억 원 이상인 경우는 일반적으로 보금자리라기보다 투자의 성격이 크다. 그렇다면, 9억 원이든 10억 원이든 일정 한도를 벗어나는 주택을 대상으로 재산세와 양도세를 중과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프레시안 : 노무현 정부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엄청난 조세 저항을 불러왔다. 당시 종부세 대상자 중 상당수가 '집 한 채밖에 없는데'라며 억울해했다.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트라우마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선대인 : 이해한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당시 '세금 폭탄' 운운했던 보수 진영의 프레임 전쟁에 휘말린 것이다. 만약 노무현 정부가 부동산 보유세를 투기 억제책이라는 단기 대책이 아니라 조세 재정 개혁 방안의 하나라고 강조하며 장기 대책으로 밀고 나갔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세를 올린다고 하면, 중산층과 서민의 반발이 크다. 따라서 조세 형평성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점진적으로 설득했다면 더 좋은 결과가 있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당시 교훈을 바탕으로 보유세 문제와 관련해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 정부 핵심 관계자들도 보유세 문제는 부동산 대책이 아니라, 조세 정책의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말한다. 바람직한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과세·증세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조세 형평성이 강조됐지만, 인식 전환이 쉽지 않다.

선대인 : 한국 경제가 예전처럼 고(高)성장하기 어려운 시대다. 그런데도 여전히 자산을 통한 소득으로 부를 축적하고 있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의 말처럼, 자산소득을 포함한 자본소득으로 부를 축적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따라서 시대 흐름상, 과세는 당연하다. 고액 단독주택에 대한 재산세를 현실화하고,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빌딩과 토지에 대한 시세반영률을 높여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은 2017년 4월 시가로 67억5000만 원에 매각됐는데, 2017년 3월 23일 공개(2016년 말 기준)한 공시가격은 27억1000만여 원이다.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이 40%대에 불과하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집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중산층과 서민이 많이 살고 있는 공동주택, 즉 아파트는 시세반영률이 70~80% 수준이다. 이런 모순을 바로잡아야 한다.

또 기업이나 일명 '큰손'이 가진 토지의 경우, 시세반영률이 30%대에 불과하다. 이건희 일가가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일대에 소유한 토지가 상당한데 공시 지가가 평당 10만 원 선이다. 전국 최저 수준이다. 놀이동산으로 개발된 토지와 이웃한 곳이 평균 10만 원도 안 된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나? 어떤 이유에서든 시세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결과다. 이런 것을 현실화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이런 모순을 현실화하면 재산세 수입이 늘어날 것이다. 이렇게 늘어난 재산세로 지방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끌어올려 지방 분권을 강화해야 한다. 대기업이나 땅부자들의 개별 공시지가(기초지자체에서 조정할 수 있다)만 제대로 조정해도 세율 조정 없이 세수가 늘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복지/문화/교육 쪽 예산을 얼마든지 편성할 수 있다.

부동산 정책도 조세 재정 개혁과 같은 큰 틀에서 이야기해야 한다. '부동산 부자들의 시세반영률이 잘못되어 있다. 이것부터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정책 시행의 명분이 생긴다. 이를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는 지방 재정 강화와 조세 형평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아파트에 둘러싸인 아이 학교를 보며 선거 출마를 고민하다"

프레시안 : 지난해 9월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용인시장 선거 출마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출마를 고민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선대인 : 용인에서 아이를 키우며 전세살이한 지 4년 정도가 됐다. 그런데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 앞에 3000세대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시에서는 공사 중 발생하는 분진과 소음에 대해, 또 세대 증가에 따른 도로 확충과 같은 인프라에 대한 계획 없이 무분별하게 진행했다. 결국 한 학급에 해당하는 30여 명의 학생들이 이사를 갔다. 그렇게 2년 반 만에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는 최고 39층 높이의 콘크리트 숲에 둘러싸였다.

용인시는 20년 전 수지지구 개발로 '난개발(亂開發)의 대명사'로 불렸다. 이후 주춤했으나, 현 시장은 박근혜 정부의 규제완화 조치에 따라 용인시도시계획조례를 수정하는 등 개발 규제를 대폭 완화해 2015년 지방규제 개혁 관련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다. 그런데 과연 아파트가 빼곡한 도시에 미래가 있을까? 그래서 용인도시계획 심의위원회 명단을 살펴봤더니, 대부분이 이해관계로 얽힌 개발자들이었다. 그러니 제2의 난개발이 안 일어날 수 있겠나.

프레시안 : 정책을 통한 '공공선'을 추구하며 저술과 강연 활동을 하다 아이 학교 주변 난개발 문제를 마주하며 출마를 고민하게 됐다는 이야기인가?

선대인 : 그렇다. 난개발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지만, 용인의 현황을 하나하나 살펴보니 넘쳐나는 것과 부족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용인시가 발전하고 용인시민이 행복하려면, 부족한 걸 채워나가야 하지 않을까?

용인시는 지난해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네 번째로 '인구 100만 도시'가 됐다. 또 서울시 전체 면적에 맞먹는 녹지를 가지고 있으며, 명지대와 단국대 등 관내 6개 대학이 있다. 한 해 예산은 약 2조2000억 원으로, 이웃한 성남시(2조6000억 원)와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그런데 성남과 수원에는 7~8개씩 있는 국공립 단설유치원이 용인에는 하나밖에 없다. 또 성남시 탄천과 용인시 동막천 산책길 정비 상태는 경계선부터 확연히 차이가 난다. 대신 아파트가 전국 기초지자체 중 가장 많다. 용인 도심 지역인 수지와 기흥 지구만 한정해서 보면, 여러 주거 유형 가운데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95% 이상이다.

프레시안 : 좀 충격적이다.

선대인 : 사실 제대로 들여다보기 전에는 시가 용인경전철 때문에 빚더미에 시달려 예산 부족 현상을 겪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어떤 기초지자체보다 풍부했다. 다만, 개발 사업이나 치적사업에 치중한 채 예산을 낭비하고 있었다. 예산을 엉뚱한 곳에 잘못된 방식으로 써온 것이다. 그래서 지역의 미래를 위해 제대로 쓴다면, 가족과 이웃의 '삶의 질'을 바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선대인 소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용인 난개발' 카드 뉴스 갈무리.

"아파트 공급에 협동조합 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


프레시안 : 용인의 미래를 위해 생각해 둔 게 있나?

선대인 : 먼저, 주거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아파트를 아무리 많이 짓는다고 해도 주거 문제에 대한 실제적인 고민을 해결해 줄 수는 없지 않나. 대신 소규모 협동조합 주택 공급 방식을 아파트와 같은 대규모 주택 공급에도 도입하면, 많은 이들의 주거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민간 건설기업에 내던 계약금·중도금·잔금 등을 시세의 70% 수준으로 용인도시공사에 내고 평생 살 수 있는 협동조합 주택을 받는 것이다.

주로 노년세대인 집주인은 월세를 받아 생계에 도움을 받으려고 하고, 청년세대인 세입자는 전세보다 높은 월세 때문에 허리가 휜다. 이런 불일치(미스매치)는 전·월세 가격 상승의 한 요인인데, 이를 '전세 매치 프로그램'으로 해소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내는 전세가가 3억 원이라고 할 때 1억 원을 내고 남은 2억 원을 용인시 연기금투자풀운영위원회를 통해 집주인에게 월세처럼 매달 4~5%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하는 것이다. 위원회가 연기금투자풀을 2년이라는 계약 기간 동안 잘 운영하면, 은행보다 높은 4~5%의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다. 국민연금도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교육과 관련해서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초등학교 방과후프로그램을 전국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 아이들이 다양한 꿈을 꿀 수 있게 하고,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청소년이라도 용인시 '애프터스쿨'을 통해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하고 싶다. 또 구글의 수석 과학자가 설립한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싱귤래리티 대학'이나 프랑스 파리에 있는 '에꼴 42'처럼 단기 프로젝트 대학을 육성해 젊은층과 전문가 및 비즈니스 리더가 공공과 민간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체험형 교육을 실현할 것이다. 이런 용인시 '프로젝트 대학'은 스타트업 창업으로 이어져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

현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정책운영위원이기도 한데, 정부의 불임/난임 시술 2회 지원 외에 용인시에서는 5~10회로 늘려 아이를 낳기 위해 노력하는 부부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또 용인시가 출자해 사회적기업처럼 이윤을 남기지 않는 상호보험을 만든다면, 지역 거주자에 한해 질병, 상해, 자동차보험 등 모든 혜택을 받으면서도 비용을 대폭 낮출 수 있다.

'55만원세대'로 불리는 예술가들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창작공간 건설 공모 단계부터 운영 프로그램을 같이 계획할 것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같이 진행되도록. 이를 거점으로 용인시 문화예술인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초중고등학교 학생 지도를 통한 생계 유지책도 마련할 것이다.

특히 용인시 처인구를 영국 웨일스 헌책방마을인 '헤이온와이(Hay-on-Wye)'처럼 책 마을로 만들어 새로운 문화 산업과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다.

프레시안 : 처인 지역은 수지나 기흥 지역과는 다른 농촌 아닌가. 처인구만의 시정이 필요할 것 같다.

선대인 : 고향이 포도농사가 주업인 경북 경산이다. 그래서 농촌의 정서를 잘 안다. 경산에 인접한 도시가 대구인데, 마치 용인과 서울 같다. 고향 마을처럼 용인에도 거대도시를 위한 시설, 물류창고나 공장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고 있다. 아파트 건설과는 또 다른 난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말한 대로 처인구는 처인구만의 특색을 살리는 계획이 필요하다. 기존 농법의 노하우와 ICT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농법을 도입해 소출을 늘려 땅값이 비싸 수도권 귀농을 주저하는 베이비붐세대를 적극 끌어들이는 한편, 수지와 기흥과 같은 도심에서 처인으로 건너와 귀농생활을 하며 노후를 보낼 수 있게 지원할 것이다. 또 경기도 기념물 제44호인 처인성과 같은 유적을 개발해 에버랜드와 민속촌 외 다양한 여가생활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경남 통영시의 동피랑 마을이나 강원도 동해시 묵호동 논골담길처럼 지역이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은 굉장히 많다.

박근혜 정부에서 '창조경제'를 내세우면서 '창조'라는 말이 많이 오염됐지만, 지리경제학자인 리처드 플로리다(Richard Florida) 토론토대학교 로트먼 경영대학원 교수는 '창조도시'를 이야기하면서 '테크놀로지(Technology), 인재(Talent), 톨레랑스(Tolerance)'라는 '3T'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술과 재능을 가진 인재, 문화적인 관용, 즉 지역의 문화적인 배려 공동체적 다양성 등을 말한 것이다. 용인도 시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3T가 있는 창조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

▲ 선대인 소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용인 난개발' 카드 뉴스 갈무리.

"지역 정치를 바꿔야 '삶의 질'이 달라진다"


프레시안 : 발전 가능성을 가진 용인시이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치열한 경합이 예상된다. '선대인' 하면, 다른 후보에 비해 젊고 신선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정치적 경험이 없다는 게 단점이기도 하다.

선대인 : 그동안 기자로, 저자로, 또 전문가로 살았다. 따라서 정치가 또는 행정가로 용인시를 잘 운영할 수 있을까 의아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말을 먼저 하고 싶다.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용인시장 선거 출마를 고민한 것이 아니다.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살피다 보니, 용인시장이라는 자리가 아니라 용인시장이 가지고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의 권위를 가지고 행세하거나 군림하는 정치가 아니라, 시민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정치가 필요하다. 그런 정치라면, 어떤 정치인보다 잘할 자신이 있다. 또 그런 의미의 정치를 할 생각이다.

만약 용인시장 선거에 출마한다면, 처음으로 재선하는 시장이 되고 싶다. '인구 100만 도시'에 맞게 행정의 수준을 높이고 건강한 지역 공동체를 만들려면 4년 임기로는 어림없다. 임기 내에 무엇을 하겠다고 하면 선심성이나 과시성 사업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8년, 12년을 하겠다는 각오로 임하겠다.

자유한국당 출신의 현 시장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역대 용인시장 중 재선에 성공한 사람이 한 명도 없다. 그래서 '용인시장은 퇴임 후 집에 가기 전에 큰집에 먼저 들렀다 간다'는 말이 있다. 처인구를 중심으로 한 용인갑 이우현 의원(자유한국당)도 10억 원이 넘는 불법 자금을 수수 혐의로 구속되지 않았나.

촛불혁명으로 박근혜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로 바뀌었지만, 지역에서 정치 변화를 체감하기란 아직 부족하다. 출퇴근 교통 여건이 개선됐는지,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공립유치원이 늘어났는지, 가족과 함께 여가를 즐길 시설이 충분한지 등 삶이 달라지려면 중앙뿐 아니라 지역도 바뀌어야 한다. 2018년 올해가 지역을 바꿀 절호의 기회다. 지역 정치를 바꾸어야 '삶의 질'이 달라진다. 관심을 가져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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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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