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은 왜 복지 천국인가?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궁금해서 가본 복지국가 스웨덴

20여년 전 대학생일 때, 은사님은 사회문제론 시간에 틈나는대로 스웨덴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때마다 '아, 복지국가 좋겠다.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사회복지사로 현장에서 17년간 일하면서도 스웨덴의 복지에 관련된 책이 나오면 찾아서 읽어보고 여러 학습 모임에도 참석해 책을 쓰신 분들의 강의도 들었지만 복지국가에 대한 궁금함이 풀리지 않았다.

그래서 갔다. 스웨덴으로 지난 2017년 9월 20일에 출발해서 약 한 달 동안 스웨덴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으며 자신의 나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스웨덴에서 살고있는 사람들의 표정은 밝았고, 여유가 있어보였는데 그 근원은 사회보장인 것 같았다. 지금부터 스웨덴에서 보고 들은 사회보장에 대하여 출산과 양육, 의료보장, 노후보장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출산과 양육을 국가가 보장한다

스웨덴은 국민이 출산과 육아를 편안하게 할 수 있도록 철저히 제도화하였다. 육아를 위한 휴직 시 급여의 80%를 받는다. 육아휴직 기간은 부부가 합하여 480일. 여긴 날짜를 계산할 때 주말은 원래 쉬던 날이다. 그래서 주말까지 합치면 총 24개월이 된다. 그리고 아빠엄마 어느 한쪽은 60일 이상 육아휴직을 해야 한다.

아이를 기르면 75%만 근무한다. 8시간 기준이니까 6시간만 일한다는 의미이다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위해서 아빠는 늦게 출근하고 엄마는 일찍 퇴근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자신이 아파서 못나가면 급여의 80%를 받지만, 아이가 아파서 못나갈 때는 급여의 90%를 받는다. 그만큼 자녀를 기르는 것을 사회에서 중요하게 여긴다. 아이들에게는 아동수당이 지급된다. 1명은 1050크로나(약 13만7000원) 2명은 2250크로나(24만40000원), 3명은 3753크로나(49만1000원)의 금액을 매달 20일에 지급한다.

교육은 대학까지 무료다. 게다가 대학을 가면 책과 필요한 것을 구입하기 위한 돈이 국가에서 나오고 학자금 대출도 국가에서 해준다. 사교육에 대해서는 여기서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가족 중 한국 사람이 있어서 한국어를 해야 하면 따로 한국어를 하는 사람을 코뮨에서 지원한다.

스웨덴에서는 아이를 낳고 교육시키는 데 한국처럼 1명당 3억 원이 넘는 돈이 들지는 않는다. 아이를 국가가 책임지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부모는 아이가 잘 자라도록 옆에서 정서적, 신체적으로 도움을 주고 경제적 책임은 국가가 진다고 생각하고 있다.

스웨덴도 아이를 낳지 않은 젊은이들이 40% 정도나 된다. 속으로는 걱정할 수 있지만 결혼하지 않거나 아이를 낳지 않는 젊은이들에게 어른들이 뭐라고 할 수가 없다. 그건 개인의 사생활이어서 간섭하는 것은 심각한 침해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혼하든 안 하든 아이를 낳으면 3명 이상 낳는 것이 보통이다. 국가에서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준 덕택일 것이다.

▲ 구스타브스베리의 초등학교에 아이들이 하굣길에 교문을 타고 노는 모습은 우리의 어린 시절과 비슷하다. ⓒ박종규

스웨덴에는 고아원이 없다

'아이는 가정에서 자라야 한다! 스웨덴 사람들의 생각이다. 오래전엔 고아원이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 아이가 가정이 아니라 다른 시설에서 집단으로 자랄 때 가정에서 부모로부터 받아야 하는 사랑과 애정을 경험할 수 없어 차별이 생긴다는 이유이다. 모든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가정에서 자라고 차별받지 않는 권리를 가지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스웨덴에서 입양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내가 머물렀던 구스타브스베리 마을에서도 스웨덴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입양되어 자란 사람들이 많다.

의료비 걱정이 없다

스웨덴 사람은 병원에 입원해서 심장을 이식하든지, 맹장 수술을 하든지, 감기로 입원했든지 하루에 110크로나(1만4000원)를 낸다. 그리고, 1년에 1100크로나(14만4000원)가 넘는 금액은 국가에서 납부한다. 병원비를 걱정해서 사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없다.

대신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때 환자도 자신의 건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체중이 많이 나가서 무릎을 수술해야 할 경우 의사는 환자에게 한 달 안에 5킬로그램이든 10킬로그램이든 감량을 하라고 말하면, 환자 자신이 먼저 체중을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술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의사도 환자도 알기 때문이다.

스웨덴 사람들은 어떤 병원이든 병원에 대한 신뢰가 높다.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와 사무직 모두 공무원이고 또 노조에 가입되어있는 노조원이다. 영리를 추구하지 않으니 쓸데없는 수술이나 투약을 하지 않는다.

의사는 환자에 대한 치료 과정에서 반드시 간호사와 상의하고 진행한다. 수평적 의사소통을 한다는 것이다. 혼자 결정할 때는 오류가 많을 수 있지만 의사보다 환자를 더 많이 만나는 간호사의 의견을 수렴하면 환자의 상태를 더 잘 알 수 있으니 오류를 줄일 수 있다. 의료진과 국가의료체계를 신뢰하고 의료비를 걱정하지 않으니 질병을 대비해서 사보험을 들 이유가 없다.

노인 통장에는 개인이 사용할 돈이 남아 있어야

노인이 되어 요양원에 사시는 분들을 각자의 방을 가지는데, 냉장고와 전기인덕션 등이 있는 주방, 화장실, 테라스가 갖춰져 있다. 그리고, 자신의 집에 있는 가구를 최대한 가지고 들어간다. 심지어 새를 기르던 사람은 새장까지 가지고 갈 수 있다. 작은 아파트로 이사가는 기분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 구스타브스베리에 있는 노인요양원을 방문했을 때 휴양지에 있는 펜션인줄 알았다. ⓒ박종규
▲ 구스타브스베리에 있는 노인요양원을 방문했을 때 휴양지에 있는 펜션인줄 알았다. ⓒ박종규

개인의 생활이 존중되기 때문에 식사할 때 꼭 술을 드시는 분도 있다. 식당에서 만드는 요리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추가로 요청하기도 하고, 매점이 있어서 군것질이나 원하는 물건을 사기도 한다.

연금이 없어서 요양원 비용을 다 내지 못하는 사람도 먹고 자고 하는 기본 비용외에 통장에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이 남아있어야 한다. 노인이 개인적으로 먹고 싶은 것을 사먹고, 손자가 오면 용돈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요양원에 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지출되는 것 말고 개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돈이 노인에게 필요하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복지국가 대한민국을 기대하며

스웨덴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면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스웨덴의 사회보장으로 누리는 그들의 여유다.

사실 스웨덴에서 운영하는 사회보장 제도의 대부분은 우리나라에도 존재한다. 그러나 보장 수준이 낮다. 실업급여는 급여 수준과 기간이 짧고, 건강보험은 보장성과 의료기관 신뢰도는 낮으며, 출산과 양육도 그러하다.

스웨덴 사람들에게 한국 사회가 가능성이 있어 보이느냐고 진지하게 물어봤는데 그 대답은 신속하고 명료했다. "당연하다. 한국은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다" 그분들 모두가 나보다 더 한국 사회에 희망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한 달 탐방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도 스웨덴처럼 복지국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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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시민들이 복지국가 만들기에 직접 나서는, '아래로부터의 복지 주체 형성'을 목표로 2012년에 발족한 시민단체입니다. 건강보험 하나로, 사회복지세 도입, 기초연금 강화, 부양의무제 폐지, 지역 복지공동체 형성, 복지국가 촛불 등 여러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칼럼은 열린 시각에서 다양하고 생산적인 복지 논의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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