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전쟁 불허론', 중국은 우리와 다른 생각한다

[좋은나라 이슈페이퍼] 트럼프의 방중과 미중의 북한 해법 이견의 의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아시아 5개국 순방 중 특히 중국 방문에 대한 평가는 저조했다. 순방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북한 핵과 북한 문제에 있어 중국 측과 실질적인 논의를 하지 못한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 서로의 입장 차이만 재확인 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일련의 투자 협약을 체결하는데 성공했으나 이에 대한 미국 내의 시각은 우호적이지만은 않았다. 투자 이행 여부부터 투자 대상 항목에 대한 비평이 끊이지 않았다. 또한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과의 입장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당분간 ‘현상 유지’를 하겠다는 입장만 재확인함으로써 결실이 빈약한 순방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과 한중 정상회담에서 각기 다른 입장을 표명했다. 미국 측의 제재와 압박에 동의하면서 한미일 군사관계 강화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했다. 한중정상회담에서는 중국 측의 남북대화 지지를 호소하면서 '한반도 전쟁 불허론'에 일치하는 성과를 이끌어 냈다고 자화자찬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러나 한반도 전쟁 불허론에 중국이 우리와 입장 일치를 한 것이 아니었다. 중국의 메시지는 미국에게 전하기 위한 것이었다. 우리는 중국이 동일한 단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우리와 중국이 인식을 같이한다고 착각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북한을 타격하면 이에 개입할 의지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 이런 중국의 입장은 19차 중국공산당대회에서도 밝혀졌다. 그러나 중국이 한반도 전쟁 불가론을 내세운 것은 미국을 만류하기 위한 전략적 발언에 불과하다. 전략적 발언이 중국의 행동을 억제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오산이다. 중국은 개입 의사가 있는 나라다. 이런 개입이 북한의 방어를 돕기 위한 것이든 중국의 영향력을 고수하기 위한 것이든 자국의 외교안보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이런 중국의 발언에 현혹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필자)

미국 국내 주목을 끌지 못한 순방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1월 초 아시아 5개국(일본, 한국, 중국, 베트남, 필리핀)을 순방했다. 미국 대통령으로서 25년 만의 장기 순방(12일)이었다. 그의 순방 목적은 세 가지였다. 첫째, 북핵 문제에 있어 동아시아 국가의 긴밀한 협력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둘째,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 동맹국과 경제파트너국가와의 연대를 강화하는 것이었다. 셋째, 공정하고 상호주의적인 무역관계를 재확립하고 미국 무역 적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다.

25년 만의 장기 순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순방은 의외로 미 언론의 주목을 끌지 못했다. 우선 그의 방문에 대한 미 언론의 분석 기사가 극히 저조했다. 언론의 관심을 끌지 못하자 미국의 국책연구기관도 이에 비례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들의 순방 분석 출판물 역시 소수에 불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이 미 언론이나 전문가의 주목을 끌지 못한 이유는 미스테리다.

다만 심증으로 유추 가능한 이유는 아마도 그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사실 때문이 아닐까 싶다. 북핵 문제에 있어 개별국가의 추가 제재 조치를 불러온 것 이외에 구체적인 합의 사항이 없었다. 특히 북한 문제 해결의 관건인 중국과는 이견이 존재하는 사실만 재확인했다. 중국은 미북 대화를 종용했고 다시 한 번 '쌍중단'과 '쌍궤병행'을 강조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국과 경제파트너국가와의 연대 문제도 호응을 보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순방하는 동안 기회만 되면 ‘인도-태평양’을 종종 언급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개념 소개 없이 진행된 그의 발언은 설득력이 없었다.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기대했던 반향은 예상 밖의 나라에서 목격되었다. 중국이었다. 중국은 이를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의 재시도 의사를 담은 군사안보전략개념으로 인식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리고 중국 전문가와 정부 인사들은 미국의 의중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시대착오적인 전략 구상이라고 비판을 표명하는 동시에 나름의 대응방안을 제안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또 하나의 이유로 미국의 무역 적자 해소를 위한 공개적인 노력이 결여된 사실이다. 일본에 대해서만 공정한 무역의 필요성을 강조한 뒤 더 이상의 발언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4개국과 투자협약을 맺는 것으로 이를 절충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였다. 즉, 이를 대안으로 염두에 두었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겼다. 왜냐면 일본, 한국, 중국과 베트남과 체결한 투자 협약을 홍보하는데 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동안 초미의 관심사 중 하나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문제에 대한 그의 입장 공개 여부였다. 그는 이 문제와 관련 확고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대신 개정 협의의 필요성만 언급한 채 중국으로 건너갔다. 중국에서조차 그는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 문제에 있어 유한 입장을 취했다. 그의 종전의 강경한 입장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가령 대중 무역 적자와 대북 제재 문제와 관련 환율조작국의 카드로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그의 결의는 북경에서 실종됐다.

ⓒAP=연합뉴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목할 만한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의 순방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는 투자 약속을 받아냄으로써 경제 이익을 극대화한 것이었다. 대중들의 눈에는 그가 경제 이익을 챙기는데 급급해 하는 것으로 비춰질 정도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서 약 1100억 달러, 한국에서 약 780억 달러, 중국에서 약 2500억 달러, 베트남에서 약 120억 달러의 비즈니스 투자 계약에 합의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는 12일 동안 4개국 ‘출장’에서 약 4500억 달러의 투자 합의를 이끌어 내면서 비즈니스의 달인 면모를 과시했다.

물론 이 모든 구매 계약이 다 성사될 지에 대해 의구심이 없지 않다. 통상 계약 금액과 실제 금액에 차이가 빈번한 선례 때문이다. 단, 주목할 부분은 한국과 일본의 계약금액이 보도된 것보다 상당히 커질 것으로 보인다. 왜냐면 보도된 계약 금액에는 무기 구매 액수가 누락되었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약 80억 달러어치의 무기 구매에 합의했다. 한국은 아직 확정되어 보이지 않는다.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의 투자 규모다. 우리의 경제규모(GDP)가 중국의 약 1/10에 불과하지만 투자 합의 금액은 중국의 1/3 수준이다. 일본의 경제규모에 1/4이지만 일본의 약 2/3 수준에 달하는 금액에 합의한 것이다. 그리고 덤으로 우리는 미국과의 FTA 개정에서 손해를 감수해야할 것이다. 이 밖에 한미동맹 방위분담금 상승과 미국 무기의 추가 구매 등 경제적 부담을 더 안아야 할 판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순방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미국의 동아시아 지역 내의 무대 이전이다. 그는 종전 무대였던 ‘아시아-태평양’지역을 ‘인도-태평양’으로 대체했다. 이의 연유는 불확실하나 언론에 알려진 것은 일본의 아베 수상의 발언을 트럼프 대통령이 수용한 것이다. 그러면서 역내 국가들은 이 같은 새로운 지역 개념이 내포하는 전략적 함의를 궁금해 할 수밖에 없게 됐다.

역으로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미국도 이 지역 개념에 대한 명쾌한 정의가 없다는 것이다. ‘인도-태평양’ 지역 개념이 단순한 지리적 개념인지, 아니면 지정학적 전략 개념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지난 10년 동안 진행되어온 4개국 협의체(일본, 호주, 미국과 인도) 때문에 지정학적 전략 개념의 성격이 농후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것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국가가 어떠한 형태로 군사안보 방면에서 유대관계를 형성할 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사실이다. 이것이 럭비에서 말하는 ‘스크럼(scrum)’을 짠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군사협력관계의 기반으로 작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관측 수준에 머물고 있다. 대신 이 개념을 지리적 개념으로 정의하면 4개국이 스크럼을 짜고 중국과 대응하기 위한 준비 태세로 볼 수 있어 아마도 중국 대응의 마지노선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이와 다르게 만약 군사협력관계의 기반으로 진화시킬 의지가 있는 개념이라면 아마도 일본의 군사적 역할의 증대와 역내 국가의 군사력 증대로 귀결될 것이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미국의 동맹국가들의 참여는 필연적일 것이다. 그래서 한국 방문 때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동맹을 인도-태평양의 중대한 축의 하나로 명명했는지 모른다.

미중의 북한 해법의 이견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서 북한 핵과 북한 문제에 대한 해법이 특별히 논의되지 않았다. 미중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지난 두 차례의 회담과 마찬가지로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미국은 모든 옵션을 상정하고 있지만 중국은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방안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의 군사적 선택에 대해 중국은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미중 양국 정상이 북핵과 북한 문제에 대해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문제 해결 이후의 한반도 권력 지형의 최종 형상(end state)에 대한 양국이 가지고 있는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이들의 전략적 사고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즉, 북한 문제의 해결이 한반도 권력 구조의 본질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 자명하다. 북핵 문제가 해결되든, 북한 문제가 해결되든, 문제의 전제 조건이 충족되는 해결 방안은 동북아 지역 질서의 개편을 의미한다.

중국이 주장하는 ‘쌍중단’이나 ‘쌍궤병행’은 북한과 궤를 같이한다. 이 경우 주한미군의 철수나 한미동맹문제 역시 결과에 어느 정도 상응하는 변화를 전제하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이 만약 제재와 압박과 같은 비폭력적인 수단을 해결 방법으로 고수하면 북한과의 대화와 타협이 뒤따른다는 이야기다. 이 경우 미국도 북한의 요구조건을 어느 정도 수용해야한다는 의미다.

북한의 요구 조건을 미국과 중국이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래서 미국이 궁극적으로 평화적 해결의 최종 목표를 북한의 정권교체로 설정한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미국이 북한의 요구조건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김정은 정권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역으로 중국이 평화적인 해결을 견지하는 것은 비평화적인 수단으로 북핵과 북한 문제 해결로 야기될 수 있는 한반도 ‘현상 유지(status quo)’에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시점에서 미국과 중국이 제재와 압박을 견지하는 것은 시간을 벌기 위한 전략으로 밖에 해석이 안 된다. 미중 양국은 북핵과 북한 문제의 해결을 전제로 한반도 정세의 최종 형상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 그래서 두 나라가 북한 문제를 깊이 논의하지 않은 것은 당분간 동북아의 안보 질서를 현상 유지하겠다는 의도가 두 나라 인식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중국도 미국도 북한 문제 해결에 대한 준비 태세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미중 양국은 기존의 제재와 압박 입장을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우선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을 강력히 반대한다. 미국은 대북 선제공격을 표면적으로나마 원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중국의 ‘쌍중단’과 ‘쌍궤병행’의 제안을 거부하고 있다. 중국이 묵인하거나 협조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의 군사적 해결 방법은 실행이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평화적인 해결의 해법은 북한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이런 상황을 목전에 두고 동북아 5국(한미중일러)은 북한의 전략 가치를 재평가하는데 분주할 것이다. 이들의 북한 전략 가치 평가의 내용은 북한의 핵보유 지위 문제에서부터 북한의 포용, 유실, 이탈, 상실 등의 문제까지 포함할 것이다. 7차 핵실험이 북한 핵 보유국 문제에 종지부를 찍는 시점이 되면 이런 주변국의 고민은 더 노골화될 것이다. 이때부터 북한 끌어안기 경쟁이 개진될 것이다.

지금은 북한이 ‘꽃놀이패’를 쥐고 있다. 북한이 좌지우지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7차 핵실험과 더 많은 미사일 시험이 있을 전망이다. 이때 주변국의 대응이 관건이 될 것이다. 북한 핵 야욕을 완전히 막을 의사와 의지가 있는지, 아니면 기존의 입장을 유지하면서 묵인할 지에 대해 모두 심각하게 고민할 것이다.

역사는 증명한다. 지금까지 핵 야욕을 가진 나라를 막지도 못했고 핵 야욕을 가진 나라는 중간에 포기는 없었다. 7차 핵실험을 앞둔 상황에서 이제는 새로운 게임에 대응해야 하는 형국이 펼쳐질 것이다. 이것이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에서 주는 암묵의 메시지다.

ⓒ청와대

우리의 미중 북한 해법에 대한 오독

북한 문제를 둘러싸고 주변국은 자신만의 전략 짜기에 분주하다. 그런데 우리의 문제는 주변국의 호응과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남북대화에서는 중국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고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한미동맹은 물론 한미일 군사관계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이런 우리의 차별적인 입장과 자세는 우리의 대외적 신뢰를 스스로 깎아 내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우리 정부는 중국과 입장 일치를 봄으로써 중국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매우 고무되어 있다. 이는 그러나 중국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것이다. 외교에서 같은 단어를 사용한다고 그 개념과 의미가 상대방이 생각하는 것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그러나 순진하게 문학적 의미에서 이를 해석하는 경향이 많다. 그리고 이런 과오가 지난 12월 14일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정상회담에서 이른바 ‘한반도 4대 원칙’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한반도 4대 원칙에서 우리 정부는 특히 중국이 ‘한반도 전쟁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데 합의한 것에 고무되었다. 심각한 문제는 우리 정부가 발표한 이른바 ‘한반도 4대 원칙’이 중국 외교부 문헌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즉, 이는 한중 양국 간의 합의된 인식도 원칙도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무슨 근거로 이 같이 주장하는지 의심스럽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우리 정부가 중국 측 발언의 대상과 전략적 함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이런 불안감은 몇 가지 사실로 더 커진다. 우선 중국 언론 보도에서 나타난 시 주석의 발언에는 ‘한반도 4대 원칙’이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대신 그는 한반도 전쟁 불가, 한반도의 비핵화와 북한 문제의 평화적 해결 등의 입장만을 재천명한 것으로 보도됐다. 남북한 대화 지지 입장은 이 발언에서 누락되었고 후속 발언에 포함되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이를 한중 ‘한반도 4대 원칙’으로 둔갑시켰다. 국빈방문임에도 불구하고 공동성명문이나 공동기자회견이 없었던 이유로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두 번째 사실은 시 주석이 기존의 한반도 전쟁 불허 방침을 재천명했기 때문에 새로운 원칙에 합의한 것이 아니었다. 중국은 지난봄부터 한반도 전쟁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다. 메시지의 대상은 미국과 북한이었다. 4월부터 한반도 위기설이 전해지자 이에 대한 입장 표명이었다. 이후 위기설이 8월과 10월에 다시 제기되자 같은 입장을 재차 밝혀왔다. 반면 우리 정부는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전쟁 반대 입장을 처음 밝혔다. 우리의 대상은 국민과 미국이었다.

문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한반도에서 전쟁 반대의 입장을 밝혔다. 그 이유를 우리 주권에서 찾으면서 우리의 결정 사안이라고 했다. 또한 전쟁 반대의 입장이 미국과도 다르지 않다고 강조하면서 우리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려 했다. 그런데 미국의 입장은 다른 것 같다. 북한 타격이 전략적 옵션으로 아직 유효하다. 지난달 미국과 중국 군장성들이 북한의 최악 상황 대비를 논의한 사실도 이를 방증한다.

중국의 한반도 전쟁 불허 방침에는 수많은 전략적 함의가 내포되어 있다. 우선 미국의 대북 타격이 선제든 정밀타격이든 모두 침략 행위로 규정된다는 것이다. 둘째, 북중동맹조약의 유효성이다. 즉, 조약의 제2조 규정에 따라 북한이 외부로부터 침략을 받으면 중국의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북한 문제의 무력 해결에 후퇴 없이 맞서겠다는 결의를 밝힌 것이다. 이런 대응이 북한의 방어를 위한 것이든, 한반도에서의 영향력을 고수하기 위해서든, 중국의 외교안보전략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전쟁에 대한 결의는 지난 10월에 개최된 19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 보고서에서도 공식화되었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시진핑 정부가 진행해온 국방개혁과 군사현대화의 슬로건에서 공개되었던 것이었다. 즉, 중국 군 개혁의 목적은 ‘싸워서 이기는(能打勝仗) 군대’로 중국군을 탈바꿈하는데 있다는 것이다. 강군 건설로 중국꿈의 완성에 일조하겠다는 의지가 강력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의 전쟁에 대한 결의는 미국에 전략적 ‘뻥카’로 제시된 것이다. 표면적으로 미국과의 전쟁에서 후퇴나 양보가 없다는 의사를 명백히 밝힌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중국이 전략적 모호성, 즉 미국의 공격을 묵인하거나 협조하지 않을 태세를 보이면서 미국을 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의 자신감은 역사적 경험에 근거한 것이다. 미국과 소련은 각각 1964년과 1969년에 중국의 핵시설 타격을 놓고 고민할 때 서로를 만류했다. 그 만류 방식은 상대방의 중국 핵시설 타격 계획을 묵인하거나 동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것이었다. 서로의 입장을 의식한 결과 이들의 중국 타격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런 역사적 교훈에 거울삼아 중국 역시 미국의 북한 타격 계획에 응대하고 있다. 즉, 묵인도 협조도 하지 않는 입장을 고수하는 전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중국이 입장과 인식을 같이한다고 오해한다.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고 용법에 현혹된 결과다. 외교에서 같은 단어가 같은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특히 외교 용어는 사용자의 고유한 사고방식과 인식, 관념, 가치관에 근거하기 때문에 함의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외교에서 같은 단어를 놓고 종종 동상이몽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결과가 빚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눈높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대국은 ‘새의 눈’으로 정세를 분석한다. 새는 나무와 숲을 넘어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까지 파악한다. 그러나 우리는 숲을 보는 데만 급급하다. 전쟁에서 전투기, 정찰기와 인공위성이 전세에 우위를 가져다주는 이유를 망각한다.

이제는 전문가들이 새의 눈이 되어야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전문가들이 정권의 성과를 옹호하기 바쁘다. 특히 한반도 위기설이 난무한 가운데 한 달 사이에 연쇄적으로 개최된 한미, 미중, 한중정상회담의 결과 평가도 예외일 수 없다. 한중 외교의 사각지대에 대한 냉철한 분석으로 충정 어린 조언에 이바지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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