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9일 고위급 회담' 제안 수락…2년만에 남북 대화

일시·장소 변동 없이 그대로 수용…적극적 자세

남북 당국이 고위급 남북 당국자 회담 개최에 합의했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2일 고위급 남북 당국회담 개최를 제의한 지 사흘 만에 북한이 호응한 것이다. 북한이 기존과는 달리 남한이 제안한 날짜와 장소 등을 그대로 수용한 것을 두고 그만큼 이번 회담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5일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오늘 오전 10시 16분 경 북측으로부터 우리 측이 제의한 1월 9일 판문점 평화의 집 회담 제안을 수락하겠다는 전통문이 왔다"며 "회담 개최와 관련한 실무적인 문제들은 '문서 교환 방식'으로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백 대변인은 "전통문은 북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명의로 도착했고 수신자는 대한민국 통일부 장관 조명균으로 돼 있다"고 전했다. 이에 오는 9일 조명균-리선권을 각각 남북 수석대표로 하는 고위급 회담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고위급 회담 개최를 위한 별도의 실무접촉 없이 9일 바로 회담이 개최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백 대변인은 "그렇다"라고 답했다. 이로써 남북은 지난 2015년 12월 11일 차관급 남북 당국회담 이후 2년 1개월 만에 다시 회담장에 마주앉게 됐다.


앞서 지난 2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평창 동계올림픽 북측 참가 등과 관련한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1월 9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고위급 남북당국회담을 개최할 것을 북측에 제의한다"며 "평창 동계올림픽 북측 참가 문제 협의와 함께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상호 관심사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북한은 하루 뒤인 3일 판문점 연락 채널을 가동하겠다고 밝혔고, 이틀 뒤인 이날 남한이 제안한 회담을 수정 없이 그대로 수용하는 자세를 보였다.

박근혜 정부 당시만 해도 회담 수석대표의 '격'(格)문제를 포함해 회담의 장소와 일시 등을 두고 남북 간 신경전을 벌인 것과는 매우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에 국제적인 고립과 제재에서 벗어나기 위해 남한과의 관계 개선이 시급한 북한 입장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양측이 회담 의제를 비롯해 아직 협의해야 할 사안들이 남아있기 때문에 실제 회담이 이뤄졌을 때 어떤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의제와 관련 백 대변인은 "북측은 전통문에서 평창 올림픽 경기 대회를 비롯한 남북관계 개선 문제"라고 답했다면서 실무적 문서 협의를 통해 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통화가 북한의 이같은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백 대변인은 "남북관계 복원 노력과 함께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춰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간다는 정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일각에서 북한의 선수단을 제외한 대표단에 평창 올림픽 참가와 관련한 재정 지원을 하는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과 관련, 백 대변인은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서 대북제재 위반 등의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며 "그러한 차원에서 준비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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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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