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에 '한나라 낙하산' 또 덮치나?

MB 고대 후배·김앤장 출신 변호사 등 사외이사에 낙점

이명박 정부 들어 '한나라당 낙하산'이 요직을 휩쓴 대우조선해양에 또 다시 친정부 성향 인물들이 사외이사에 낙점됐다. 연임 로비를 위해 정권 실세 및 김윤옥 여사에 로비를 했다는 의혹(☞관련 기사)을 받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사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인물도 포함됐다.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28일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사외이사 3명이 오는 25일 열릴 대우조선해양 주주총회에서 교체될 전망이다. 배길훈, 김영, 장득상 등 여권 인사들이 나간 자리를 김영일 전 경기도 경제단체연합회 사무총장, 이민희 김앤장 변호사, 김지홍 KDI 교수 등이 메웠다.( ☞관련 기사)

MB 고대 후배, 대선 조직 사무총장 출신이 사외이사로

문제는 새로 선임된 이들 역시 모두 현 정부와 밀접한 관계가 있거나 남상태 사장과 가까운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김영일 씨의 경우 2006년 지방선거 당시 김문수 한나라당 경기지사 후보 특별보좌역으로 캠프 핵심 역할을 한 인물이다. 김 씨는 현재 글로벌코리아포럼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데, 이 조직은 '친이명박 성향'으로 꼽힌다.

글로벌코리아포럼은 2007년 6월 29일 17대 대선을 앞두고 "대한민국이 글로벌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대책 수립"을 목표로 창립된 단체로, 사실상 대선 측면 지원 조직이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선배이자 민정당 국회의원을 지냈던 김중위 전 환경부 장관과,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을 지낸 윤영오 국민대 명예교수가 공동대표를 맡았었다.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경선 후보도 창립식에서 축사를 했다.

이와 관련해 당시 이명박 캠프 측은 글로벌코리아포럼을 "친이명박 성향 조직"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 조직의 초대 장두석 사무총장에 이어 현재 사무총장인 김영일 씨는 43년생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이기도 하다.

김지홍 KDI 교수는 한진 사외이사를 역임해 왔었고,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현 정부 인사로는 한나라당 유일호 의원이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출신이다.

게다가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9월 '한나라당 출신 경영고문 3인방'과 재계약을 했다. 이재오 특임장관의 측근 중의 측근으로 꼽히는 오동섭 고문을 비롯해, '포항향우회' 사무총장 출신인 정하걸 고문, 한나라당 부대변인 출신 함영태 고문 등 야당이 '한나라당 낙하산'으로 지목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왔던 인물을 재계약한 것이다.
▲ 신거제대교 입구에 대우조선해양이 설치한 입간판 ⓒ뉴시스

남상태 매제 김회선 '절친'인 김앤장 이민희 변호사 선임

이들과 함께 낙점된 이민희 변호사는 남상태 사장의 매제(여동생의 남편)인 김회선 전 국정원2차장(현 김앤장 고문)과 뗄레야 뗄수 없는 관계다. 58년 생인 이 변호사는 김 전 차장의 경기고, 서울대 법대, 사법고시 3년 후배(이 변호사가 23회, 김 전 차장이 20회)인데다, 노무현 정부 시절 같이 법무부에서 일을 한 사이다. 현재는 같이 김앤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서울 남부지청 검사로 있다가 95년 김앤장에 합류했다. 2003년 12월 김앤장에 근무하던 도중 당시 '파격적'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노무현 정부의 법무부 출입관리국장에 발탁됐고, 이후 2005년 사표를 낸 뒤 다시 김앤장으로 돌아갔다.

이 변호사의 선배인 김 전 차장도 2004년 6월, 법무부 기획관리실장에 발탁돼 이 변호사와 호흡을 맞췄다. 이 변호사가 사퇴한 것과 비슷한 시기인 2005년 3월 김 전 차장도 사표를 냈고 김앤장에 합류했다. 이후 2008년 국정원 제2차장으로 정부에 복귀할 때까지 2년 11개월동안 김앤장 변호사, 두산건설 사외이사를 지내며 45억2869만 원을 벌어들여 소위 '잘 나가는' 변호사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게다가 김 전 차장은 이명박 정부 민정수석 후보군에 항상 이름이 오르내렸던 인물이다. 그러나 김 전 차장이 남 사장의 매제라는 사실, 남 사장이 김윤옥 여사의 동생이자 이명박 대통령의 처남인 고 김재정씨와 친구라는 사실 때문에 청와대에서도 "김 전 차장을 발탁하기에 부담이 된다"는 얘기들이 나오기도 했었다. 그 정도로 이 대통령 부부와 가까운 인물인 것이다.

이민희 변호사, 산업은행-한화 소송에 영향 미칠까?

남상태 사장의 매제인 김 전 차장의 절친한 후배라고 할 수 있는 이 변호사가 이번에 사외이사로 들어간 것은 정치권에도 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민주당 우제창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제기했던 의혹과 연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1월 대우조선해양 우선협상자인 한화가 인수 포기를 선언하자,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한화가 미리 낸 이행보증금 3150억 원을 몰취했다. 그러자 한화는 "금융위기와 대우조선 실사실패로 인수를 포기한 만큼 이행보증금을 돌려 달라"고 요구했고,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관련 소송이 진행중이다.

이와 관련해 우 의원은 "한화의 소송대리인은 김앤장으로, 김앤장에 막대한 성공보수(50%)를 약정했다고 하고, 김앤장의 고문변호사 김회선(전 국정원2차장), 즉 남상태 사장의 매제가 로비를 벌이고 있으며, 남 사장은 산은에 협력하는 게 아니라 산은이 재판에 패소하는데 (한화에) 협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관련 기사)

현재 1심에서는 한화가 사실상 패소했다. 그러나 2심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산업은행의 사실상 '자회사' 격인 대우조선해양이 산은과 싸우고 있는 한화의 법률 대리인인 김앤장 출신 변호사를, 게다가 자신의 매제와 '절친'인 인물을 사외이사로 선임토록 했다는 것은 석연찮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고발, 또 고발, 남상태 사장의 깊어가는 '시름'

현 정부 들어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평을 받는 남상태 사장의 고민은 깊어가고 있다. 최근 2조 원대 컨테이너선 10척을 수주한데 이어 1조 2000억 원 규모의 드릴쉽 2척을 수주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각종 고소 고발이 이어지고 있거나 예정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남상태 사장은 해외투자기업 산업연수생 제도를 악용해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는 혐의로 김해이주민인권센터에 의해 검찰 고발을 당했다.(☞관련 기사) 산업연수생 피해자와 김해이주민인권센터는 지난달 24일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사장을 노동관계법 위반으로 다시 고소하는 것과 더불어 횡령, 은행법위반 등에 대한 혐의로 대우조선해양과 국민은행을 검찰에 고소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주민센터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 고용노동부 금융감독원 등은 피해 연수생 등의 고발을 접수하고도 석연치 않은 이유로 조사를 미뤄왔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남 사장이 현 정부 실세들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남 사장은 신대식 전 대우조선해양 감사실장으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한 상태이기도 하다. 신 실장은 당시 고소장에 "임직원의 비리를 파헤치던 고소인의 직무를 배제하기 위해 본인을 대기발령했다"고 주장하며 혐의로 남 사장을 위증 및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관련 기사)

남 사장은 또 국회 정무위 국감 불출석으로 국회로부터 고발당할 처지에 몰렸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해 국감에서 채택된 증인 24명이 출석하지 않은데 대해 검찰 고발을 여부를 조율중이다. 남상태 사장의 경우 현재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검찰에 고발키로 잠정합의한 상태다. 오는 9일 있을 정무위 회의에서 여야는 남 사장 고발 건 등을 최종 결정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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