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TK(대구경북) 시다바리냐." 당협위원장직 박탈 명단에 포함된 자유한국당 박민식 전 의원이 19일 이렇게 반발했다. 김희정 전 의원도 "이대로 가면 내년 선거에서 부산은 망한다"고 했다. 유난히 부산권 당협위원장들의 반발이 심하다. 전날 유기준 의원에 이어 연이틀 상경 투쟁이다.
실제로 62명의 당협위원장을 교체한 당무감사 결과 부산은 쑥대밭이 됐다. 현역 의원인 유기준, 배덕광 의원, 박민식, 김희정 전 의원과 김척수, 김호기 당협위원장 등 6명이 교체명단에 올랐다.
이와 대조적으로 TK에선 대구 북을 1곳만 교체 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이 지역은 건강 상의 이유로 양영모 당협위원장이 지난달 20일 자진사퇴한 곳이다. 사실상 단 한명도 교체되지 않은 셈이다.
당원권정지 징계가 내려진 최경환 의원(경북 경산)을 비롯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완영(경북 고령·성주·칠곡)의원도 물갈이 명단에서 빠졌다. 대표적인 친박 인사인 서청원 의원(경기 화성갑)이 교체 대상에 오른 점과도 비교된다.
지역 정가에선 부산경남과 달리 TK가 당무감사 '무풍지대'가 된 까닭이 홍준표 대표의 대구 진출설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대한애국당을 창당한 조원진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달서병과 이번에 교체 대상 지역구로 포함된 북을 중 한 곳의 당협위원장 자리를 홍 대표가, 나머지 한 곳은 홍 대표의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강효상 의원(비례대표)이 맡을 거란 후문이 나돈다.
실제로 홍 대표는 지난달 30일 대구지역 언론인 간담회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올 연말까지 대구 당협위원장을 맡겠다"고 했다.
그는 "지방선거에서 TK 선거를 확실히 하고 나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고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반드시 대구 달서병이나 북을 중 한 곳을 택해 내려오겠다"고도 했다.
이처럼 대구로 지역구를 옮기려는 홍 대표가 지역 정가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번 당무감사에서 TK 물갈이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는 게 지역언론들의 분석이다.
대구는 공천이 곧 당선을 보장하는 자유한국당의 텃밭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몰락과 친박계의 위축으로 무주공산이 된 TK 맹주 자리를 차지할 경우, 홍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굳어질 수 있다.
이처럼 당협위원장 교체가 '홍준표 사당화' 논란과 맞물리자 홍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당협위원장 추가 선임이나 공천은 공당의 시스템에 의해 계량화된 수치와 정무적 판단으로 선정하는 것이지 친홍을 자처하는 특정인이 선정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했다.
자유한국당은 금주 내로 당협위원장 재심 절차를 마무리하고 조직강화특위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조강특위는 교체 대상 지역구에 새 당협위원장을 인선하는 역할을 한다.
자유한국당은 조강특위 위원장과 위원들을 외부에서 영입할 방침이다. 그러나 100% 계량화된 수치로 62명의 교체 대상을 선정했다는 당무감사 설명과 달리, 새 당협위원장 임명에는 '정무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
홍 대표가 대구 당협위원장에 최종적으로 인선될 경우, 당무감사 '차도살인(남의 칼로 사람을 죽인다)' 논란에 이어 '홍준표 TK 알박기' 논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친홍계로 분류되는 홍문표 사무총장조차 이날 홍준표 대표의 대구 진출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며 지방선거 때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겨냥해 수도권 등 '격전지 출마'를 종용했다.
홍 사무총장은 "당의 책임 맡은 분이 투신을 해서 당이 어려울 때 당을 위해서 나갔으면 하는 생각을 솔직히 사무총장으로서 가지고 있다"며 "당 대표가 (격전지에) 나가면 시너지 효과도 있고 모든 것이 좀 더 활성화가 되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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