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P&G '페브리즈'는 여전히 영업비밀!

[함께 사는 길] 정부와 기업 간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 자발적 협약' 한계 있다

"가습기살균제 이후로 생활화학제품, 특히 탈취제 등 스프레이 사용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시민입니다. 특히 제가 직업이 고등학교 선생인지라, 우리 아이들이 체육 시간 후 땀 냄새 베인 체육복 위에 페브리즈를 다량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페브리즈를 뿌리게 될 경우 섬유만이 아니라 학생들의 신체나 공간 등에도 분사되어 우려스러운데요. 페브리즈 성분과 안정성에 대해 알려주세요."

시중에 판매하는 페브리즈를 보면 '상쾌한 향', '은은한 향', '허브향' 등 다양한 향을 내세우며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페브리즈를 선택할 경우 향만큼 중요한 게 있습니다. 바로 사용 용도에 따라 섬유 속 냄새와 세균을 없애주는 '섬유탈취제'와 공기 중 냄새를 없애주는 '공기탈취제'로 구분됩니다. 섬유탈취제의 경우 집안의 카펫, 커튼, 매트뿐만 아니라 직접 피부에 닿는 옷과 베개, 침구 등에 사용해도 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팩트체크가 제품의 성분과 안전성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함께사는길

제품에 포함된 성분명을 알려 주세요

팩트체크가 (유)한국피앤지(P&G)에 페브리즈의 성분과 안전성을 물었습니다. 하지만 P&G는 "영업 기밀에 해당하여 공개가 어렵다"는 의외의 답변이 왔습니다. 덧붙여 페브리즈 전(全)성분에 관한 정보는 웹사이트(www.febreze.co.kr)에 공개했으니, 직접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가습기살균제에 이어 페브리즈 유해성 논란이 일자, P&G는 성분을 공개한다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공개하고 있을까요? 확인 결과 웹사이트에는 향료나 용도별 각 제품에 포함된 성분을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 공통으로 함유된 성분의 일반 정보와 특징만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페브리즈 유해성 논란은 끝난 거 아닌가요?

올해 초 환경부는 시중에 유통, 판매 중인 위해우려제품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이 중에서 탈취제, 방향제, 세정제 스프레이형 제품에 함유된 살생물질이 400여 종에 이르고, 그중 위해성 평가가 확인된 살생물질은 12%인 55종에 불과하다고 발표했습니다. 살생물질은 유해 세균을 제거, 억제하는 효과를 가진 반면, 인체에 유해할 수 있어 정부에서 별도로 관리하기 위해 '살생물제법' 제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페브리즈에 포함된 살생물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안전성 평가가 확인된 물질은 어떤 것이 있는지 확인해 볼까요. 환경부가 공개한 '유해화학물질과 살생물질 성분'에 따르면, P&G에서 판매하는 45개의 섬유 공기 탈취제용 페브리즈를 확인한 결과 살생물질인 △알코올 △구연산 △폴리아지리딘 △DDAC △BIT 등 총 5종이 포함됐습니다. 하지만 P&G가 웹사이트에 공개한 성분 내용 가운데 BIT를 제외한 4종의 물질만 포함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BIT는 살생물질로 가습기살균제 원인물질인 CMIT/MIT와 같은 이소티아졸린 계열 물질입니다.

더욱이, 페브리즈 미국 본사 웹사이트에는 BIT 성분을 공개하고 있지만 한국 P&G는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P&G 측은 "내부 확인 후 연락을 주겠다"는 답변 후, 다음날 담당자를 통해 "최근 홈페이지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누락된 것 같다. 바로 보완하겠다"고 전해왔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페브리즈에 함유된 살생물질 중 위해성이 확인된 물질이 3종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나머지 2종의 물질인 △구연산과 △폴리아지리딘은 흡입독성 자료 없이 페브리즈에 함유되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P&G는 올 초 정부의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 자발적 협약'을 맺은 기업 중 하나입니다. 협약에 따라 P&G는 내년 말까지 판매하는 모든 제품의 전성분을 정부에 제출하고 시민에게 공개해야 합니다. 하지만 위의 사례처럼 정부에 제출하는 자료와 시민에게 공개하는 자료가 다르다면, 기업이 공개하는 전성분을 시민들이 믿을 수 있을까요? 지금의 자발적 협약의 한계는 분명합니다. 기업이 실수든 고의든 간에 성분이 빠지거나 허위 정보를 공개하더라도 제재를 할 수 없다는 겁니다. 기업의 자발적 참여와 의지를 넘어 법과 제도로써 전성분 공개를 규제하고 강제할 수 있어야만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인 '전성분 공개'에 대해 시민들이 믿고 안심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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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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