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가 씨앗 뿌린 '지옥철 9호선', 엿새간 멈춰선다

민자 적자보전 이유로 공공성·노동조건 외면

서울 지하철 9호선 노조 파업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예고된 결과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당시 민자 투자로 탄생한 9호선의 태생적 한계가 파업으로까지 이어진 것 아니냐는 뜻이다.

서울9호선운영노조(이하 노조)는 지난 27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면적 차량 증편 △인력 충원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오는 30일부터 엿새간 개화~신논현 구간에서 시한부 파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노조 "투자자 보호하느라 노동 조건 열악"

노조는 9호선 지하철 1~8호선 노동자가 1인당 승객 16만여 명을 수송하는 데 반해, 9호선 노동자가 1인당 승객 26만여 명 수송을 책임져야 할 정도로 일손이 부족하다며 파업의 불가피함을 호소했다. 다른 지하철 노선과도 비교될 정도로 노동 여건이 열악해 결국 승객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는 얘기다.

역 전체를 1인이 관리하는 1인 근무역도 15개 역사에 달해 증원이 시급하다고 노조는 강조했다. 노조는 최소 45명의 증원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45명 증원은 사측 입장을 고려한 최소 수준"이라며 "노조가 1~8호선 수준의 인원 증원을 요구한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열차 운행을 위해 필요한 ㎞당 인력 배치 수준에서도 9호선과 1~8호선 노동 인원은 차이가 난다. 열차 운행을 위해 배치된 서울시메트로(1~8호선)의 ㎞당 평균 인력은 70명 수준이지만 9호선은 15명대에 불과하다. 이처럼 절대 인력이 모자라, 9호선 역무 노동자는 고객대응, 시설물 안전 관리, 방화 관리, 인명구호 등 기존 역 직원 업무에 더해 로컬신호취급, 선로전환기 취급 등 추가 업무까지 부담해야 한다.

다만 노조는 이번 파업기간에도 출근시간대(오전 7시~9시)에는 지하철을 정상 운행키로 했다. 시민 불편 최소화를 위해서다. 퇴근시간대에는 현행 대비 85% 수준 운행률을 유지할 방침이다.

파업과 관련해 서울시는 비상수송대책본부를 구성하는 한편, 노조와 협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특히 이 같은 노동조건의 근본 원인으로 9호선의 특수성인 민영 논리를 거론했다. 지하철 1~8호선을 담당하는 서울교통공사가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면서 시민 복지와 타협점을 찾아가는 반면, 9호선은 이익 극대화 논리를 우선할 수밖에 없어, 자연스레 노동 여건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공공자산인 지하철의 특성상 지하철은 대체로 적자를 보기 마련이다. 하지만 9호선은 민자 투자로 만들어져 투자사의 적자를 서울시가 보전해줘야 한다. 이마저도 계약 당시 협약인 최소수익보전 협약을 개선한 성과다.

적자가 나는 동안에도 투자자들은 손해를 보기는커녕, 이익을 낸 배경이다. 2009년 설립 이후 프랑스 합자 회사들이 2015년까지 7년간 받아간 누적 배당 이익은 234억4800만 원이다. 투자자들은 막대한 대출 이익까지 봤다.

다만 9호선의 경우, 지난해 흑자를 봤다. 9호선을 운영하는 서울9호선운영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6억 원, 당기순이익은 27억 원이다. 이 같은 이익 우선 경영이 9호선 노동자의 노동 조건 악화와 이른바 ‘지옥철’ 오명의 근본 원인이 됐다.

▲ 27일 오전 중구 민주노총에서 박기범 서울9호선운영노조 위원장이 11월 30일 파업 돌입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출발부터 삐걱...예고된 재앙

9호선은 개통 후 비교대상을 찾기 어려운 지옥철로 악명을 쌓아왔다. 강서~강남 라인을 잇는 이른바 '황금노선'이지만, 차량 대수가 적어 차량 내부가 항시 혼잡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9호선 급행열차의 평균 혼잡도는 2014년 201%, 2015년 204%, 지난해 167%였다. 특히 오전 출근시간에 염창~당산 구간, 당산~여의도 구간 혼잡도는 240%에 달했다.

혼잡도란 열차 한 칸이 정원 대비 수용한 인원의 비율을 뜻한다. 9호선 열차 한 칸의 정원은 158명이다. 혼잡도가 240%라면, 정원의 2.4배인 380여 명이 열차 한 량에 탑승했다는 뜻이다. 지하철 혼잡도가 225%를 넘으면 승객이 호흡곤란을 느낄 수 있다. '지옥철' 오명이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실제 2015년 기준 서울 지하철 혼잡도 상위 10개 구간 중 1~5위가 모두 9호선 노선이었다. 염창~당산, 당산~여의도, 노량진~동작, 여의도~노량진, 염창~신목동 구간이 주인공이다. 앞으로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9호선의 혼잡도는 더 커질 수 있다. 김포경전철이 내년 11월 개통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김포경전철 노선은 9호선 김포공항역까지 이어진다. 자연히 9호선 이용객은 지금보다 늘어날 수밖에 없다.

9호선이 이처럼 혼잡한 원인으로 수요 예측 실패 등이 꼽히지만, 근본 원인은 자본 문제다. 서울시가 혼잡 개선을 위해 6량 차량 투입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9호선은 4량 체제로 출범했다. 8량~10량 체제인 기존 지하철의 절반 수준으로 차량 편성이 이뤄졌다. 애초 혼잡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소 자본 투자로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논리가 승객 과밀화로 이어졌다.

실제 9호선 이용객 수는 6호선 이용객수보다 적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9호선 일일 이용객 수는 48만여 명(1단계+2단계)으로 6호선 이용객 54만여 명의 90% 수준이다. 차량만 증편돼도 지옥철 현상을 크게 완화 가능하다는 뜻이다. 서울시는 2단계 구간 개통에 맞춰 6량 열차 투입을 결정하고 차량을 증편하는 등의 대책으로 과밀화 해소에 나섰다. 하지만, 열악한 노동 조건 개선과 1~8호선 수준으로 과밀화 정도를 낮추는 대책은 요원하다.

9호선이 이 같은 체제로 출범한 원인 제공자로 이명박 전 서울시장 이름이 얽히는 까닭이기도 하다.

▲ 9호선 문제는 공공자산을 민자화하는데 따른 폐해를 보여준다. ⓒ서울시 제공

MB 시장 시절 분란 씨앗 싹터

서울시는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던 지난 2005년 5월, 로템과 맥쿼리자산운용이 주요 투자자인 민자컨소시엄과 9호선 실시 협약을 맺어 민자투자 방식으로 지하철 9호선 사업을 개시했다. 이에 따라 서울 지하철 3기 계획 중 9호선만이 유일하게 실제화했다. 당시 사업이 무산된 노선 중 11호선은 신분당선으로 재추진됐다.

문제는 민자투자 계약을 맺을 당시 서울시가 컨소시엄 측과 최소운영수입보장제(MRG) 계약을 맺었다는 데 있다. 지하철 9호선 노선이 적자가 나더라도, 서울시가 적자 보전을 넘어 최소한의 수입(4%)을 보장해준다는 계약을 맺음에 따라 9호선은 출발부터 다른 노선과 달리 이익 추구를 교통 복지 논리보다 우선시할 수밖에 없었다.

출범 당시 기본 운임으로 1~8호선 기본운임인 900원보다 훨씬 높은 1300원안이 나온 이유도 이 때문이다. 논란 끝에 서울시가 운임 900원으로 개통케 하는 데 성공했으나, 이에 따른 부담은 고스란히 재정으로 메워야 했다. 10량이 아니라 4량 체제로 출범한 이유, 노동자를 적게 투입한 이유 역시 맥쿼리의 수익 보전을 위해서였다.

이 때문에 9호선은 출범 당시부터 민자특혜의혹에 휘말렸다. 투자자들이 매년 배당이익을 받아간 데다, 주요 주주들이 서울시메트로9호선에 운영자금을 대출해줘 이에 따른 이자수익까지 챙겨가는 데도 공공 이익은 뒷전이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 MB가 박은 9호선 '대못', 박원순이 뽑을까)

이 전 대통령 일가가 9호선 사업자 선정 과정에 연루됐다는 의혹마저 불거졌다.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에 취임했을 때 9호선 사업자가 변경됐고, 대통령 취임 후에는 대주주가 변경됐는데,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 일가가 이익을 얻었다는 이유다. (☞관련기사 : "'MB 조카' 대주주 만들려고 9호선 민영화했나?")

논란이 커지자 2013년 10월 사업자는 변경됐다. 이후 최소수입보장계약은 적자보전계약으로 완화됐다. 하지만 이익우선 경영 논리는 여전히 9호선 경영의 핵심이다.

새로운 운영사가 된 메트로9의 최대 주주는 농협은행이다. 한화자산운용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사와 다수 금융 컨소시엄이 주요 주주다. 이들 자본은 맥쿼리와 마찬가지로 지하철 운영 노하우는 없다. 이에 따라 메트로9은 프랑스계 철도사인 베올리아트랜스포트코리아가 지분 80%를 보유한 서울9호선운영과 새로운 위탁 운영 계약을 맺었다. 메트로9은 운영권을 넘긴 대신, 그에 따른 수수료 수익과 9호선 인근 부대시설 운용 등으로 수익을 올린다.

9호선의 실제 주인은 서울시이지만, 운영권은 메트로9의 위탁사인 서울9호선운영이 가진 체제다. 2단계 구간(신논현~종합운동장)과 3단계 구간(종합운동장~보훈병원) 운영사는 서울교통공사로 선정돼 민영 체제에서 공공 체제로 전환할 계기를 마련했으나, 1단계 구간 계약 만료 시기인 2039년까지는 반 민영 체제에 따른 논란이 불가피하다.

9호선 노조의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시민운동 차원에서 9호선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지하철은 시민의 소유라는 원칙에 따라 큰 그림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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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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