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은 '내 지갑을 지키는 운동'이다"

[함께 사는 길] 2018년 토목 예산을 감시하다

나는 환경연합 중앙사무처 에너지국 권력감시팀 팀장이다. 그러나 내 명함에는 '두마리토끼팀 장하나'라고 쓰여 있다. 명함을 받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두마리토끼팀이 무슨 뜻이냐?'고 묻는다. 물론 그런 질문을 바라는 마음으로 지은 이름이기에 기쁜 마음으로 설명하게 된다.

환경운동이 예산운동을 하는 이유

아직까지도 사람들은 환경운동이라고 하면 환경을 보전하고, 멸종위기 동식물을 지키는 운동이라고만 생각한다. 나 역시 별로 다르지 않았고, 그런 환경운동도 나는 너무 좋다. 나는 전직 국회의원이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임기 4년 동안 상임위를 바꾸지 않고 환경노동위원회에 몸담았고, 그건 환경운동에 대한 애착 때문이었다. 하지만 국회에서의 체험은 환경운동에 대한 나의 시각을 참 많이도 바꿔 놓았다. 대한민국 정부는 토건세력의 편에 서서 환경파괴를 일삼고 있다. 편에 섰다기보단 정부가 곧 토건세력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4대강사업으로 대표되는 대규모 국책 토건사업은 이명박 정부 이전에도 그리고 현재까지도 국가 재정을 망치는 주범이다.

국가 재정의 관점에서 보면 최소 22조 원이 들어간 4대강사업은 환경파괴뿐 아니라 22조 원의 복지예산교육예산 등 서민중산층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민생예산을 좀 먹은 것이었다. 그래서 환경운동을 통해 환경을 지키는 동시에 복지국가를 실현할 수 있다는 뜻으로, 두마리토끼팀을 명명하게 되었다.

부작용은 그뿐이 아니다. 복지국가 실현을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4대강사업과 같은 예산 낭비성 토건사업이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는 한, 국민들의 증세에 대한 반감은 해소될 수 없다. 즉 우리가 낸 세금이 합리적으로 필요한 곳에 적절히 집행된다는 신뢰를 회복하지 않고서는 복지후진국을 면치 못한다. 때문에 쓸모없는 댐, 저수지, 도로 등등 공사를 위한 공사를 근절해야 한다.

나는 사람들에게 환경운동이 환경만 지키는 운동이 아니라 내 지갑을 지키는 운동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고, 인간다운 삶과 나의 존엄성을 지키는 운동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두마리토끼팀인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 기간 중 제시한 복지공약·일자리공약 등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재원조달의 문제를 극복해야만 한다. 국정감사 기간에 자유한국당 등 보수정당들은 '문재인 케어' 등 새 정부의 복지공약이 국가 재정을 망칠 거라고 악담을 쏟아내고 있다. 해법은 하나다.

탈토건에너지전환을 실행에 옮기지 않고서는 복지공약은 후퇴할 수밖에 없다. 두마리토끼팀이 할 일은 삭감해야 할 토건예산을 규명하고 시민들에게 알리는 일이다. 그리고 시민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수천억 원짜리 댐 대신에 모든 아이들이 국공립 어린이집에 다닐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할 것이다. 수천억 원짜리 고속화 도로 대신에 청년들이 등록금 걱정 없이 대학에 다닐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할 것이다. 수백억 원짜리 저수지 대신에 중금속이 검출되는 학교 운동장을 천연 잔디 운동장으로 바꾸자고 제안할 것이다. 두마리토끼팀은 그런 일은 하는 1인 팀이다.

ⓒ함께사는길

실패한 기술에 또다시 예산 산정


환경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환경보전 자체가 목적이지만, 환경을 파괴하는 이들에게 환경파괴는 시시한 부작용일 뿐이다. 그들의 목적은 '돈'이다. 그리고 국회에서 알게 된바, 정치의 99퍼센트는 결국 돈 문제다. 400조 원에 달하는 정부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매년 수십조 원의 혈세가 불필요한 토건사업으로 낭비되는 것을 똑똑히 목격했다. 그 돈은 대부분 재벌 대기업의 주머니로 고스란히 들어가고, 일부는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치적이 되어 선거운동의 일환으로 전락한다. 사실 환경파괴보다 더 큰 부작용은 그 수십조 원의 기회비용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환경운동을 통해 정경유착을 청산할 수 있고, 조세정의를 실현할 수 있고, 복지국가를 실현할 수도 있다. 예산운동을 통해 환경운동 하는 맛이 더 난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기간 동안, 중앙사무처 사람들은 잠시 각자의 업무를 놓고 진짜 탈핵을 위해 힘을 모았다. 지난 10월 13~15일 시민참여단 합숙토론이 끝났고, 나도 이제 본연의 업무로 돌아와 '2018년 정부예산안'을 꼼꼼히 들여다볼 때가 되었다. 국회는 보통 11월 30일 전에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의결하므로 사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정권이 바뀌었다 해도, 400조 나라 살림의 씀씀이가 바뀌지 않으면 국민들의 삶이 바뀌지 않는다.

예산안은 새 정부가 얼마나 새로운지, 과거와 얼마나 결별했는지, 적폐청산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평가할 수 있는 아주 선명한 바로미터다. 실례로 지난해 전액 삭감 의견을 냈던 '파이로프로세싱 및 소듐고속로 예산'이 올해는(내년 예산안에는) 얼마나 책정됐는지 살펴보자.

우선 '파이로-소듐고속로'가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파이로프로세싱에 대해 사용후핵연료를 20분의 1로, 고준위핵폐기물 방폐장 면적을 100분의 1로, 방사능 독성을 1000분의 1로 줄일 수 있는 꿈의 신기술이라고 홍보해 왔지만 사실이 아니다.

지난 3월 방한한 미국의 핵전문가 프랭크 폰 히펠 교수(프린스턴대)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다른 모든 선진국들이 실패한 두 가지 기술, 즉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액체소듐냉각고속로(SFR)를 개발하려 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의 파이로프로세싱 및 소듐고속로 연구를 전면 비판했다. 원자력연구원이 참여한 2015년 미 보고서에 의하면, 파이로프로세싱은 방사능에 오염된 핵연료 집합체와 피복재로부터 중간 공정에서 발생하는 염폐기물과 금속폐기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발생시킨다. 그리고 그 양은 사용후핵연료보다 더 많을 수 있기 때문에 사용후핵연료 양을 20분의 1로 줄인다는 원자력연구원의 주장은 거짓이다.

또한 '미국 아이다호 국립원자력연구소도 5년 동안 파이로프로세싱으로 25톤의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16년 동안 겨우 5톤만 처리했을 뿐 막대한 비용만 들어갔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처럼 고비용에 위험성이 높아 고속로 건설에 관심 있는 나라가 거의 없다고 프랭크 폰 히펠 교수는 주장했다. 프랑스의 고속로 슈퍼피닉스는 개발에 100조 원이 들어갔지만 8퍼센트 가동 뒤 폐쇄되고, 일본의 몬주도 20년 동안 1퍼센트만 가동한 채 지난해 말 폐쇄 결정이 났다. 영국도 2018년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다. 중국은 2011년 파일럿 고속로를 가동했지만 소규모로 20킬로그램의 플루토늄을 생산한 뒤 편익이 적다고 판단해 중단한 상태다. 러시아 정도만 계속 가동을 하고 있지만 15건의 소듐고속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핵 정책 추진하려면 파이로프로세싱 예산 삭감해야

지난 10월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올해 6월 개최한 국제 콘퍼런스에서 발표된 미국 핵전문가 에드윈 라이만 박사의 연구보고서를 공개했다. 추 의원은 보고서를 참고하여 '현재 7000톤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사용후핵연료를 파이로프로세싱을 통해 처리하려면 4600년에서 2만8000년까지 걸릴 수 있다. 파이로프로세싱의 허구성이 미국 정부의 문건을 통해 확인된 것'이라며 파이로프로세싱에 관한 연구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민주당 유승희 의원은 '파이로-소듐고속로에 대한 상용화 계획이 전무한 상황에서 2028년까지 3조6000억 원으로 추산되는 실증시설 사업계획을 잡은 것은 무분별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 비용에는 관련 시설들의 유지관리 비용, 폐쇄 후 방사능 제염해체 비용 등 여러 필수 비용이 포함되어 있지도 않다. 이를 모두 고려하면 최소 30조 원 이상이 예상된다. 경수로 1기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할 실증시설 예산이 30조 원 이상이므로, 약 40기 경수로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를 전부 파이로프로세싱 처리를 하려면 가히 천문학적 비용이 들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정부의 파이로-소듐고속로 사업을 제2의 4대강사업이라고 명명했다.

관련 예산의 전액 삭감 의견은 환경연합의 일방적인 주장만도 아니었다. 지난해 예산 심의 때 민주당 박홍근 의원,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상 예결위), 무소속 윤종오 의원(과방위) 등이 파이로-소듐고속로 예산에 대해 전액 삭감 의견을 냈지만, 관련 예산 1021억 원이 원안 통과된 바 있다. 2018년 예산안에서 해당 사업의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지난해 과기부(당시 미창부)의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운영비 지원(R&D) 사업 예산 1460억 원 중에서 파이로-소듐고속로와 관련된 268억 원의 감액을 요구했었으나, 2018년 예산은 1442억으로 겨우 18억 원이 감액된 수준이다. 1442억 중 △친환경 핵연료주기시스템 실증 및 분석지원 193.6억 원 △ 방사선 융복합 신산업 클러스터 창출 92.6억 원 △ 장비구입비 8.3억 원 △ SFR 원형로 종합효과 시험시설 구축 39억 원 등 총 333억 원으로 문제예산은 오히려 늘어난 상황이다. 원자력기술개발사업 예산도 마찬가지다. 1353억 원에서 1295억 원으로 총액은 57억 원 줄어들었으나 이 중 △ 미래형원자로 330억 원 △ 핵연료주기 494억 원 등 문제예산은 824억 원으로 지난해 삭감 요구액 753억 원보다 오히려 늘어났다.

문재인 정부는 무슨 생각으로 지난 정권의 파이로-소듐고속로 사업을 계승하는 것일까?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에서 보듯 탈핵 공약을 이행할 의지가 없는 것일까? 아니면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정부 조직 내 찬핵 세력을 장악하지 못한 것일까? 그 어느 쪽이든 간에 문제는 심각하다.

2018년 예산운동 시작

지난해 환경운동연합은 2017년 정부예산안에 대한 의견서를 작성·발표하고, 국회 해당 상임위 위원 및 예결위 위원들에게 전달하여 반영되도록 노력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에서 사람을 위한 예산, 생태를 위한 예산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당시 환경연합이 문제제기한 정부 사업은 19개 사업이었고, 그중 16개 사업이 삭감 의견이었다. 감액 요구 규모는 약 3조7000억 원이었고 그 가운데 3.3퍼센트인 1241억 원만이 반영되었다.

두마리토끼팀이 생기기 전에도 개별 사업에 대한 예산 의견을 냈지만, 정부예산안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예산 심의 기간에 국회 예결위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본격적인 예산 운동은 작년이 처음이었다. 올해 더 정교하고 성과를 내는 예산 운동을 하고자 한다. 회원여러분의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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