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이 검출됐다!

[함께 사는 길] 학교 석면 문제 공론화시킨 두 엄마 이야기

경기도 과천 관문초등학교 한정희 학부모비대위원장은 "석면 냄새 맡는 여자"로 불린다. 더 '웃픈' 것은 과천 문원초등학교 이재홍 학부모비대위원장의 별명, "인간 확성기"다. 한정희 씨는 여름방학 때 학교에서 벌어진 엉터리 석면 철거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2주간 개학을 연기시켰다. 이재홍 씨는 학교에 인접한 재건축 현장의 석면 문제를 제기해 이틀간 전교생 대부분의 등교 거부 투쟁을 이끌었다. <함께사는길>의 요청으로 두 학부모를 만나 '그녀들의 투쟁' 이야기를 들었다.

▲ 한정희 관문초등학교 학부모비대위원장(왼쪽)과 이재홍 문원초등학교 학부모비대위원장(오른쪽). ⓒ최예용

최예용
: 저야 잘 아는 분들이지만 독자들을 위해 소개를 부탁드려요.

한정희 : 저는 3학년 남자아이와 6학년 여자아이를 둔 학부모로 전업주부입니다. 작년에 학교운영위원장을 했고 과천시에서 하는 '석면감시단 교육'을 받았어요. 석면시료 채취방법을 배웠는데, 실제 올해 학교의 '냉난방 석면 철거 후 조사'에서 써보게 됐죠. 8년째 과천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이재홍 : 전 2학년과 5학년 남자아이 둘 있어요. 저도 전업주부에요. 지난 7월 19일 재건축 관련 설명회 때 반장 엄마의 전화를 받고 갔다가 '석면을 왜 방학 때 철거해야 하냐?'는 질문을 할 정도로 아무것도 몰랐어요. 심각성을 알고는 '그냥 있으면 안 되는 거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비대위원을 하다가 비대위원장까지 하게 됐습니다.

최예용 : 비대위 결성은 어떻게 하셨고 어떤 활동을 해 오신 거죠?

▲ 한정희 관문초등학교 학부모비대위원장. ⓒ함께사는길(이성수)
한정희
: 저희는 학교의 운영위와 학부모회 그리고 자발적 학부모들이 모여 학교 인근의 과천주공 7-1단지 재건축과 관련된 환경 문제, 석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어요. 그런 활동 덕분에 학교 석면 철거를 심각하게 볼 수 있었죠. 7-1단지는 700세대로 건설사는 대우에요. 석면 문제 설명회 때 여러 가지 지적이 나왔고 시청에서조차 문제를 삼아서 공사 중지 명령이 나올 정도였어요. 조사업체가 자신을 감리라고 소개하고 철거 과정을 설명하면서 불신을 자초했어요. 그 후 2차 설명회과정에서 이 업체가 포항에서 석면 사고를 냈던 곳임을 알게 됐죠. 이때 환경보건시민센터와 연결되어 재조사를 했고 같이 기자회견까지 했잖아요. 재확인 과정에서 상가 조사는 KTR에서, 세대 조사는 기존 업체에서 했는데 무려 16개나 누락된 게 확인됐어요. 이를 보완하라고 매일 학부모들이 현장 감시 활동을 했어요. 전 세대 석면 철거 전에 비닐 보양을 꼼꼼하게 확인했고 음압기록도 확인했죠. 비대위원 학부모는 모두 14명이 활동했고 기자회견과 시위를 3번 했어요.

최예용 : 재건축 현장의 석면 감시활동 경험이 학교 석면 문제에 요긴하게 쓰인 거군요.

한정희 : 그렇죠. 올여름 학교 내부 석면 문제의 경우는 미리 해당 철거업체에 설명회를 요구하고, 3-4층 철거 현장에 대한 비닐 보양와 음압기를 확인하고, 철거 후엔 확인을 위한 시료 채취를 하겠다고 통보했었죠. 그리고 석면 철거가 이루어진 후인 8월 7일 교장 허락 하에 학부모 4명이 현장 조사를 했어요. 완전히 엉망이었어요! 교실 바닥에 나사와 텍스 조각이 굴러다니고, 모든 교실의 에어컨 옆 날개에 석면 텍스 조각이 가득했어요. 심지어 담뱃재도 여기저기 보였죠. 석면 철거현장에서는 음식물 섭취나 흡연이 철저히 금지돼 있는데도 말이죠. 석면 철거 공간이 아닌 화장실에서도 석면 의심 시료가 나왔는데, 작업자들이 돌아다니면서 오염시킨 거죠. 시료 분석 결과를 고용노동부와 교육청, 학교, 시청 등에 알리자 8월 9일 고용노동부가 공사 중지를 명령했어요. 이후 청소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요.

8월 31일에 개학 예정이었는데 '이대로는 아이들을 학교 보낼 수 없다! 개학 연기를 요구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학부모들 카톡방에서 등교 거부에 대한 설문조사가 이뤄졌지요. 322명이 참여해 75퍼센트가 등교 거부에 찬성했어요. 학교 교문 앞에서 등교 거부 일인시위를 이틀간 진행했죠. 9월 3일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같이 기자회견을 열어 전국 학교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는 사실을 알렸죠. 그리고 9월 7일 국민의당 의원들이 방문한다니까 전날까지 교실에서 채취한 먼지 시료에 대해 전자현미경 분석은 안 된다고 하던 태도를 바꿔 바로 수용하더군요. 시청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왔어요. 지금도 개학은 무기한 연기 상태인데 청소에 문제가 없다면 9월 25일에는 개학할 걸로 예상됩니다.(해당 인터뷰는 9월 초에 진행됐습니다. 편집자)

이재홍 : 저희는 과천 주공2단지 재건축 현장의 석면 문제에요. 모두 1600세대로 훨씬 규모가 커요. 두 블록으로 나뉘어 SK와 롯데가 각각 맡고 있어요. 7월 19일 비대위가 만들어지고 그날 오후 시청에서 2단지 재건축에 대한 설명회가 있었어요. 과천지역의 5개 단지가 동시에 재건축을 하더군요. 7-2단지, 1단지, 7-1단지, 2단지 그리고 6단지. 석면 문제, 교통 문제, 비산먼지 문제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상황이죠. 저희 옆에 붙은 6단지의 문제는 인접한 청계초등학교와 과천고등학교 비대위가 담당이에요. 공사장의 게이트 문제 등으로 초기에 공사가 한 달 가량 연기됐어요.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의왕·과천)이 중재해서 조합 측이 학부모들이 요구한 석면 재조사를 수용하고 '석면조사보고서'를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8월 16일 회의에서는 석면 문제를 꺼내지도 못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더니 28일 석면 철거 시연회를 하고 29일에 바로 석면 철거에 들어간다고 통보하더군요. 기가 막혔어요. 분개해서 8월 28일 문원초등학교 앞에서 첫 피켓시위를 하며 비닐 보양 시연회도 보이콧했어요. 다음 날인 29일 과천시가 중재해서 재조사를 하되 7곳으로 한정하고 엄마들 4명만 참여하고 조사업체는 시청이 지정하고 민간 전문가를 배제한다더군요. 8월 30일 학교에서 설명회를 할 때 최예용 소장님을 모셔서 석면 강의를 들었는데, 석면조사보고서를 꼭 미리 봐야 한다고 알려주셨죠. 31일 학부모들이 조사 참여를 거부한 가운데 시청과 조합이 샘플링을 했는데, 역시 예상대로 '문제없다'는 발표를 했죠. 그리고 9월 2일 토요일부터 석면 철거를 시작했어요. 그날 오전 9시부터 우리는 2단지 건너편인 3단지 입구에서 학부모와 주민들의 첫 번째 대규모 집회를 열었어요.

최예용 : 제가 참여했던 토요일 모임이 첫 집회였군요.

▲ 이재홍 문원초등학교 학부모비대위원장. ⓒ함께사는길(이성수)
이재홍 : 네. 그날 학부모와 주민들이 250명가량 참여했어요. 열기가 엄청났죠. 그리고 3일에도 집회를 했고, 4일 월요일에는 시청 앞에서 집회를 가졌죠. 그날 최 소장님이 오셔서 말씀해주시고 주거지역과 학교에서 1차 먼지 모니터링을 해주셨잖아요. 그때 다행히 석면이 검출되지 않았죠. 그리고 5일과 6일 등교 거부에 돌입했어요. 석면 철거를 끝낸 건물은 6일부터 완전히 부수는 건물 철거를 했고요. 등교 거부가 언론에서 다뤄지고, 7일 목요일 오후에 국민의당 국회의원들이 온다고 하니까 그날 오전에 과천시가 중재해 조합과 협의를 했는데 공사를 방해하지 않는다는 전제조건임을 강조하더군요. 합의내용은 '정부기관인 고용노동부의 현장조사 판단을 따르기로 한다'였어요. 그날 오후 국민의당 의원들이 참가한 현장조사에 저와 최예용 소장님의 참여는 거부당했죠. 고용노동부는 8~9일 이틀간 샘플링을 했고, 13일 오후에 결과가 나오는 것으로 했는데 오전 11시에 상가에서 채취한 시료 3개에서 '석면이 검출됐다!'는 문자가 온 거예요. 바로 작업중지명령이 내려졌다고 해요.

최예용 : 두 학교의 비대위가 엄청난 석면 투쟁을 전개하게 됐네요. 구체적으로 비대위의 활동성과를 설명해주시죠.

한정희 : 저희는 인근 7-1단지 재건축 현장의 석면 보양과 철거 과정을 학부모가 직접 확인하고 수정하도록 감시한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나중에는 업체 사람도 학부모들 덕에 제대로 석면 철거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적시에 학교 석면 모니터링을 실시해 성과를 냈어요. 이 과정을 널리 알려서 전국 학교의 석면 문제가 비슷한 상황임을 알린 것도 중요한 성과라고 봐요. 2학기 개학을 오늘로 13일째 연기한 걸 성과라고 표현하긴 뭐하지만, 학부모들 사이의 단합으로 이러한 상황을 이어가고 있어요. 매일 카톡방으로 상황을 공유하고 있죠.

이재홍 : 무엇보다 첫 집회에서 250명의 학부모와 주민이 참가한 열기와 2일간 1000여 명의 학부모들이 등교 거부에 참가한 게 가장 중요한 성과라고 봐요. 오늘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조합 측의 석면 조사가 잘못됐다는 게 확인되었고 공사가 중단됐는데, 사실 이건 원하지 않았던 상황이죠. 하지만 학부모들이 우려했던 점과 '석면조사보고서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던 점들이 모두 정당하고 명백한 이유가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건 중요한 성과에요.

최예용 : 이러한 성과를 내기까지 비대위 활동에 어려움도 있었을 텐데요.

한정희 : 학교와 교육청의 비협조가 가장 힘들었죠. 학교 측은 석면 검출 결과를 통보했는데도 학생 안전은 뒷전이고 학사일정만 걱정하더군요. 교육청은 석면 조사에 필요한 예산을 못 준다고 그러다가 상황이 심각해진 후에야 말을 바꾸더군요. '오염된 교실과 복도를 어떻게 정화하느냐?'는 청소 방식 논쟁도 어려운 점이에요. 먼저 물티슈로 깨끗하게 닦아낸 후 음압을 걸고 먼지를 모두 비산시켜 공기에 석면 먼지가 있는지 조사하는 방식인데, 전국 최초로 시도되는 거예요. 비대위원들이 고생한다고 조금씩 돈을 모아 저한테 영양주사를 놔준대요. 코피도 여러 차례 터졌어요. 제가 방송에 난 거 보고 친척들이 '뭔 일이냐?'고 놀라서 연락을 주고 그래요.

이재홍 : 학부모 비대위가 학교 측으로부터 인정받지 않았다며 학교운영위원장이 나서서 비토를 해서 해산하고 2기 비대위를 결성키로 결정한 상태에요. 그런데 이후 학교운영위원장이 연락도 안 하고 활동도 안 하고 있어요. '비대위를 해산하고, 집회를 더 이상 하지 않고, 최예용 소장을 배제한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으로 조합과 합의했어요. 개인적으로 어려운 점은 애들 밥을 제 때 못해 먹여서 가슴이 아파요. 애들 위한다고 하는 일인데 정작 애들을 방치하고 있는 거죠. 애들은 엄마 간섭이 없으니 '좋아라!' 하지만요. 비대위에서 새벽 3시 반까지 회의를 한 적도 있어요. 다른 비대위원들은 집에 오가지만 저는 그렇게 못해요. 많이 울고 2시간씩 자면서 버텼어요.

최예용 : 전업 환경운동가 저리가라 할 정도네요. 이제 남은 과제는 뭘까요?

한정희 : 전자현미경 조사 분석에서 안전 상태가 확인된 후에 개학하는 거예요. 재건축 관련해 학교 체육관 건축하는 문제랑 철거 과정의 비산먼지 문제 그리고 소음 문제, 일조권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죠. 재건축하는 아파트가 32층이나 되는데 애들 등교 후 1시간 반만에 학교 절반이 그늘에 가려지게 돼요.

이재홍 : 전수조사를 확실히 하는 일과 2기 비대위를 구성해서 넘기는 일이 남았어요. 학교와 주거지역 주변으로 다니는 대형 트럭으로 인한 교통안전 문제도 있고요.

최예용 : 환경보건시민센터가 '학교 석면 문제가 심각하다'며 여름방학 중간 즈음에 경고를 했는데 무시하더니 두 분의 활동으로 교육계, 자치단체, 재건축 사업자들이 혼쭐이 났어요. 저는 두 분과 같은 초등학교 학부모들이야말로 행동으로 아이들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내는 환경운동가들이라고 생각해요. 두 분과 과천 학부모들의 활약으로 대한민국 환경운동과 석면추방운동의 수준이 한 단계 높아졌고 조금은 안전한 사회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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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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