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교육자치권' 약속 기대합니다"

[인터뷰] 부산시교육청 김석준 교육감, 취임 3년간의 성과와 부산 교육 현실

1991년 지방교육 자치제 실시에 따라 중앙 정부와 분리된 독자적인 지역 교육기관인 부산시교육청이 들어서게 된다. 교육청은 부산 지역 전체 교육에 대한 목표를 설정하고 관내 학교에 대한 관리 감독 업무를 담당해 부산 청소년의 미래를 이끌어 오고 있다.

최근 부산지역은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주무기관인 부산시교육청이 시민들에게 몰매를 맞았고 연이어 교사들의 성추행 사건이 동시다발로 알려져 다시 한번 곤욕을 겪었다.

또한 부산시교육청은 매번 청렴도 평가에서 전국 최하위를 면치 못하면서 제대로 된 교육정책을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이에 김석준 교육감 취임 이후 고강도의 감사와 정책혁신을 통해 새롭게 탈바꿈하면서 전국 교육청 청렴도평가 5위라는 성과를 얻었으나 아직 갈 길은 남아 있다.


프레시안은 부산시교육청을 3년 동안 이끌어온 김석준 교육감을 만나 그동안의 성과와 앞으로 남은 8개월 임기 동안 부산 교육현장에 대한 혁신방안과 학생들을 위해 펼쳐나갈 교육정책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아래는 김석준 교육감과의 인터뷰 내용]

프레시안 : 부산시교육청 교육감으로 취임한 지 3년이 되었는데 그동안의 주요 성과와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김석준 교육감 : 그동안 '안전한 교육환경'과 '청렴한 교육행정'을 바탕으로 '모두에게 희망을 주는 부산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여러 정책들을 시행해온 결과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물론 한정된 재정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과정에서 또 학교 안팎의 다양한 의견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합리적이고 점진적으로 변화를 추구해 온 결과 학교 현장이 조금씩 발전적인 방향으로 변하고 있고 시민들의 신뢰도 점차 회복되고 있어 큰 보람을 느낀다.

대표적인 성과로는 부산다행복학교 운영과 독서·토론교육 확산을 들 수 있다. 학교다운 학교를 만들기 위해 도입한 부산다행복학교는 현재 32개교에서 학교 특성에 따라 민주적이며 자율적으로 운영되면서 학교문화까지 바꿔 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2016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부산 학생들의 성적이 전국에서 3위를 차지하는 좋은 성과를 얻었다.

청렴도 역시 취임 초기 전국 16위로 최하위권이었으나 취임 이후 고강도의 청렴도 향상 정책을 추진한 결과 2년 동안 11계단이나 뛰어오른 '상위권'인 5위로 올려놨다. 하지만 지금까지 교육이 중앙 정부의 과도한 간섭과 통제로 자율성과 전문성을 침해받아 왔다. 이로 인해 지역 특성을 반영한 교육을 하기 어려웠다. 또 열악한 교육재정으로 학교비정규직 등 교육가족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분히 수용할 수 없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교육자치권을 강화하겠다고 한 만큼 실질적인 교육자치가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기를 기대한다.

프레시안 : 전국 최초로 초등학교 평가방법을 객관식에서 서술형으로 개선하기로 했는데 그 추진배경과 향후 추진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김석준 교육감 :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학생들을 위해 교육도 변화해야 한다. 현재처럼 '주입식·암기식 수업'과 '정답 고르기 평가'가 지속되는 한 미래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키울 수가 없다. 그래서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고 창의력과 문제해결력 등 미래핵심역량을 가진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내년부터 초등학교의 객관식 평가를 전면 폐지하고 서술형 평가를 실시하기로 했다. 일부에선 사교육이 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초등학교 서술형 평가는 매우 기초적인 수준으로 이뤄진다. 학년 수준에 맞는 평가로 1, 2학년의 경우 말하기 위주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짧은 2~3문장의 서술형으로 평가한다. 또 그 결과를 점수화하지 않고 학생들을 서열화하지도 않는다.

또한 우리 교육청은 새로운 평가방법이 학교 현장에서 하루빨리 정착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각 교육지원청별로 설명회 등을 통해 학부모님들께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해 나가고 있다. 교사들의 평가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적 학습공동체, 교사동아리활동, 자율연수 등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초등 평가전문가들이 제작한 우수한 서술형 평가 예시문항과 '초등학교 평가 길라잡이' 등 평가지원 자료를 개발해 교사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다.


▲ 부산시교육청 김석준 교육감. ⓒ프레시안(박호경)

프레시안 : 핵심공약인 부산다행복학교(혁신학교)가 시행 3년째인데 그동안의 성과와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김석준 교육감 : 부산형 혁신학교인 부산다행복학교는 학교다운 학교를 만들기 위한 학교다. 지난 2015년 10개 학교에서 시작해 현재 32개 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들 학교는 학교별 여건과 특성에 따라 민주적이며 자율적으로 운영하면서 소통과 협력의 새로운 학교문화를 조성하는 등 예상보다 빨리 잘 안착하고 있다. 특히 '배움 중심 수업'과 '창의적 교육과정 운영'이 정착되고 있고 학생들은 토론을 통해 생활규약을 스스로 만들어 실천하고 있다. 이런 긍정적인 여러 변화를 보면서 앞으로 다행복학교의 성과를 다른 학교로 확산시키는 노력도 병행할 생각이다.

이번에 부산 최초로 지정된 '다행복교육지구'는 북구·동구·영도구·사하구·사상구 등 5개 자치구다. 내년에는 희망하는 학교 10개교 내외를 추가로 지정할 예정이다. 이들 '다행복교육지구'는 교육청과 부산시, 자치구가 협약을 통해 지역공동체를 구축하고 학교와 지역사회가 공동으로 학생들의 교육력 제고를 위해 각종 교육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프레시안 : 중학교 무상급식이 올해부터 이뤄졌는데 그동안의 노력과 무상급식 도입의 의미는 무엇인가?

김석준 교육감 : 지난해 말 부산교육청과 부산시, 시의회가 협력해 올해부터 중학교 무상급식을 전면 실시하게 됐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우리 아이들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무상으로 밥을 먹을 수 있게 됐고 학부모들도 중학생 1명당 연간 60~70만 원 정도의 급식비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부산에서 중학교 무상급식이 올해부터 실시된 것은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당초 교육청의 계획보다 1년 앞당겨 시행됨으로써 '교육으로 앞서가는 도시, 부산'을 만들어가는 좋은 전기를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우리 교육청은 우리 아이들이 더욱 안전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우수 농산물을 늘리고 나트륨과 당류 저감하 사업을 적극 추진하면서 급식의 질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프레시안 : 취임 이후 청렴도가 크게 향상되는 등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동안 추진정책과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김석준 교육감 : 우리 교육청의 청렴도는 취임 초기 전국 16위로 최하위권이었다. 취임 이후 2년 동안 고강도의 청렴도 향상 정책을 펼친 결과 11계단이나 뛰어오른 '상위권'인 5위로 올라섰다. 이 과정에 우리 교육청은 '부패발생 제로(ZERO)'라는 목표를 정하고 모든 교육가족이 지혜와 힘을 모아 다각적인 노력을 해 왔다. 특히 인사철 때마다 행하던 떡 돌리기, 화분 보내기 등 잘못된 관행부터 없앴다. 학교 운동부 등 부패취약분야에 대해서는 선택과 집중감사를 실시하고 영역별 전문가로 구성한 시민감사관을 확대 운영하는 한편 불법찬조금 및 촌지 근절대책을 강력하게 추진해 왔다.

올해는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청탁금지법의 안착에 중점을 두고 청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교직원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학교로 찾아가는 청렴연수를 확대하고 학교운영위원회 협의회, 학부모회 총연합회, 교장단, 공무원 노조 등과 워크숍도 열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적발 위주의 감사를 지양하고 전문적인 상담과 의견을 제시하는 예방감사 차원의 컨설팅 감사를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입, 시행하며 학교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앞으로도 청렴문화를 더욱 확산시켜 부산시민과 학부모들이 청렴해진 부산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프레시안 : 교육환경 개선도 적극 추진 중인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김석준 교육감 : 지난해 9월 발생한 경주 지진을 계기로 학교시설 내진보강에 해마다 300억 원 이상을 집중 투자하고 있다. 또 학생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석면도 하루빨리 제거하기 위해 2015년 이전에 매년 45~90억 원 정도를 투자해 오던 것을 지난해부터 매년 200억 원 이상을 투입하고 있다. 10년 내에 학교 현장에서 석면을 완전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아울러 쾌적한 교육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화장실 개량사업에 820억 원, 냉난방기 교체에 600억 원을 집중 투자하고 있다. 그리고 안전진단 결과 D등급으로 판정된 노후건축물 가운데 9개 학교 12개 동의 개축사업은 이미 완료했고 1개 학교(부곡초등학교) 2개 동은 현재 개축 중에 있어 내년까지 개축사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우리 교육청은 내년부터 2021년까지 교육환경개선사업 중장기계획을 수립해 해마다 18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교육환경에서 즐겁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하겠다.

프레시안 : 부산에서 폐교를 학생들의 체험공간으로 활용해 전국 우수사례로 손꼽히는데 주요사례는 어떤 것이 있는가?

김석준 교육감 : 학생 수 감소에 따른 학교 통폐합으로 증가하면서 현재 부산에서 이전이나 폐교된 학교는 33개교로 이 가운데 16개교가 폐교 이후에도 학생 교육시설이나 시민들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특히 체험시설로 활용하고 있는 9개교 중 현재 대표적으로 운영 중인 것은 지난해 부산과학체험관, 놀이마루, 부산수상레포츠스쿨,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를 들 수 있다.

이 가운데 지난해 10월 동구 초량동 옛 부산디자인고 자리에 개관한 '부산과학체험관'은 100% 체험전시물로만 구성된 전국 최초의 과학관으로서 기초과학에 대한 우리 학생들의 호기심을 풀어주는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같은 폐교활용 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한 교육부 관계자, 시·도교육감, 지자체 관계자 등의 방문도 잇따르고 있다. 앞으로도 교육청은 폐교를 학생들을 위한 교육시설로 활용하거나 지자체와 협의해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유용하게 활용할 계획이다.

프레시안 : 올해 지역화교과서인 '부산의 재발견'을 개발해 중학교에 보급한 것으로 아는데 개발한 취지는 무엇인가?

김석준 교육감 : 학생들에게 우리 고장 부산에 대한 자긍심과 애향심을 심어주기 위해 지난 3월 지역화교과서 '부산의 재발견'을 개발했다. 지역화교과서를 발간하기는 우리 교육청으로선 처음이다. 이 교과서는 지역의 문화와 역사 등을 담은 인정교과서로서 학생들이 보기 쉽고 이해하기 쉽도록 그림과 사진을 활용해 중학교 사회과 수준으로 제작했다. 또한 이 교과서는 중학교 자유학기제 주제선택활동 교제, 사회과 수업 보조교재, 창의적 체험활동 활동자료, 사회과 인정도서 등으로 두루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이를 통해 우리 학생들이 부산의 역사와 문화, 부산 사람의 정체성과 가치를 재발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 프레시안과 인터뷰 중인 부산시교육청 김석준 교육감. ⓒ프레시안(박호경)

프레시안 :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김석준 교육감 : 이세돌과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 이후 인공지능(AI)이 급부상하고 최근 4차 산업혁명이 지구촌의 화두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일부 미래학자들은 현재 초·중학생이 사회로 나가는 10년 이후에는 현재 직업의 50%가 사라지거나 로봇으로 대체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현재와 같이 주입식·암기식 교육에 몰두하기보다는 미래 혁신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교육패러다임을 전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미래 핵심역량으로 꼽히는 소통하는 능력, 서로 협력하는 능력,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능력, 자기 주도의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이런 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독서와 토의·토론이라고 생각하고 독서 활성화와 함께 토의·토론수업을 더욱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 또 선생님들의 전문역량을 업그레이드하여 수업의 질도 높이겠다. 이제는 인성도 도덕적인 덕목을 넘어서 미래 핵심역량으로 꼽힌다. 따라서 참여와 실천, 체험 중심의 인성교육이 이뤄지도록 하겠다.

프레시안 : 부산시체육회 산하의 초·중·고 운동부 300여 개가 창단 이후 코치와 학생들, 학부모들 사이에서 뇌물과 학내폭력 등으로 내부적인 문제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한 교육감의 생각의 어떤가?

김석준 교육감 : 청렴도하고 관련해서 제일 폭탄 중에 하나가 간부 비리 부분이다. 다른 영역보다 특히 인기종목이라 하는 야구, 축구가 제일 문제다. 인기도가 어떻게 구성하냐에 따라서 상대 학교 진학 여부가 걸려있다 보니 감독이나 코치들이 학부모들과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 교육청에서는 연수를 통해 관리를 하고 있는데 부모들이 자식에 대한 지나친 애정이나 쉽지 않다. 저희들 나름대로 감사도 진행하고 있으나 폭탄돌리기 같은 식으로 진행되는 부분은 근원적으로 해결되기는 참 어렵다. 해결책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다.

프레시안 : 최근 사립학교에서 선생님들의 성추행 사건이 연달아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

김석준 교육감 : 사립에 한정하지 않고 이런 일이 생기면 해당 교사뿐만 아니라 학교 전체의 경영 전반적인 실태를 보고 관리자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 학교에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게 교사 개인의 부주의 한 것도 있지만 관리자들이 그것을 방치하거나 학교 관리가 잘 안 되거나 교사들 간의 갈등으로부터 표출돼 오는 경우가 많다. 학교 성 관련 사고가 발생하면 학교 전체에 대한 특별 감사를 하겠다. 또한 관리자에 대해 엄중하게 책임을 묻는 방향을 하겠다.

프레시안 : 남은 임기동안 역점적으로 추진할 교육정책은 무엇인가?

김석준 교육감 : 지난 3년간 다져온 교과와 연계한 독서·토론교육과 학생 참여형 수업을 확대하고 초등 객관식평가를 서술형으로 개선하는 등 학생들에게 미래 핵심역량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을 더욱 강화하겠다. 우리 부산교육의 중장기 로드맵인 '부산교육비전 2030'을 올해 하반기까지 시대흐름에 맞게 보완해 이 로드맵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미래를 위한 교육정책을 펼쳐 나갈 방침이다. 또 부산의 경우 사회·경제적 차이로 동·서간뿐 아니라 같은 지역 내에서도 신도시와 미개발 동네간의 교육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만큼은 학생들이 처한 사회·경제적 여건과 관계없이 같은 출발선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공교육이 보호하고 지원해 나갈 생각이다. 그리고 청렴하고 안전한 부산교육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취재] 강영범 김진흥 박호경 홍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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