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달러 환수' 정책, 최후의 극약처방

[박영철의 국제 경제 읽기]트럼프가 가장 싫어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

"미 연준(Fed)은 다음 달부터 몇 년에 걸쳐 연준의 보유자산을 축소해 나갈 계획이다. 당장 오는 10월부터 매달 100억 달씩 축소하기 시작하여, 점차 그 액수를 증가해 2018년 10월부터는 매달 500억 달러씩 축소해 나갈 계획이다. 이번에는 기준금리를 현행 1%~1.25% 선에 동결하지만, 올해 안에 한 번 더 금리 인상을 할 수도 있다.”

지난 9월 20일 미 연준 의장 재닛 엘런이 발표한 중요한 통화정책의 변화 내용이다.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는 경제학 교수들에게도 생소하고 혼란스럽고 이해가 쉽지 않은 주제이다. 왜냐하면, 미국 경제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미 연준이 대차대조표(Balance Sheet)의 규모를 대대적으로 축소한 사례가 아직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이 같은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 정책은 그 경제적 의미와 중요성이 매우 클 수도 있고 일반 시민들의 살림살이에도 당장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특히 수년간 3%~4%에 머문 모기지 금리가 인상될 확률이 높아 주택시장의 침체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국제 금융 시장에도 달러화의 강세와 미국 회귀 현상으로 미국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하고 무역 수지 적자가 증폭하여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역행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제부터 1) 미 연준의 통화정책 수단은 무엇인지? 2) 미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 정책과 일반 독자에게 더 잘 알려진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와의 상관관계는 무엇인지? 3) 미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 정책이 국내외 주식과 환율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지? 4) 보유자산 축소 정책의 성공 가능성은 과연 얼마나 되는지? 등 네 가지 중요한 경제 현안을 짚어보겠다.


미 연준이 걸어온 '가보지 않은 길'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은 두 개의 비(非)전통적인 통화정책, 즉 양적 완화(QE)와 보유 자산 축소(shrinking Balance sheet) 정책을 시행한다. 연준의 전통적인 통화 정책은 기준 금리의 인하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이미 기준금리가 0%대에 근접한 경우에는 이 같은 전통적 통화정책이 불가능하다.

2008년 9월 리먼 브러더스 투자은행의 파산으로 촉발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대침체(Great Recession)에 빠진 당시 미국의 기준 금리 수준이 바로 0%~0.25% 선이었다.

따라서 미 연준은 이제껏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 길이 바로 양적 완화(QE) 정책이다. 이 정책은 침체에 빠진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시중의 유동성(현금과 예금, 인출이 쉬운 광의통화(M2)를 뜻함)을 늘리려, 미 연준이 달러를 찍어내어 시중의 국채(T-Bonds=소위 Treasurers)와 주택담보부채권(MBS) 등을 매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택담보부채권은 주로 정부 보증 모기지 채권이다. 그리고 기준 금리는 0~0.25%에 유지한다. 이처럼 유동성이 늘어나면 소비자는 소비를 더 하고, 기업인은 투자를 더 하고, 정부는 늘어난 정부 빚으로 예산 지출을 지속한다. 그러면 침체에 빠진 경기가 조금씩 풀리게 된다.

반대로 미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 정책은 경기가 회복 수준을 넘어 과열하기 시작하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시중의 유동성을 줄이기 위해 연준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즉 국채와 주택담보부채권 등)을 시중에 팔면서, 즉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두어들이면서 동시에 기준 금리를 점차 조금씩(0.25%포인트 정도) 올리는 것이다.

그러면 소비자는 지갑을 서서히 닫기 시작하고, 기업은 투자 계획을 줄이고, 정부는 긴축 예산을 집행하게 된다. 물론 인플레이션 위험도 줄어든다. 다시 말하면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는 양적 완화 정책으로 산처럼 쌓인 보유자산을 적정수준으로 내리려는 '달러 회수' 정책이라는 뜻이다.

3차 양적 완화 정책과 연준의 자산 폭증

이제 연준의 양적 완화 정책의 결과와 그 문제점을 알아보자. 미국의 4대 투자증권인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미국 경제의 대침체가 시작되었다. 그래서 미 연준은 무려 6년 간(2009~2015 중반)이나 양적 완화 정책을 시행했다.

2009년 1월 28일 제1차 양적 완화, 2010년 11월 3일 제2차 양적 완화, 그리고 2012년 9월 13일 제3차 양적 완화를 시작하여 2015년 중반까지 진행했다.

이처럼 연준이 세 차례에 걸친 양적 완화 정책을 통해 국채와 주택담보부채권을 매입하기 위해 시중에 푼 유동성은 약 3조6000억 달러가 된다. 즉 2009년 초 9000억 달러였던 자산이 현재 4조 5000억 달러로 늘었다.

이 중 2조 5000억 달러는 국채이고 1조 7500억 달러는 주택담보부채권이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미 연준이 2009년 양적 완화 정책을 시행되기 전 국채 외에는 주택담보부채권을 거의 매입하지 않았다.

그런데 2017년 현재 미 연준이 보유한 주택담보부채권은 무려 1조 7500억 달러로 이는 미국 주택시장 총 채권의 약 30%에 해당한다. 따라서 미 연준이 이 주택담보부채권을 매각하는 경우 주택시장에 큰 충격을 가할 수 있다.

▲ 미국 연준이 보유한 자산이 2008년부터 급증해 4조 5000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최근 연준은 이 자산 축소 계획을 발표했다. ⓒFed

'인플레이션 뇌관 제거' 가능할까


그러면 미 연준의 자산이 현재 4조 5000억달러라는 사실이 왜 심각한 문제가 되는가? 왜 연준은 당장 오는 10월부터 보유자산을 매각하겠다고 선언했는가?


현재 미 연준의 자산은 4조 5000억 달러인데 이는 2016년 한국 GDP 1조 4110억 달러의 3배 이상이다. 연준의 보유자산이 이처럼 많아 보기는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인데, 이는 시중에 엄청난 규모의 유동성이 풀려 있다는 뜻으로 경제적으로 건전하지 못할 뿐 아니라, 자칫 무서운 경기 과열, 즉 인플레이션으로 변질할 폭발성이 크다는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정답은 시중에 풀린 돈을 회수하고, 금리를 점차 인상하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로 미 연준은 지난 2015년 12월부터 시중 달러 유동성을 줄이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나는 지난해 말 시작한 기준금리 인상이고 하나는 지난 9월 20일 발표한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 정책이다. 연준은 오는 10월부터 매달 100억 달러를 거두어들이고 내년 10월부터는 매달 500억 달러를 줄인다고 발표했다.


긴축통화 정책의 국내외 파장


연준의 시중 달러 유통량 축소가 얼마나 많이 그리고 얼마나 빨리 진행되느냐에 따라 미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의 폭과 속도가 결정된다. 가장 대표적인 충격은 주택담보대출 모기지 금리 인상과 국채 가격의 상승(즉 국채 수익률의 하락)이 될 것이다. 신용평가기관 무디스에 의하면 미 연준이 보유자산 축소를 시행할 경우 현재 3.86%인 30년 모기지 금리가 6%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대로 주식시장은 점차 활기를 잃어갈 것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달러 회수가 진행되면서 유럽연합, 한국, 신흥국의 환율 가치는 하락하고 달러 '유출'이 강화되기 시작할 것이다. 반대로 달러 강세는 미국 수출 경쟁력을 약화하여 무역 적자가 오히려 증가할 위험이 있다.


보유자산 축소 정책에 따르는 변수

이 같은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 정책이 과연 성공할 것인가? 불행히도 이에 대한 답은 간단치 않다. 왜냐하면, 보유자산 축소가 미 연준 통화정책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서 현시점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아무도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유자산 축소의 속도와 폭, 그리고 이에 따른 국내외 채권시장과 환율 변화가 이 정책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데, 이에 대한 과거의 사례가 전혀 없다. 미 연준도 보유자산 축소의 적절한 폭과 속도를 어떻게 설정하는가가 이 정책의 성공에 절대 필요 충분 조건임을 알고 있다. 왜냐하면, 축소 폭과 속도가 너무 느리면 잠정적인 인플레이션 폭발이 가시화할 우려가 있고, 반대로 너무 빠르면 잘 살아나고 있는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였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보유자산 축소 정책의 성공은 다음과 같은 변수에 좌우될 것으로 본다.

첫째,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가 너무 빨리, 너무 크게 진행되는 경우 지금 잘 살아나고 있는 미국 경기를 다시 둔화시킬 위험이 크다.

둘째,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가 매우 느리고, 작은데도 경기 침체가 다시 오는 경우 미 연준은 양적 완화 정책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셋째,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는 해외에 나간 미국 자본의 본국 회귀를 촉진하고 달러 강세를 촉발할 위험이 크다. 그런 경우 미국 제품의 국제경쟁력은 더 떨어지고 무역 적자는 폭증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일 싫어하는 경제 상황이 벌어질 것이란 뜻이다. 이 경우 미 연준은 즉시 달러 사재기 정책을 중단할 것이 확실하다.

미 연준은 '양치기 소년'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국제 금융계에서 미 연준 정책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다는 증거이다. 이번에도 '달러 회수 정책' 또는 '통화 긴축 정책' 등으로 불리는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 정책이 계획대로 진행될 가능성에 대한 회의가 높은 편이다. 특히 미 연준이 보유자산을 내년 10월부터 매달 500억 달러씩 판다고 하면, 목표치인 대차대조표 2조~2조 5000억 달러 수준은 빨라야 2021년이나 2022년에야 도달할 것이다.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기보다는 실제 진행되는 과정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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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

박영철 전 원광대학교 교수는 벨기에 루뱅 대학교 경제학과에서 국제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서,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경제 분석가(Country Economist and Project Analyst)로 15년(1974~1988년)간 근무했다. 그 이후 원광대학교 교수(경제학부 국제경제학)를 역임했고, 2010년 은퇴 후 미국에 거주하며 개인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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