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北, 10.4정상선언 정신으로 돌아오라"

10.4 정상선언 10주년 "지금은 평화적 상황관리가 우선"

2007년 10월 4일, 노무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에서 2차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담아 합의문을 발표했다.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 이른바 '10.4 선언'이다.

10년이 지났다. 당시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맡았던 문재인 대통령에게 10.4 선언은 한반도 평화를 향한 나침반이다.

10.4 선언 10주년 기념식이 열린 26일은 미국의 독자적인 전략폭격기 전개, 북한 리용호 외무상의 미국을 향해 쏟아낸 거친 '말 폭탄'이 나라 안팎의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이날 문 대통령의 축사는 "만감이 교차한다"는 말로 시작됐다. 이어 "그 선언이 제대로 이행됐다면 남북관계가 지금과 얼마나 달라졌을까 생각해본다"면서 "남과 북의 그 벅찬 합의와 감격으로부터 평화의 한반도를 다시 시작하고픈 마음, 간절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10.4 정상 선언은 노무현 정부에서 갑자기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며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박정희 대통령),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채택(노태우 대통령), 2000년 6.15 공동선언(김대중 대통령) 등의 성과를 언급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지난 10년, 10.4 정상선언을 비롯한 역대 정부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고, 남북관계는 박정희 대통령의 7.4 남북공동성명 이전으로 되돌아갔다"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북한의 핵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와 함께 분명한 것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여정은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중단되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라고 평화적 해결 원칙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국민의 안전과 평화적인 상황관리가 우선"이라며 "우리 정부는 이러한 과정에서 군사적 억지력을 확보하는 한편, 지나치게 긴장을 격화시키거나 군사적 충돌이 야기되지 않도록 국제사회와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을 향해선 "무모한 선택을 중단한다면 대화와 협상의 테이블은 항상 열려 있다"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신,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의 발전을 도울 것"이라고 했다. "핵과 미사일 도발을 멈추고, 10.4 정상선언의 정신으로 돌아오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정치권을 향해선 "정파적 이익을 초월하여 단합하고 국민들께서 평화라는 오직 하나의 목표로 마음을 모아주시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초당적 협력을 당부했다.

남북관계 복원을 위해선 "평화, 군비통제 분야에서 합의한 군사회담의 복원은 남북 간의 긴장완화를 위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또한 "인도적 협력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이산가족 상봉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넘으며 문 대통령에게 했던 말을 소개하며 축사를 마쳤다.

"저는 이번에 대통령으로서 이 선을 넘어갑니다. 제가 다녀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다녀오게 되고 점차 금단의 선이 무너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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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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