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22일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인준안 처리에 협조해 주신 야당 의원들에게 감사한다"며 "본회의 표결을 통해 신임 대법원장을 세우기까지의 과정은 협치와 상생이었다"고 의미를 기렸다. 추 대표는 이어 "향후에도 이번 인준안 처리 과정에서의 협치 정신을 되새기며, 국민 삶에 도움이 되는 성과를 남기는 정기국회가 되도록 노력하자고 당부드린다"고 했다. 통상적인 인사말일 수도 있지만, 민주당 내 대야(對野) 강경파로 꼽히는 추 대표의 발언이어서 더 눈길을 끌었다.
우원식 원내대표도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가결은 상생과 협치의 시작"이라며 "사법 정의와 사법부 독립을 위해 초당적 결단을 내려주신 야당 의원들께 감사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우 원내대표는 "여야가 함께 협치를 시작한 만큼, 정기국회에서도 협치의 손을 맞잡고 안정적으로 국회를 운영하겠다"며 "공통 공약을 중심으로 개혁과 다양한 형태의 정책 등 협치 과제를 모색하자는 제안을 드린다"고 했다. 우 원내대표는 "협치는 포기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어제 확인했다"며 "저도 야당에 먼저 손을 내밀고 함께 걸어가겠다"고 했다.
이날 국회를 찾은 청와대 전병헌 정무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성과 보고를 계기로 여야 5당 대표 회동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전 수석은 "당청 간 혼연일체가 되어 효율적 성과를 낸 것에 대해 감사 인사를 드리러 왔다"며 "향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제안했던 여야 안보 대화 문제도 일단 말씀드리고 (민주당 지도부와) 상의했다"고 밝혔다. 전 수석은 5당 대표 회담 성사 가능성에 대해 "홍준표 한국당 대표도 지난번(7월 19일) 5당 대표 회담 때 '다음번에는 참석하겠다'고 사실 약속했다"며 "그 때는 한국당이 장외투쟁 중이었다. 지금은 그 때와 상황이 달라졌으니 최대한 함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 수석은 협치 방안에 대해 "여야 간 상설 국정협의체라는 협치의 기본 틀을 만드는 논의와 함께, 안철수 대표가 '여야 안보 대화'를 하자고 했으니 그것도 당연히 받아서, 대통령의 유엔 방문 성과까지 포함해서 함께 설명하고 공유하고, 엄중한 안보 상황을 초당적으로 대처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라며 "안 대표를 비롯해 야당에서도 그 동안 주장해온 것이니까 지금부터 교섭을 잘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제안한 '여야 안보 대화', 기존에 논의 중이던 여야정 협의체, 대통령 방미 성과 설명까지 하나의 채널로 묶어 논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한 전 수석은 전날 국민의당이 임명동의안에 대거 찬성표를 던진 배경 중 하나로 '청와대와 국민의당 간 선거구제 개편 등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는 보도가 나오는 것과 관련, "비례성 확대라는 기본 원칙에는 민주당이나 국민의당이나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앞으로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이라며 "국회에서 합의점을 이뤄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수준의 이야기였지 '약속'은 아니다. 청와대가 그런 것을 약속할 입장도 아니고 논의에 앞장서서 나설 상황도 아니다"라고 일부 선을 그으면서도 국민의당과 선거구제 개편 관련 논의가 오간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국민의당에서는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처리가 여권의 '협치 노력'으로 해석되는 데 대한 경계심을 보이면서도 향후 여야 간 협치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열려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이날 인천에서 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우리 당 의원들이 국민의 뜻을 받들어 사법부 독립과 사법 개혁을 위한 현명한 판단을 내려 줬다. 국민의당이 대한민국을 위해 큰 길을 열어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이번에도 꼬인 것을 풀어내고 막힌 것을 뚫은 것은 국민의당이었다"고 존재감을 부각하며 "문 대통령과 민주당도 급할 때에만 읍소하지 말고, 국회의 합리성을 존중해서 말이 아닌 행동으로 협치를 실천하기 바란다"고 협치를 강조했다.
감동철 원내대표도 "이성적으로는 성공적인 국정 운영과 사법부 공백을 막아야 한다는 충정에 따라 협력하려 했지만, 지난 4개월 간 문 대통령의 일방적 국정 운영과 협치 실종으로 인해 감정적으로는 선뜻 가결시킬 수 없었던 게 사실"이라며 "문 대통령과 여당은 대화와 소통을 통한 실질적 협치에 나서기 바란다. 필요할 때만 야당에 매달릴 게 아니라 시스템에 의한 협치를 조속히 제도화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임명동의안 가결 전선의 한 축을 담당한 정의당에서도 향후 협치 제도화 필요성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천신만고 끝에 과반을 획득해서 (김명수) 인준안은 처리를 했지만, 앞으로 주요한 사안들이 다 똑같은 처지에 봉착할 것이기 때문에 정부·여당의 새로운 대응이 필요하다"며 "사안 사안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위험한 결정을 도마 위에 올리기는 힘들지 않겠느냐. 그렇다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협치의 틀, 기반을 만들어내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노 원내대표는 국민의당을 겨냥해 쓴소리도 했다. 그는 "국민의당이 이번에 가결되는 데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마지막까지 '찬반 당론 정하면 안 된다'고 했던 당사자가 할 얘기는 아니다. '국민의당 때문에 가결됐다'고 다른 사람은 얘기할 수 있을지 몰라도 안철수 대표는 얘기할 자격이 없다"며 "안 대표의 존재감이 부각된 건 사실인데 그 존재감이 좋은 존재로 부각됐는지, 안 좋은 이미지의 존재로 부각됐는지가 중요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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