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영 SBS 회장이 11일 회장직에서 물러난다. 윤 회장의 사임은 표면적으로는 '경영상 이유'이지만, 3대 지상파 방송 중 하나인 SBS 내부의 '방송 개혁' 목소리에 응답했다고 해석될 수 있다. 이는 역시 '방송 개혁' 목소리에 직면한 또다른 두 지상파 방송인 KBS와 MBC 경영진에도 강한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은 11일 담화문을 발표해 "소유와 경영의 완전 분리를 선언한다"며 SBS 회장직과 SBS 대주주인 SBS미디어홀딩스 의장직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아울러 "윤석민 의장도 SBS 이사와 이사회 의장직, SBS미디어홀딩스 대표이사, SBS콘텐츠허브와 SBS플러스의 이사직과 이사회 의장직에서 모두 사임한다"고 선언했다. 윤석민 의장은 앞으로 SBS미디어홀딩스 비상무 이사직만 유지키로 했다.
윤석민 의장은 윤 회장의 아들이다.
윤 회장은 이와 관련해 "이런 조치는 대주주가 향후 SBS 방송, 경영에 일체의 관여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명실상부하게 소유와 경영을 완전히 분리하는 제도적 완결"이라고 강조했다.
윤 회장의 전격 사임은 SBS노조를 통해 SBS 이사회가 특정 정치 세력과 대주주 이익을 위해 SBS 보도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남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SBS 노조는 지난 6일 소유와 경영의 완전한 분리를 요구하며 윤 회장 부자의 퇴진을 요구했다. 뒤이어 SBS 각 직능단체와 보도진이 성명을 내 사측을 강경하게 압박했다.
이와 관련해 윤 회장은 과거 특정 정부의 눈치를 봤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상파는 각종 규제에 묶여 경쟁의 대열에서 점점 뒤쳐졌다"며 "우리가 안은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해 부득이 절대 권한을 가진 당시 정권의 눈치를 일부 본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다만 윤 회장은 SBS 구성원의 비판을 전면 수용하지는 않았다. 그는 "과거 저의 충정이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공정방송에 흠집을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언론사로서 SBS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SBS는 사기업이라, KBS, MBC의 상황과 곧바로 연결짓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방송 개혁'이라는 대의 측면에서 방송 3사의 노조가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KBS 고대영 사장과 MBC 김장겸 사장도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외부 환경 또한 우호적이지 않다. 정부와 사법부까지 직접 양대 공영방송사 문제에 개입할 정황이 큰 데다, 국민 여론도 현 경영진 퇴진을 원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SBS 윤 회장보다 두 공영방송사 사장이 처한 상황이 더 어려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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