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를 발화점으로 해 격화되고 있는 한반도 정세는 바야흐로 점입가경이다. "전쟁"이니 "불바다"니 "선제공격" 그리고 "레드 라인"이라는 험악한 '말폭탄'들도 이어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냉정한 마음으로 다시 처음을 되돌아봐야만 한다. 우리가 기본적인 전제로 삼아야 할 것은 무엇보다도 분단과 분열을 지양해 통일과 통합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일이 돼야만 비로소 미국에 대해서도, 중국에 대해서도 자주적인 국가로 설 수 있고, "결코 반성할 줄 모르는" 일본도 마침내 넘어설 수 있다. 반대로 우리 한반도가 오늘처럼 분단, 분열돼서는 진정 "나라다운 나라"가 되기 어렵고, 동시에 정상적인 국가로 발전하기 어렵다.
1994년의 제네바 합의를 비롯해 공허했던 박근혜 정부의 이른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 정책(strategic patience)'은 기실 모두 북한 붕괴를 전제로 하는 일방적이고 비현실적인 정책이었다. 북한이 스스로 붕괴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사실로써 입증됐다. 이제 공존과 평화를 전제로 한 새로운 한반도 통일정책이 세워져야 한다.
우리 민족의 통일은 단지 시간 문제일 뿐, 언젠가 반드시 실현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실현가능한 일부터 착실하고 구체적으로 시작해나가야 한다.
우선 북한이 지금도 보여주고 있는 남한에 대한 적대적 태도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새 정부 출범 한 달에 미사일을 네 번이나 발사하는 식으로 모든 일을 전쟁하듯, 게임하듯 오로지 남한을 적으로 간주하는 사고방식은 버려야 한다. 핵개발이 체제보장의 '만능키'가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반드시 출구를 모색해야 한다.
개성공단으로 교류의 물꼬를 열어야
한국 정부는 대결 노선과 한미동맹 일변도의 정책을 탈피해 북한과의 대화와 교류의 장(場)을 여는 노력을 끈질기게, 인내심을 가지고 추진해야 한다. 이를테면, 개성공단 철수 회사의 공단 방문 허용 등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어디까지나 국가 이익과 평화 그리고 통일을 위해 내딛는 중요한 한 걸음으로서 미국의 압박이나 국내 보수 세력의 '관행적인' 반대가 있다고 해 결코 포기될 일이 아니다.
중국으로서도 이제 소극적인 '현상유지(status-quo)' 혹은 '회피'가 아니라 '적극 접촉'으로의 전환이 필요하게 된 시점이다. 한반도에서 북핵 위기는 이미 충돌 일보 직전의 국면으로 변화됐고, 특히 북한이 사실상 ICBM을 개발하고 한국에 사드가 실제 배치되면서 '현상유지'라는 기존 정책이 유효하게 작동되기 어려운 국면이다. 정확히 말하면, 중국은 이미 일종의 '연루(Involvement)'된 국가로서 그 신분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 전환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제3자'의 신분이 아니라 당사자의 신분으로 북한 그리고 미국과 접촉과 협상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필요성이 있다.
위기의 절정에서 극적 반전이 있다
이제 한반도 문제의 관련 당사국들은 시대착오적인 냉전적 사고방식에 의한 전쟁 위협과 군사적 대결 국면을 종식시키고 미래지향적인 평화와 공존 그리고 공동 번영의 국면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해 현재의 상황에 수동적으로 일희일비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대결과 적대의 낡은 틀을 벗어나 거시적인 시각을 견지하면서 차분하게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이뤄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냉정히 한반도의 현 국면을 분석해 보면, 핵개발로써 미국과의 협상을 이끌어내겠다는 북한의 오랜 전략이 근거 없는 우월감에 토대한 채 사실상 무대책으로 일관해왔던 미국의 정책에 우위를 보이며 관철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미국도 현실의 시각을 되찾아야 한다.
어둠이 깊을수록 새벽은 가까이에 있다. 위기의 절정에 극적 반전이 존재한다.
현 시점에서 한반도에서 이른바 '선제타격'이나 전쟁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극대화되고 첨예화한 지금의 대결 국면은 역설적으로 미국과 북한의 협상 국면, 즉 평화협정 교섭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그리고 사실 이 방안이 복잡하게 얽힌 현 난국을 타개할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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