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등치는' 대형마트의 불공정 뿌리 뽑는다

김상조 "기상천외한 불공정행위 많아"

앞으로 대형 유통업체가 중소 납품업체를 대상으로 불공정행위를 했다 적발될 경우 피해액의 최대 3배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형식상 임대업자여서 그간 대규모유통업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된 복합쇼핑몰·아울렛도 규제대상에 포함된다. 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에 파견되어 일한 납품업체 종업원 인건비는 앞으로 유통업체도 분담하게 된다.

13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유통분야 불공정거래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가맹분야 제도 개선에 이은 두 번째 종합대책이다.

공정위는 그간 법·제도와 집행체계가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행위를 억제하고, 납품업체의 피해구제와 권익보호에 충분하지 않았다며 대규모유통업법 집행체계를 개선하고, 납품업체의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 기반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3대 전략, 15개 실천과제를 추진키로 했다.

우선 눈에 띄는 건 대형 유통업체의 '갑질'에 더 실질적 제재가 가능토록 손해배상 규모를 키운 점이다.

공정위는 상품대금 부당감액, 부당반품, 납품업체 종업원 부당 사용, 보복행위 등 대형 유통업체가 갑질로 중소 납품업체에 피해를 끼쳤을 경우, 올해 12월부터 발생 피해액의 3배에 달하는 배상책임을 물리도록 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시 과징금 부과 기준율도 기존 30~70%에서 60~140%로 두 배 인상키로 했다. 인상 기준은 올해 10월부터 적용된다.

법 위반 관련 매출액을 산정하기 어려울 때 적용하는 정액과징금 상한액도 내년부터 기존 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정액과징금 부과 요건도 기존 '매출액을 산정하기 곤란한 경우'에서 '납품대금이나 임대료, 위반금액을 산정하기 곤란한 경우'로 변경키로 했다. 그간 정액과징금은 대표적 솜방망이 처벌로 손꼽혔다.

현재 공정거래조정원에만 설치된 대규모유통업거래 분쟁조정협의회는 각 시·도에 설치한다. 지역 납품업체의 신속한 피해구제 지원에 나서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공정위는 시·도지사에게 조정위원 위촉·임명권을 부여하고 조정결과(조서)에 '재판상 화해' 효력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은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사항을 준수키로 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 취임 후 공정위는 지자체와 협력을 강화해 규제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꾸준히 검토해왔다.

납품업체 권익보호 요건도 기존보다 강화됐다. 그간 사실상 유통업자이면서도 '임대업자'로 규정돼 대규모유통업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던 복합쇼핑몰·아울렛도 앞으로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판매수수료 공개대상도 기존 백화점·TV홈쇼핑에서 대형마트·온라인 쇼핑몰까지 확대된다. 공정위는 내년 6월까지 온라인 유통, 중간유통업(유통벤더) 분야에 관한 불공정거래 심사지침도 제정해 납품업체의 권익을 보호키로 했다. 해당 분야는 대기업 위장 계열사 등의 중간착취로 인해 그간 소규모 납품업체의 이익률을 떨어뜨리는 불공정 관행으로 그간 손꼽혔다.

납품업체 직원을 대형 유통업체가 사실상 자사 직원처럼 부려, 실질적 입점 기준을 높인 불공정행위에도 규제가 강화된다. 공정위는 앞으로 대형 유통업체가 납품업체 종업원을 매장에 사용할 경우, 인건비 부담 의무를 명시키로 했다.

대형마트 시식코너나 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 상당수 판매코너에서 그간 중소 납품업체는 자사 직원을 전액 인건비 부담 조건으로 파견해야 했다. 이 같은 종업원 인건비 떠넘기기는 그간 유통업계 대표적 갑질로 꼽혔다.

분담비율은 각자 이익을 얻는 비율에 따르도록 하되, 이익비율 산정이 곤란한 경우 반씩 부담해야 한다.

대형 유통업체가 재고 부담을 줄이고 이익률을 높이기 위해 실시하는 갑질인 판매분 매입도 앞으로 금지된다. 판매분 매입이란 유통업체가 납품업체 상품을 산 후 이를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통상 거래가 아니라, 납품업체가 먼저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이를 사후에 유통업체가 매입하는 구조다. 판매자가 납품업체가 되어 유통업체가 져야 할 재고부담은 온전히 판매자 몫이 된다. 납품업체가 사실상 임차사업자가 되면서도, 납품업자로서 부담은 온전히 지는 구조다.

공정위는 아울러 유통업 불공정행위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신고포상금 지급 상한을 기존 1억 원에서 5억 원으로 인상해 내부고발자 보상을 확대키로 했다. 내년 중에는 대규모유통업거래 공시제도를 도입해 거래 투명성을 높이겠다고도 했다.

공시제가 도입되면 대형유통업체는 매년 거래현황을 공시할 의무를 지니게 된다.

공정위는 현행 종업원 사용행위에 이번 대책을 적용한 결과 대형 유통업체 부담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번 대책으로 중소 납품업체의 부담이 실질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지난 10일 이 같은 내용의 유통업 개선방안을 발표하며 "기상천외한 불공정거래가 그간 속출했다"며 "공정위원장으로 있는 동안 중요한 (산업) 영역에 관해 모범 규준을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가전·미용 전문점에 이어 내년에는 TV홈쇼핑, 대형슈퍼마켓(SSM)을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이달 중 하도급 대책 등을 추가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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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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