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원·정세현 "미국에 '한반도 전쟁 NO'라고 말해야"

문재인 정부, '운전석' 앉았다면 미국 설득해야

미국과 북한의 말 전쟁이 위험 수위에 다다른 가운데,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한국 정부가 미국에 전쟁을 포함한 군사적 조치는 불가하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10일 서울시청 바스락 홀에서 혁신정책네트워크(준)가 '새정부 대북정책과 한반도 미래'를 주제로 개최한 포럼의 강연자로 나선 임 전 장관은 "우리 정부는 미국에 전쟁 '노'(NO), 군사적 조치 '노'(NO), 우리 국민의 생명이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린지 그레이엄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이 지난 1일(현지 시각) 미국 방송 NBC의 <투데이쇼>에 출연해 "전쟁은 그곳(한반도)에서 벌어지는 것이고, 수천 명이 죽는다면 그곳에서 죽는 것이지 이곳에서 죽는 것이 아니라고 트럼프가 말했다"고 말한 것과 관련, "격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전 장관은 "전쟁이 일어나면 수천 명이 아니라 수백만 명이 죽는다. 6.25 한국전쟁 때는 300~400만 명이 희생됐지만 (또 전쟁이 일어난다면) 더 큰 희생이 따라야 한다"며 "전쟁이 일어나지도 않겠지만, 결코 일어나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에 대해서도 "북한은 이제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고 미국과 협상에 나서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며 "여기서 더 나가면 (더 큰) 위기가 초래된다"고 말했다.

임 전 장관은 "(북한과 미국 사이에) 말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데 임계치에 도달한 뒤에 협상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이전에도 많았다"며 "이 고비를 잘 넘겨서 협상으로 들어갈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라고 내다봤다.

그는 북미 양국이 핵 문제를 둘러싼 협상에 돌입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주도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임 전 장관은 "우리는 우리가 주도해서 미국과 북한 관계 개선을 위한 평화 프로세스를 실천한 바 있다"며 김대중 정부 당시 클린턴 미국 정부를 설득해 '미-북 공동코뮈니케'를 채택했던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당시 김대중 정부는 클린턴 정부에 '한반도 냉전 구조 해체를 위한 포괄적 접근 전략'을 제시해서 한-미-일 3국 공조로 대북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관계를 정상화하는 한편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프로세스를 추진했다"며 "지금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지금도 이러한 움직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임 전 장관은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을 비롯한 많은 북핵 전문가들이 북한의 비핵화만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보고 있다"며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동결을 시작하고 이후에 점차적으로 협상을 통해 마지막 단계에서 비핵화를 이루고 미국과 북한의 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협상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는 "북핵 문제는 미-북 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실현될 때까지 장기적인 과제로 해결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역시 한국 정부가 한반도 내 전쟁은 안 된다는 점을 미국에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더좋은미래'와 재단법인 더미래연구소가 '문재인 정부의 통일·외교·안보 난관과 타개책'이라는 주제로 공동 주최한 특별강연에서 "'제2의 한반도 전쟁'으로 이어질 대북 군사 조치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은 계속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미국의 부담이 될 북한의 극단적 선택은 막아야 한다"며 북한의 군사적 조치와 뒤이은 미국의 군사 행동으로 인해 한반도의 전면전이 벌어질 경우, 이는 미국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리로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어차피 한반도에서 군사적 조치를 하지 못한다면 미국도 비공개 접촉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대화로 현재의 국면을 타개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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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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