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다이닝으로 유명한 유러피안 레스토랑 '빌'(가나아트센터 소재)의 김현구 쉐프(서울환경연합 회원)에게 "왜 그런지 몰라요!" 했더니, "직접 양념을 만들지 않으면 천연재료로 만들었다고 홍보하는 인공조미료를 쓰게 되기 십상이죠" 하는 답이 돌아온다. 김 쉐프가 양념까지 직접 만들어 먹는 레시피를 알려주기로 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수학한 쉐프의 레시피라! 보기만 좋을 뿐 따라 해먹긴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기우였다. 요리과정을 지켜보니 그의 빠른 손을 흉내 낼 순 없겠지만, 요리 무식자들도 레시피만 잘 따라하면 해먹을 수 있지 싶다. 그가 내놓은 요리는 세 가지. 치즈와 앤초비 등 원산지 거라야 맛이 나는 한두 가지를 뺀 나머지 식재료는 소금까지 다 두레생협 인터넷 장보기로 준비했단다.
바삭한 껍질의 닭 요리
닭을 굽기 전에 먼저 감자를 1.5센티미터 정사각형으로 잘라 끓는 물에 3분 정도 익혀 심이 약간 살아있는 상태에서 꺼내 둔다. 닭은 1킬로그램 정도 사이즈로 준비한다. 가운데를 반으로 갈라 다리와 목 등에 많은 지방을 먼저 제거한다. 손질한 닭을 물 1리터에 소금 53그램을 풀어 90분간 염장한 뒤 꺼내 물에 한 번 씻어준 뒤 냉장고에 넣어 3일간 숙성한다. 이러면 시중에서 판매하는 B사의 닭고기 염도보다 약간 싱거운 정도의 건강한 염도를 맞출 수 있다. 3일 후 꺼내 코팅된 팬에 기름을 자작하게 두르고 약불에서 껍질부터 눌러가며 굽는다. 뒤집지 않고 스푼으로 기름을 끼얹으며 튀기듯 굽는 게 요령. 껍질이 황금색으로 변해 바삭해질 때 꺼내 200도로 맞춘 오븐에 30분 이하로 넣어 속까지 익혀 내놓는다. 닭을 굽던 팬에 미리 삶아 둔 감자를 옮겨 팬에 남은 기름으로 한 번 더 익혀서 닭과 함께 낸다.
스페인식 찬 토마토 수프
다음은 '가즈파초'라고 불리는 스페인식 찬 토마토 수프. 5인분을 기준으로 하여 대추토마토 30알, 사과식초 20~30그램, 빵 반쪽, 올리브오일 20~30그램, 소금 한 꼬집, 씨를 뺀 오이 반개, 마늘 1개, 파프리카 홍/청색으로 반개씩, 베이컨 손가락 두 마디짜리로 네 쪽(약 30그램)을 준비한다. 방울토마토는 끓는 물에 넣어 딱 10초 뒤 꺼내 얼음물에 담가 껍질을 벗긴다. 껍질 제거 후 베이컨을 뺀 위의 재료들을 모두 믹서에 넣어 곱게 간다. 갈아 낸 것을 망이 가는 체에 치대 토마토 씨 등 걸리는 것들을 숟가락으로 살살 눌러가며 짜내듯 거른다. 거른 수프는 얼음물에 담가 냉장고에 즉시 넣어둬야 먹을 때까지 변색되지 않는다. 먹기 전 베이컨을 바싹 익혀 스프 위에 올린다.
직접 만든 라코타치즈와 함께 먹는 대저토마토 샐러드
먼저 라코타 치즈를 만들어 두어야 한다. 생크림 250그램, 우유 500그램, 블루베리 요구르트 120그램, 레몬 반 개, 소금 10그램, 사과식초 20그램을 준비한다. 우유와 생크림을 약불로 끓이다 끓기 시작하면 나머지 재료를 다 넣어준다. 5분 지나면 몽글몽글 치즈가 생긴다. 소창(기저귀 천)에 거르되 짜면 너무 딱딱해지니 물기만 뺀 뒤 싸서 냉장고에 넣고 하루 동안 둔다.
라코타 치즈를 낼 때가 되면 그때 깻잎 페스토를 만들자. 깻잎 15그램(바질도 가능), 구운 잣 20알, 앤초비 3~4마리, 액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준비한다. 믹서에 재료들을 넣고 올리브유 50밀리그램 넣어 간다. 중간에 다시 올리브유 50그램을 추가해 간다. 갈아낸 것은 빛이 닿으면 변색되기 때문에 작은 그릇에 넣어 랩을 씌운 뒤 얼음물을 큰 그릇에 담고 그 속에 작은 그릇에 담은 페스토를 넣어 큰 그릇째 그늘에 둔다. 그 뒤 일반 토마토에 비해 색은 푸르지만 더 단 대저토마토를 썰어 접시에 세팅한다. 라코타 치즈를 꺼내 숟가락 두 개를 이용해서 모양을 내서 토마토 옆에 배치하고 깻잎 페스토를 적당히 부어 함께 낸다. 양상추 같은 샐러드 채소도 같이 내면 좋고 블루베리를 몇 알씩 놓아 함께 내면 모양과 맛이 더 좋아진다. 마지막으로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치즈 또는 그라나 파다노 치즈를 강판으로 갈면서 음식 위에 솔솔 내려주면 완성.
세 요리를 만든 뒤 테이블 세팅을 하고 김 쉐프 내외를 의자에 앉혀 사진을 찍자하니, 영 쑥스러워 한다. 맛이 어땠냐고? 촬영한 이성수 국장이 퇴근하자마자 두레생협 사이트에 식재료를 주문하러 들어갔단다. 며칠 준비해 아이한테 해줬다고.
"껍질이 과자 같아. 살코기 육즙이 장난 아냐. 와 토마토 스프가 이렇게 시원하고 달다니."
아빠의 성의에 아이도 성의를 다해 칭찬해줬다는 거다. 으쓱해진 그에게 이런 말이 날아왔다 한다.
"아빠가 한 게 이 정도면, 김 셰프 아저씨가 만든 건 환상이겠지. 아빠 언제 가자!"
아, 그런 복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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