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는 26일 YTN 라디오에 나와 "초고소득자와 초대기업만 딱 집어서 하는 '핀셋 증세'만으로는 문재인 정부가 하겠다는 공약을 감당할 수 없다"면서 "정부가 전면적인 세제개편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혜훈 대표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증세' 논의를 위해 제안한 여야정협의체 참석 여부에 대해서도 "문재인 정부가 공약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돈을 조달하기 위한 전면적 세제 개편안을 내놓으면 그것에 대해서는 저희가 논의에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전면적 세제 개편안에 대해서는 "예를 들어면 양도 소득세, 임대소득세, 재산세라는 것도 있다. 또 초고소득자말고 주식 시장에서 몇백억을 벌어도 세금을 안 내는 분들에 대한 증세를 어떻게 할지 (정부가 계획을) 내놓으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혜훈 대표는 "바른정당은 원래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 있다', '재산이 있는 곳에 세금 있다', '더 많이 가진 사람이 더 많이 낸다', 이 원칙으로 저희가 갖고 있는 안이 있다"면서 "대선 때부터 말씀 드렸다"고 덧붙였다.
이혜훈 대표의 제안은 '중부담-중복지'를 내세운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의 공약과 맥을 잇는다. 19대 대선 당시 유승민 후보는 문재인 후보보다 증세에 더 적극적이었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증세' 논의를 회피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왔다.
앞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연 이윤이 2000억 원이 넘는 초대기업의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3%포인트 더 높이고, 연 소득이 5억 원이 넘는 초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을 40%에서 2%포인트 더 높이자는 안을 제시했다. 이렇게 하면 최대 연 4조 원이 더 걷히지만, 문재인 정부 공약 이행에 드는 178조 원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야당의 지적이다.
이혜훈 대표가 비록 정부의 '전면적인 증세안' 제시를 전제로 했지만, 여야정협의체에 참여할 뜻을 밝힌 것은 긍정적이다. 국민의당도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의료 민영화법'으로 불리는 규제프리존특별법 등 각종 법안 등을 논의한다는 전제로 여야정협의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뜻을 밝혔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여야정협의체에서 다뤄야 할 것은 증세뿐이 아니라, 규제프리존특별법을 비롯해 국회에 계류된 법안 6400건,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산적한 민생 문제"라며 "국민의당은 이런 협의체라면 마다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 자유한국당도 무조건 반대할 것이 아니라, 여야정협의체에서 야당의 역할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의당은 각론에서는 이혜훈 대표가 제안한 '전면적인 증세'에는 부정적이면서 자유한국당과 비슷한 '작은 정부'의 입장을 취했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문재인 정부는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미명하에 국민 혈세를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에 투입하려 하고 있다"면서 "단언컨대 '세금 주도 성장'의 종착역은 과도한 국가 부채와 재정 적자로 몰락한 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같은 남유럽 경제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손쉬운 증세보다 재정 계획 성과 책임이 중요하다"면서 "정부 여당에 충고한다. 말장난으로 어물쩍 증세를 추진하려 해선 안 된다.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낭비되는 지출을 줄이려는 재정 구조 계획을 단행해서 정부가 유능한 재정 운용자라는 믿음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 때 이미 실패한 바 있는 '지하경제 양성화', '허리띠 졸라매기'를 들고 나온 것이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증세를 위한 여야정협의체에 참여하지 않을 뜻을 밝힌 것은 물론이고, 문재인 정부의 증세 방침에 반발해 '담뱃세 인하'를 들고 나와 다른 야당으로부터도 비판받고 있다.
김세연 바른정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날 당 연석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국민 건강을 이유로 담뱃값을 인상한 게 엊그제 같은데, 스스로 다시 내린다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며 "한마디로 코미디"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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