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정치적 줄대기한 검사들 확실한 책임 물어야"

文대통령 '검찰개혁' 요구에 문무일 총장 묘한 한시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정치적 줄대기를 통해 혜택을 누려온 일부 정치 검사들의 모습이 있다면 통렬히 반성해야 하고 그런 부분에 대해 확실한 책임을 물어야 묵묵히 업무에 임해온 검사들도 더 큰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가진 문무일 신임 검찰총장에 대한 임명식 자리에서 "이것이 검찰총장에게 주어진 역사적 사명"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검찰 개혁 의지에 의구심을 샀던 문 총장을 향한 강하고 직접적인 당부다.

앞서 문 총장은 인사청문회에서 대표적인 검찰 내 정치 검사 집단의 상징이 된 '우병우 사단'에 대해 "실체를 알지 못한다"고 말해 청문위원들로부터 질책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이어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와 관련해 "합리적 조정을 위한 토론이 필요하지만 조정 자체는 필요하다는 인식을 함께 갖고 제3의 논의 기구 구성 등의 지혜를 모아달라"고 했다.

문 총장은 인사청문회에서 "검찰이 경찰의 기록만 보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은 만큼 이차적, 보완적 수사는 불가피하고 일부는 검찰의 직접수사와 특별수사를 통해 사회의 부정부패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경찰에 영장청구권을 일부 부여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더 논의해봐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공직자 비리수사처 문제에 대해선 "이것이 검찰 자체만 견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을 포함한 권력을 가진 고위공직자가 대상이고 그 중에 검찰도 포함이 되는 것 뿐"이라며 "2002년 경 이 문제가 논의되기 시작했을 때 반부패기구로 시작했던 도입 취지를 잘 살려야 한다"고 했다.

문 총장은 인사청문회에서 "공수처 도입이 논의되는 과정과 국민 열망을 잘 알고 있지만, 찬반의 의견이 있고 찬성 안에서도 여러 방안이 있어 입장을 서둘러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즉답을 피한 바 있다.

문 총장은 한편 임명장을 수여받고 "하늘 노릇하기 어렵다지만 4월 하늘만 하랴 / 누에는 따뜻하기를 바라고 보리는 춥기를 바란다 / 집 나서면 맑기를 바라지만 농사일로는 비를 기다린다 / 뽕잎 따는 아낙은 날 흐리기를 바란다(做天難做四月天/蠶要溫和麥要寒/出門望晴農望雨/採桑娘子望陰天)"는 대만 학자 난화이진의 한시를 읊었다.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른 소리를 낸다는 내용의 한시로, 문 총장은 "예전에 선배가 가르쳐준 시인데 이번 청문회를 거치며 생각났다"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청문위원들이 여야 입장에 따라 검찰 개혁에 상반된 주문을 한 데 대한 불편한 심경을 내비친 게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

과거 김진태 전 검찰총장이 2014년 3월 대검 간부회의에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의혹 사건에 여야가 다른 목소리를 내자 이 한시를 인용해 복잡한 심경을 표현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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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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