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화장실까지 따라오는 KT의 괴롭힘

[작은책] KT 업무지원단, 상시적 구조조정 시도가 목적?

"이거 혹시 여직원들 괴롭혀서 그만두게 하려고, 전봇대 타게 시키고 그런 거…. 전에 <뉴스타파>에서 보았는데, 그런 건가요?"

KT 업무지원단에서 벌어진 성희롱 사건을 조사하던 수사관이 던진 질문이었다. KT 업무지원단에 근무하는 여직원에게 자행된 부당한 탄압과 괴롭힘은 2006년부터 KT에서 비밀리에 시행되었던 'CP(부진인력)퇴출 프로그램'이 2013년 대법원 판결을 통해 불법으로 판명되었음에도 여전히 그 실체가 살아 있음을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우선 KT 내에 존재하는 특이한 부서인 업무지원단에 대해 설명이 필요할 듯하다. 2014년 박근혜 정권의 낙하산으로 KT에 입성한 황창규 회장은 취임 직후에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였다. 무려 8304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나야 했다. 황 회장은 구조조정이 일단락된 직후인 그해 5월 12일 업무지원단이라는 신설조직을 만든 후, 명예퇴직을 거부한 직원, 민주노조 활동가 등 291명을 발령했다. 이들은 경기 지역 등 주로 대도시 외곽 지역에 배치되었고 예전에 하던 인터넷, TV 판매의 영업과 통신시설 유지보수 등의 업무와 무관한 생소한 업무가 부여되었다. 업무지원단 3년여 동안 오공사, 무선품질측정, 단말회수 등 단순 허드렛일을 시켜 오고 있다. 회사는 업무지원단 직원 291명을 다른 일반 직원들과 격리함으로써 다른 직원들에게 회사 지침에 대한 무조건적 복종을 강요하는 본보기로 삼고자 하였다.

업무지원단으로 강제발령을 받은 KT노동자들은 '업무지원단 철폐투쟁위원회'를 만들어 회사의 부당한 발령과 업무지시에 맞섰으며, 3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회사에게 업무지원단을 해체하고 일반 업무로 복귀시킬 것을 요구하며 투쟁을 벌이고 있는 상태이다.

업무지원단에 부여된 무선측정, 단말회수 등의 업무는 특히 내근 사무직을 하던 여성 노동자들에게는 절대 쉽지 않았다. 또한 회사는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과 감시를 더욱더 심하게 자행하였다. 부당한 업무지시로 괴롭히면서 자진 퇴사를 유도했던 'CP(부진인력) 퇴출프로그램'을 여직원들을 대상으로 적용한 대표적인 사례가 경기지원 11팀 소속 원 모 과장에 대한 탄압 사례이다.

'무선품질측정'이라는 외근 현장업무를 지시받은 원 과장이 다른 직원들처럼 샤워를 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하자, 회사는 외부 사우나 티켓을 끊어 주며 18시 이후에 샤워하고 퇴근하라는 지침을 전달하였다. 퇴근시간 전에 전화국 내에 설치된 샤워장을 사용하고 퇴근하는 현장근무직 남직원들과 비교할 때 엄연한 차별 행위였다. 이에 원 과장이 차별 철폐를 요청하는 글을 노조 홈페이지 등에 게시하면서 문제 제기를 하자 회사는 서면 경고를 하는 등 압박하였고, 국가인권위에 여성차별 진정을 제기하자 2015년 인사고과에서 최하위 등급을 주는 등 불이익을 주었다.

2016년 1월 회사는 업무지원단 전체 직원에게 해지고객 단말회수 업무를 부여하였다. 차량 운전이 필요한 업무여서 20년 넘게 장롱면허였던 원 과장은 회사에 운전 연수를 요청하였다. 비슷한 사례였던 다른 직원들은 회사의 배려 속에 경험 있는 직원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원 과장에게는 무조건 즉각 업무 수행을 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결국 제대로 된 운전 연수도 없이 업무에 투입된 원 과장은 2월 24일 버스와 접촉사고를 겪게 되고, 곧이어 3월 24일에도 차량 추돌사고가 발생하여 결국 산재판정을 받고 요양에 들어갔다. 그런데 8월 17일 산재요양 후 5개월 만에 복귀한 원 과장에게 회사는 또다시 "산재가 자랑이 아니니 실적을 내라"며, 즉시 작업 차량을 이용하여 해지고객 단말회수 업무를 시행하라고 명령하였다. 원 과장은 운전사고 트라우마를 호소하며 일반 지사로 발령 내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원 과장은 다른 직원들과 상황이 다르니 전보가 불가능하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거부당했고, 다른 업무로의 역할 조정도 거부당했다. 원 과장은 회사의 실적 압박에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업무를 수행하다 발가락 부상을 당하는 등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 했다. 원 과장의 호소가 계속되자 회사는 운전을 못 한다는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였다. 원 과장은 10월 6일 자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불안 우울을 동반한 적응장애' 내용의 진단서를 제출하였고 이후 사무실 대기를 지시받았다.

그러나 사무실 대기는 또 다른 괴롭힘의 시작이었다. 청사 내에서 잠시만 자리를 비워도 팀장이 뒤를 따라오는 감시 행위가 시작되었고, 업무 협의를 빌미로 본부 관리자 등이 방문하여 온갖 모욕적인 언행과 무시를 일삼았다. 그들은 원 과장을 거짓말쟁이로 몰고 "이 양반이", "당신이" 등 멸시하는 호칭과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또한 산재요양을 받고 정상적인 근무를 하지 못한 원 과장에게 2016년 인사고과에서도 최하위 등급을 부여했다(KT는 2013년 노조의 백지위임으로 2년 연속 최하위 등급을 받으면 직권면직까지 될 수 있도록 노사합의가 되어 있다 - 저성과자 '쉬운' 해고).

회사의 탄압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 3월 29일, 본부 오 모 부장이 방문하여 화장실에 있는 원 과장에게 "빨리 나오라"고 소리를 질러 댔으며, 원 과장이 나오자 "고의로 화장실을 간다"고 억지를 부렸다. 이후 사무실에서 업무 수행을 논의하는 도중 부장은 원 과장의 몸 뒤에 자신을 밀착시켜 몸이 닿는 상황에서 "성희롱한다고 해 봐라"고 네 차례나 소리 지르는 등 성희롱까지 하였다. 이튿날 원 과장이 항의하며 진상조사 요구를 하자, 오 부장은 퇴근 시간에 찾아와 비열한 자세로 전날의 행위에 대해 사과를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오 부장의 이런 성희롱 행위에 대한 회사의 조사는 매우 형식적이었고, 오 부장의 일방적인 주장을 받아들여 결국 '성희롱 혐의 없음'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심지어 오 부장은 뻔뻔스럽게도 원 과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까지 하였다.

이처럼 끈질기게 진행되고 있는 원 과장에 대한 지속적인 탄압은 KT회사 측이 '업무지원단'이라는 비정상적 조직을 통해 직원들을 괴롭히면서 상시적 구조조정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 주고 있다. 따라서 업무지원단은 즉시 해체되어야 한다. '업무지원단 철폐투쟁위원회'에서는 본 사건과 관련하여 황창규 회장이 성희롱과 관련된 관리자들을 징계할 것을 요구하며 촛불집회와 1인시위를 지속해 오고 있다. 원 과장 또한 회사의 부당한 탄압에 맞서서 끝까지 싸울 것을 다짐하고 있다. 원 과장은 현재 적응장애 진단을 근거로 산재를 신청한 상태이며, 성희롱을 포함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했으며 향후 법적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원 과장과 업무지원단 철폐투쟁위원회는 이번 투쟁을 KT에 근무하고 있는 4000명 가까이 되는 여직원들, 나아가 대한민국의 여성 노동자들이 받고 있는 차별을 철폐하는 투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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