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 새는 '한국형 헬기' 수리온...방산비리 수사 방아쇠

감사원 감사서 다수 관계자 책임 발견...'빗물 새는 헬기'

1조2950억 원을 들인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이 전투능력은 고사하고 헬기로서 기본적인 안전성도 갖추지 못했음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이 과정서 일부 군 인사의 비리 혐의도 포착됐다.

국방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더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수리온은 지난 2006년 6월부터 약 6년간 막대한 비용을 들여 개발해 2012년 12월부터 각급 부대에 배치된 헬기다. 하지만 그간 숱한 비행 사고가 발생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15년 1월과 2월에는 육군항공학교에서 수리온 2대가 엔진 과속 후 정지되는 현상으로 인해 비상착륙했다.

2014년 8월에는 육군항공학교에서 '메인로터 블레이드(프로펠러)'와 동체 상부 '전선절단기' 충돌 사고가 일어났다. 2013년 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수리온은 운행 중 다섯 차례에 걸쳐 윈드 실드(전방 유리) 파손 사태를 낳았다.

비행 기체 내부로 빗물이 유입되는 일도 일어낫다.

지난해 3월부터 5월에 걸쳐 1차 감사를 진행하고 10월~12월에 2차 감사를 진행하는 등 두 차례 감사 결과를 발표한 감사원 자료를 보면, 국방과 관련한 상당수 관계사의 부실이 총체적으로 결합됐음을 확인 가능하다.

감사원은 관련자들의 징계 등을 요구했다.

우선 감사원은 한국항공우주산업주식회사(이하 KAI)가 메인로터 블레이드와 기체의 충돌 가능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규격서와 감항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처리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프로펠러와 동체 충돌 사고가 일어난 셈이다.

윈드 실드가 파손된 원인에는 국방과학연구소(이하 국과연)과 KAI의 업무 태만이 꼽혔다. 국과연과 KAI는 수리온 윈드 실드 소재로 그간 헬기에 적용된 적 없는 ‘솔리디온’을 채택하고도 이 기기의 파손 위험성, 파손 시 최소시야 확보 여부 등의 검토를 소홀히 했다.

수리온 비상착륙 사태 원인으로는 엔진 결함 등이 발견되었으나, 군과 방위산업체 모두 이를 감추기 급급했다. 지난 2015년 1월과 2월 두 차례에 걸쳐 수리온 12호기, 2호기가 비상착륙하는 사태가 일어나자 육군항공학교는 KAI 등에 기술지원을 요청했다.

그 결과 엔진 결함 등의 문제가 확인되자 KAI 등은 이를 육군 측에 알렸으나, 같은 해 12월 수리온 4호기가 같은 문제로 또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4호기 추락 직후부터 약 3개월 간 수리온 운항은 전면 중단돼 전력 공백이 발생했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 수리온 제작사와 육군군수사령부, 육군항공학교 등이 엔진 결함 후속조치를 태만히 한 사실을 밝혔다. KAI와 다른 제작업체는 수리온 문제를 동절기까지 제대로 다루지 않다가 4호기 추락 사고가 나고야 개선조치 계획을 제출했다.

육군군수사령부는 기기 중대 결함 시 설치해야 하는 중앙합동기술위원회를 구성하지 않고 비공식 협의체만 운영했다. 육군항공학교는 기기 운항을 철저히 통제해야 함에도 불구, 엔진 2기가 동시에 고장 날 가능성이 적고 교육 일정은 진행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결함이 많은 기기의 무리한 운항을 지속했다.

이 밖에도 감사원은 수리온에 탑재된 엔진(701K)에 통합디지털엔진제어기를 적용할 때 규격 충족 여부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고, 별도의 검증절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기 결빙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비행안전성 시험은 실시되지도 않았던 것으로도 확인됐다. 규정상 비행 시험에 6개월이 소요되는데, 수리온 개발 당시 시험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방사청은 체계결빙 성능시험을 '해외 시설을 통해 수행'하는 조건으로 '기준 충족' 판정을 해 전력화했다. 체계결빙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건 세 차례에 걸친 수리온 추락 사고의 직·간접 원인으로 꼽힌다.

감사원은 수리온의 부실이 드러났음에도 지난해 12월 전력화 재개 결정을 내린 장명진 방사청장과 이상명 한국형헬기사업단장, 팀장 A씨 등 3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대검찰청에 수사 요청했다.

감사원은 특히 방사청장에게 수리온 전력화 재개 과정서 업무를 부적절히 처리한 관련자 징계를 요구하고, 감항인증기준을 조기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감사청은 육군군수사령관에게 수리온 결함을 확인하고도 후속조치를 태만히 한 관련자 징계를 요구했다. 국방기술품질원장에게 주의 요구를, 육군참모총장에게는 조속한 안전대책 마련을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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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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