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의 사드 반대 운동, 그 중심에는 여성이 있다

[작은책] 일상에서 시작하는 공존의 정치…<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파란나비효과>

다큐멘터리 <노무현입니다>(이창재 감독, 2017)의 흥행 돌풍이 무섭습니다. 다큐멘터리 역사상 최단 기간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고, 이런 추세라면 다큐멘터리로는 최다 관객을 동원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 호에 소개할 영화는 <노무현입니다>가 아닙니다. 돌풍에 밀려 개봉관 잡기도 쉽지 않았을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조은성 감독, 2017)와 <파란나비효과>(박문칠 감독, 2017) 두 편의 영화를 간절한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지난 6월 8일에 개봉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개봉관은 45개였습니다. 그리고 같은 달 22일에 개봉한 <파란나비효과>는 극장을 몇 개나 잡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마저도 퐁당퐁당 상영이라고 해서 하루에 한두 번 상영하는 것이 고작일 텐데, 이 두 편의 영화가 극장에 얼마나 머물 수 있을지 정말 걱정입니다.

▲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파란나비효과> 포스터. ⓒ프레시안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주인공은 길고양이입니다. 한국, 대만, 일본 3국의 길고양이들의 슬픈, 혹은 행복한 모습이 등장하는 이 영화는 길고양이와 사람의 행복한 공존은 어떻게 가능할까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서울의 길고양이가 다른 나라들의 길고양이들을 만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는 설정이 참 재미있습니다.

그렇게 길고양이의 시선으로 들여다본 대만의 관광명소 '허우통'과 일본의 아이노시마 섬의 풍경들은 '고양이들의 천국' 그 자체입니다. 그곳의 길고양이들은 사람을 봐도 도망가지 않습니다. 한가로이 노니는 고양이들과 따뜻한 웃음을 지닌 사람들은 사이좋게 공존하며 '이런 세상도 가능하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보여 줍니다. 일본과 대만의 풍경들이 힐링을 주는 반면 서울 길고양이들의 처지는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서울의 길고양이들은 굶주린 눈빛으로 허겁지겁 주린 배를 채우는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그런 모습들 사이사이로 김하연 씨의 사진이 보입니다. 사진작가이자 신문 배달원인 김하연 씨는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새벽마다 서울의 골목길을 돌며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챙겨주고 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사람을 경계해야만 하는 서울의 길고양이들이 김하연 씨의 카메라 앞에서만은 여유를 보입니다. 김하연 씨의 오랜 동행이 만든 신뢰 덕분에 관객들은 고양이들의 길 위에서의 삶을 사진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조은성 감독은 2013년 겨울, 강남의 한 아파트 지하 보일러실에서 길고양이들이 집단으로 굶어 죽은 사건을 계기로 이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추운 겨울, 따뜻한 곳을 찾은 수십 마리의 길고양이들이 굶어 죽었습니다. 단지 지저분하다는 이유로, 울음소리가 싫다는 이유로 모든 창문과 통로를 막아 버린 것입니다. 작고 힘없는 생명체 하나도 허용하지 않는 이 잔인한 세상을 바꾸고 싶어서, 고양이와 사람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서 조은성 감독은 4년을 바쳤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가 극장도 못 잡고 조용히 사라져 가는 것을 지켜보자니 가슴이 많이 아프네요.

▲ <파란나비효과> 스틸컷.

<파란나비효과>의 주인공은 사드 배치 반대 투쟁의 중심에 있었던 경상북도 성주의 젊은 엄마들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보다 먼저 만났습니다. 이 영화를 만든 박문칠 감독은 전작 <마이 플레이스>(2013)를 통해 비혼모 여동생의 출산을 계기로 캐나다에서 역이민해 온 가족의 역사를 담담하게 풀어낸 이력이 있습니다. 그 박문칠 감독이 사드 투쟁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며 가편집본을 보내온 게 좀 뜻밖이었거든요. 남성 감독의 사적 다큐멘터리는 아주 드뭅니다. 간혹 어떤 경우에는 공적인 발언을 위해 사적인 것을 이용했다는 인상을 받기도 하는데, 박문칠 감독은 사적인 영역에 굳건히 머물면서 동생의 선택을 사회적인 것으로 위치 지우는 데 성공합니다. 그런 이력을 가진 남성 감독이 사드 투쟁에 대한 다큐멘터리는 어떻게 만들었을까 궁금했습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가편집본을 봤는데 박문칠 감독은 여전하더군요.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흔히 '주부'라고 불리는 살림하는 여성들입니다. 주부들은 자신들이 담당하고 있는 생활 세계에서 임신, 출산, 육아, 먹을거리 등 사적인 관심사에서 출발해 자신들이 담당하고 있는 생활 영역을 재구성하기 위해 활동합니다. 성주가 사드 부지 예정지로 선정된 후 오늘날까지 싸움이 지속되는 이유는 그 중심에 여성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싸움의 동력을 강한 모성애에서만 찾아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시작은 "전자파로 아이들이 입을 피해가 걱정된다"는 모성애 때문이었겠지요. 하지만 일방적인 결정을 강행하는 정부, 자기 잇속을 찾아 하루아침에 입장을 뒤집는 군수와 국회의원들의 행태를 보며 평범한 사람들은 각성해 갑니다. 군민들의 저항을 무마하고자 국가는 '제3부지'를 거론하지만, 군민들은 대한민국 땅 어디에도 사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합니다. 사적 영역에서 출발한 평범한 사람들이 저항을 거치며 공동선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그렇게 벅찬 감동을 선사합니다.

2년 전, 대구로 거처를 옮긴 박문칠 감독은 사드 문제가 터지자 성주군 분위기가 궁금해서 몇 번 가 보았다고 합니다.

"(젊은 엄마들이) 인쇄소에 맡기면 될 현수막을 직접 제작하고,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파란 나비 리본을 도란도란 모여 앉아 종일 만들고 있더라. 이들의 헌신이 사드 반대 투쟁에 동력이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들을 영화로 조명하고 싶었다."

그래서 남편들이 "나라가 할 수 있는 일을 막을 수 있겠냐"며 주저앉을 때 여성들은 의연하게 자리를 지킵니다. 그 시작이 어떻든 실천 속에서 세계와 자신을 연결시키고 그리하여 더 큰 세계로 성큼성큼 걸어나갑니다. 이 의연함이 가능했던 것은 역시나 살림의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세끼 밥은 차려야 하는 주부들의 일상, 그 밥을 준비하는 마음이 성주의 끈질긴 투쟁을 지금까지 이어 가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독자들에게 호소합니다. 이 두 편의 영화를 만나 주세요. 세계의 변화는 지금 나의 일상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이 두 편의 영화를 통해 확인해보시면 좋겠습니다.

(문의: 리틀빅픽쳐스 070-8870-3549 / 인디플러그 07-702-0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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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작은책>은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부터 시사, 정치, 경제 문제까지 우리말로 쉽게 풀어쓴 월간지입니다. 일하면서 깨달은 지혜를 함께 나누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찾아 나가는 잡지입니다. <작은책>을 읽으면 올바른 역사의식과 세상을 보는 지혜가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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