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공무원의 과로사 문제는 어제 오늘만이 아니다. 2013년 4명의 사회복지공무원이 연이어 자살하였다. 이른바 말하는 과로자살이었다. 과도한 업무, 부족한 지지와 지원, 감정 노동이 이들을 자살로 내몰았다. 이후 시행된 사회복지공무원 조사에서 응답자의 27.4%가 자살 충동이 있었다고 답변하였고, 이는 일반 인구에 비해 3배 이상 높음을 알 수 있었다. 사회복지공무원의 83%가 폭언을 들은 경험이 있었고, 폭행은 7%, 성희롱은 12%가 경험이 있었다.
필자는 여러 부처의 공무원을 대상으로 건강 실태를 조사해 왔다. 조사했던 사회복지, 법원, 통계청, 고용노동부의 공무원 모두 한결같이 과도한 업무, 부족한 지지와 지원, 감정 노동을 호소하고 있었다. 고용노동부의 경우 일상적인 장시간 노동과 고밀도 노동, 그리고 실업 및 체불 임금, 부당해고 등의 고통 속에서 하루라도 빨리 자신의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는 사회적 소외계층으로부터 얻게 되는 정신적 스트레스와 감정 노동 등으로 고통받고 있었고, 이러한 요인들은 과로 노동의 문제뿐만 아니라 과로자살을 유발하는 정신적 손상을 낳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노동부 공무원에 대한 우울 증상 조사 결과, 심리상담이 필요한 경우가 30.1%이었고(중등도 우울 증상 + 고도 우울 증상), 정신과 전문의의 상담이 필요한 고도 우울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12.6%이었다. 이는 일반 인구를 대상으로 시행한 연구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사회복지, 법원, 통계청 공무원의 조사결과도 마찬가지이었고, 조사하지 못한 공무원들 역시 마찬가지 결과일 것이다.
소위 '철밥통', '관료주의', '복지부동'이라는 이름으로 상징되었던 우리나라에서 공무원은 사회가 민주화를 겪어내면서 크게 변화하였다. 즉, 국가의 통치이념을 관철시키기 위해 국민에게 '갑질하는 권력자'에서 국민에 대해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민의 봉사자'로 역할이 변화되고 있다. 이 결과 중하위급의 공무원들은, 특히 민원인을 대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들의 경우에는 과거의 권위적인 태도를 가진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과도한 민원 제기에 거의 무방비로 노출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
또한 신자유주의 하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과당경쟁' 과 '성과주의'가 고위 관료들이 주도하는 전시행정을 촉발시켰고 이는 다시 중하위 공무원들의 업무 부하로 전가되어 공무원의 노동 조건과 건강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공무원의 과로사, 과로자살은 간헐적으로 언론에서 제기되는 수준에만 머물러 있고, 공무원의 건강문제는 개인적 수준에서만 바라볼 뿐 전체 공무원집단의 문제로 확대 해석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개인의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노동 환경과 노동 조건에 대한 관심은 매우 미비한 형편이다. 하지만, 최근의 사례를 보면 더 이상 공무원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스스로의 건강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되었다. 과로사, 과로자살은 공무원들에게는 남의 일이 아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공무원의 적정 업무 기준을 설정하고, 과도한 민원을 유발하는 구조를 제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또한 장시간 노동과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중장기 계획도 시급히 수립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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