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비정규직이 언론에 드리는 몇 가지 부탁

[기고] 정규직 전환이 공사 존립을 흔들어?...우린 무임승차자 아닙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을 방문한 뒤, '비정규직 제도시대'를 선포했다.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보인 셈이다. 이후 인천공항의 비정규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앞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바로미터가 된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그래서일까. 이후 인천공항 비정규직 문제 관련, 온갖 추측과 익명에 기댄 보도가 쏟아졌다.

이런 가운데 인천공항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범한 '제대로 된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대책회의'에서 <프레시안>에 기고문을 보내왔다. 그간 언론에서 어떤 식으로 보도를 해왔으며, 또한 앞으로 어떻게 보도해줄 것을 당부하는 글이다.

지난 5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은 1호 정책의 모델로 인천공항을 방문하고, 1만 비정규직을 연내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5월 12일부터 현재까지 하루에도 수십 건의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이런 기사들은 당사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기사를 보고 하루에도 수 십 통씩 전화가 오기도 한다. 필자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비상대응 기구로 만든 '제대로 된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대책회의' 대변인으로서 언론과 조합원 간 창구 역할을 맡고 있다. 지면을 빌어 언론 노동자들에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몇 가지 부탁을 전해드리고자 한다.

정확한 사실에 기반한 보도가 필요하다

첫 번째, '지속적인 관심'이다. 인천공항 비정규직이 경험한 언론의 힘은 실로 대단했다. 몇 통씩 가족, 친지들로부터 축하 전화를 받았고, 교대근무로 자고 있던 사람은 지인으로부터 정규직 전환 소식을 먼저 전해 듣기도 했다. 심지어는 몇 년 동안 소식이 끊겼던 친구로부터 연락이 오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인천공항을 넘어 한국 사회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서 언론들의 집중 조명과 분석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두 번째, '정확한 사실'에 기반한 보도이다. 언론은 거대하고 복잡한 비정규직 업무를 전례 없이 전환하는 이 사업을 외부자의 시선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다. 보다 세심한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 <한국경제> 5월 14일자 '설익은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계획' 기사가 그러하다. 정규직 전환비용을 근거 없이 과다 추계해 인천공항이 당장 내년에 적자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 사업이 공사의 존립을 흔든다는 주장이었다.

기사의 간단한 숫자 계산 자체가 오류였지만 현장은 술렁였다. 참고로 노조(2012년), 공사(2014년) 연구를 통해 정규직 전환이 외주화보다 비용에서도 효율적이라는 사실은 이미 증명된 바 있다.

6월 22일자 <조선일보>의 '정규직 전환·신규채용·2터미널… 기약없는 인천공항' 기사는 "추가적인 외주화 계약 지양, 기존 계약을 한시적으로 연장"하라는 고용노동부의 지침을 "신규 용역 계약 금지"라고 오보를 내 현장 혼란을 가중했다. 인천공항 신규채용 역시 6월 24일 재개되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인천공항공사를 찾아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 번째, '인과관계'의 철저한 검증이다. JTBC는 5월 15일자 '인천공항 '1만 명 정규직 전환' 시작부터…또다른 차별?' 기사를 통해 고용승계가 아니라 신규채용으로 정규직을 뽑는 '폭발물처리반' 사례를 들었다. 대통령의 전환 약속 이후 공사가 시행한 정책이 엉망이라는 주장이었다.

기존 일하던 사람이 해고 위기에 몰리는 공사 정책이 엉망된 것은 신규채용을 추진한 공사 때문이지 대통령이 약속한 1만 명 정규직 전환 때문이 아니었다.

SBS가 6월 22일자로 보도한 '비정규직 제로 선언 믿었는데…해고 위기 놓인 직원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기사는 인천공항 일부 하청업체 변경과정에서 해고위기가 발생했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 정책이 무망한 것 아니냐는 주장을 했다. 하지만 업체 변경과정의 고용승계 거부는 간접고용에서 발생하는 고질적인 문제점일 뿐 이번 정규직 전환과는 무관한 일이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헤아려주길

마지막으로 사회적 약자인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감정과 상태를 헤아려주는 역지사지의 마음이다.

어느 노동자는 비정규직들이 무리하게 처우개선을 요구한다는 추측성 기사의 댓글을 보고 "열심히 일만 해왔고, 한 적도 없는 요구 때문에 갑자기 왜 세금 축내는 무임승차자 취급받아야 하느냐"며 밤새 잠 못 이루다가 노조에 전화해 하소연하기도 한다.

바쁜 업무 속에서 고위관계자를 만날 수도 없고, 야간교대 근무로 기사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기에 벅찬 대다수 노동자들은 기사에 따라 희망과 위안을 찾기도 하지만 때로는 절망과 상처를 받기도 한다. 이런 노동자의 사연과 이야기를 언론 노동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한재영 대변인은 제대로 된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대책회의 대변인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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