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4월 29일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 1호기는 이로써 가동 40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국내에서 상업용 원전이 퇴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19일 오전 고리 1호기 공식 폐로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한수원은 앞서 지난 17일 오후 6시 고리 1호기로 들어오는 전기를 차단한 데 이어 약 38분 뒤 원자로의 불을 껐다.
사람으로 치면 심장이 멈춰 사망선고가 내려진 셈이다.
평소 300도에 달하는 고리 1호기 온도는 이 때부터 서서히 식어 18일 자정(24시) 영구정지 기준인 약 93도까지 떨어졌다.
부산광역시 기장군에 들어선 고리 1호기는 1977년 6월 18일 원자로에 불을 붙인 이후 1978년 4월 29일 본격적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당시 고리 1호기의 총 공사비는 3억달러(약 3천400억원)로, 1970년 우리나라 1년 국가 예산의 4분의 1에 달하는 규모였다.
막대한 사업비로 국내외에서 무모한 사업이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정부는 영국과 미국 등으로부터 돈을 빌려 공사를 진행했다.
우여곡절 끝에 준공 예정일을 훌쩍 넘겨 완공된 고리 1호기는 안정적 전기 공급으로 우리나라가 산업국가로 발돋움하는 발판이 됐다.
고리 1호기가 지난 40년 동안 생산한 전력은 15만 기가와트로, 부산시 전체 한해 전력 사용량의 34배에 이른다.
고리 1호기는 2007년 설계수명인 30년이 만료됐지만, 10년간 수명 연장이 결정돼 모두 40년 동안 전력을 생산하게 됐다.
지난 9일 원자력안전위가 한수원이 제출한 영구정지 운영변경 허가 신청을 의결하면서 고리 1호기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고리 1호기는 멈췄지만, 해체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한수원은 고리 1호기가 영구정지된 이후 해체 절차를 차례로 밟아 부지를 자연상태로 복원하기까지 약 1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구체적 해체 로드맵은 19일 발표된다.
'대한민국 1호 원전' 고리 1호기의 영구 정지는 우리나라 원전 정책에도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고리 1호기는 산업화 과정에서 급격히 늘어난 전력 수요를 뒷받침하는 발판이 됐으나 원전 중심의 발전은 안전성이 도마 위에 오르며 끊임없이 찬반 논란에 휩싸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기간 ▲ 신규 원전 전면 중단 및 건설계획 백지화 ▲ 수명이 다한 원전 즉각 폐쇄 ▲ 신고리 5, 6호기의 공사 중단 및 월성 1호기 폐쇄 ▲ 탈핵에너지 전환 로드맵 수립을 공약했다.
고리 1호기 퇴역을 계기로 문 대통령이 탈(脫)핵에너지 로드맵을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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