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임대인이 임차인을 합법적으로 내쫓아, 그들의 것인 권리금을 약탈하고 있다. 임대인의 재산 증식 도구로써 사용되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개정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대중이 현행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얼마나 형편없는지를 인식해야 한다.
필자가 택한 글쓰기 전략은 '역접근'이다. 현장에서 임대인이 부동산 법률 전문가에게 컨설팅을 받아 임차인을 내쫓는 것처럼, 본 연재 안에서의 '나'는, 임대인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컨설턴트가 되어 '합법적으로 임차인을 내쫓는 방안'에 대해 조언한다. 이를 통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얼마나 무력한지를 반증하고자 한다.
3개월 치 월세를 받지 마세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8 규정에 따르자면, 임대인은 임차인이 월세를 3기 이상 연체할 경우 ‘남아있는 계약기간과 상관없이’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3기의 연체'란 석 달이 아닌 약정된 지급일을 기준으로 한, 총 3회분의 연체를 말합니다. 만약 월세를 매월 100만 원씩 지급하기로 한 임대차 계약이라면, 3개월분의 월세인 총 300만 원이 연체되어야만 (임대인이)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수가 있습니다.
연체액은 총 3기분의 월세에만 달하면 그만일 뿐, 꼭 그 3기의 연체가 연속되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가령 5월에 월세를 연체하고, 6월에는 해당분을 지급한 뒤, 다시 7월과 8월에 월세를 내지 못했다면, 총 3기분의 월세를 연체한 것이 되어서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한편, 임차인이 '보증금이 있으니 보증금에서 월세를 까면 되는 것 아니냐'는 식의 대응(논리)을 펼친다고 하여, 채무 불이행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대법원 1994. 9. 9. 선고 94다4417 판결). 요컨대 보증금의 잔존 여부와 상관없이 월세가 3기 이상 연체되면 임대인은 임대차 계약을 즉시 해지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바로 이 점, 다시 말해 임차인이 월세를 3기 이상 연체할 경우 ‘남아 있는 계약기간과 상관없이’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점을 파고들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임차인으로 하여금 3기의 월세를 연체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여러분은 지금 제게 묻고 싶을 겁니다.
"그게 가능한가요?"
네, 가능합니다. 두 가지 행동만 취하면 됩니다.
첫째, 월세를 받던 계좌를 해지하세요.
둘째, 임차인의 전화를 3개월 동안 받지 마세요.
너무 놀라실 것 없습니다. 일견 야비해 보이기까지 한 이 방법은 널리 알려지지만 않았을 뿐 지금도 꽤 많은 임대인이 사용하고 있는 유용한 방법입니다.
임차인은 임대인이 위와 같은 방법을 사용해 월세 받기를 거부할 경우 변제공탁(채무자가 변제를 하려고 하여도 채권자가 변제를 받지 않거나 변제를 받을 수 없는 경우에 공탁소에 공탁을 하여 채무를 면하는 제도)을 통해 3기의 월세가 연체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방법을 아는 임차인은 정말 드뭅니다. 게다가 임차인이 설령 변제공탁을 한다고 하여도, 그 행위가 임대인에게 어떤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닙니다. 즉 어떻게 해도 임대인은 손해볼 게 없는 것이지요. 그러니 지금 잠시 책을 덮고 은행에 가셔서 (월세 받던) 계좌를 해지하세요.
인심 좋은 척은 이제 그만!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엔 3기의 월세 연체에 관한 규정이 하나 더 있습니다. 제10조 제1항 제1호인데요. 다음과 같습니다.
제10조(계약갱신요구 등)
①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대차 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임차인이 3기의 차임액에 해당하는 금액에 이르도록 차임을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
제10조 제1항의 앞부분(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대차 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은 앞서 '5년 지난 임차인 내쫓기'를 다루며 살펴보았습니다. (☞ 관련기사 바로가기 : 갱신 요청 안 한 세입자, 다 나가!) 여기서 지금 살필 것은 밑줄 그은 부분입니다.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임차인이 3기의 월세를 연체한 적 있으면, 임대인은 (첫 계약일로부터 5년 이내라도)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습니다!
의외로 이 조항에 걸리는 임차인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경기가 좋지 않아(가령 구제역 파동 등) 가게에 적자가 발생하는 경우 임대인에게 이렇게 말하는 임차인이 있기 마련입니다.
"죄송한데, 이번 달 월세는 조금 늦어질 것 같아요."
살다보면 이런 일이 왜 없겠습니까. 그때 대개의 임대인은 자신이 맡아둔 상당한 보증금을 믿고, 이렇게 말합니다.
"장사를 하다 보면 그럴 때도 있지요. 나중에 천천히 주세요."
인심 좋게 잠시의 월세 연체를 용인해주는 것이지요. 임차인과 임대인 사이에 친분이 있는 경우 이런 일은 더욱 쉽게 일어납니다.
분명 여러분 중에서도 이런 식으로 사람 좋게 굴었던 분들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건 이미 지난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지금의 여러분은 상가 재테크에 눈을 뜬 영리한 임대인입니다. 사뿐히 3기의 월세를 연체한 적 있던 임차인에게로 가서 말씀하세요.
"월세를 세 번 연체한 적 있죠? 3기 월세 연체를 이유로 다음 계약 갱신은 거절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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