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치매 국가책임제' 올 하반기부터 첫 사업"

"치매 치료 본인 부담률 10% 이내로 확 낮춰야"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전 서울요양원을 방문해 치매 환자들, 가족들 및 요양보호사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인천공항공사를 찾아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15일 '미세먼지 바로알기 방문교실'을 찾아 미세먼지 대책을 지시한 바 있다. 체감도 높은 민생 현안을 사회정책 국정과제의 우선순위에 두겠다는 행보다.

'치매 국가책임제'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공약은 치매안심병원 설립, 전국 치매 책임병원 지정, 지역사회 치매지원센터 확대, 치매 의료비 90% 건강보험 적용 등의 세부 내용을 담고 있다.

방송인 김미화 씨와 배우 박철민 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은 내년으로 예상되는 치매 국가책임제의 본격 시행에 앞서 올 하반기부터 공공부문 일자리 대책과 연계해 이 사업에 추가경정예산 집행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보건복지부에서 6월 말까지 치매 국가책임제의 구체적 방안을 강구해서 보고하기로 했다"며 "아마 본격적인 시행은 내년부터 될 것이지만, 우선 필요한 부분들은 공공부문 일자리 부분과 연계되기 때문에 당장 일자리 추경에도 (치매 관련 예산) 2000억 원 정도를 반영해서 금년 하반기부터 첫 사업을 시작해 볼까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가장 시급한 민생현안 가운데 하나가 치매다. 전국적으로 치매 환자가 집계된 숫자만 69만 명"이라며 "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감당하기 힘든 병이다. 개인적으로 기억이 지워져 나가고 스스로 자존심을 지킬 수 없는 힘든 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족들은 치매환자가 오래 계시면 형제 간의 우애도 그렇고 온 집안이 풍비박산 나는 경우가 있다"며 "이제는 치매 환자를 본인과 가족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치매 환자들은) 의사가 한번 면접 하면 그때만 정신을 바짝 차려서 대답을 잘하기 때문에 요양등급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치매환자 모두가 요양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등급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경증부터 중증에 따라서 각각 맞춤형 서비스를 해야 할 것"이라며 "단계가 무거워지면 전문 요양보호사가 댁으로 찾아가서 도와드리는 방문 서비스를 해주고, 그보다 정도가 더 무거워지면 출퇴근하면서 종일 도와드리는 시도를 마련해야 한다. 그보다 더 중증이 되면 치매 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1:1 맞춤형 서비스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1차적으로 필요한 게 치매지원센터가 대폭 확대되는 것"이라며 "치매지원센터가 (전국에) 불과 47개 밖에 되지 않는다. 그것도 40개 정도는 다 서울에 있다. 지방은 센터가 많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치매지원센터를 250개 정도로 대폭 늘려야 한다"고 했다.

또한 "(치매 관련) 건강보험도 부담률을 10% 이내로 확 낮춰야 한다"며 "보험급여의 대상이 되지 않는 진료가 많은데, 다 대상이 되게끔 전환을 해서 부담을 낮춰주는 것이 국가책임제가 실현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밖에 문 대통령은 요양보호사들에 대한 관심과 치매 환자 가족들에게 혜택 확대 등을 복지부에 주문했다. 전날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청와대는 치매 국가책임제 추진 계획을 이달 말까지 완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치매 환자 가족인 나봉자 씨는 "(치매 환자들이) 갈 곳이 없을 때 모일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 달라"면서 "어려운 분들이 모임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또 다른 환자 가족인 이영란 씨는 사설 요양원 이용 경험을 토로하며 "개인적으로 운영하면 영리 목적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국가가 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통령이 (치매 국가책임제를) 공약했을 때 보호자로서 기뻤다"면서 "치매를 국가가 체계적으로 (관리) 한다면 제 노후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환자 보호자인 황옥래 씨는 "강도보다 무서운 게 치매"라며 "주간보호센터에 들어가는 비용이 월 30만 원이고 약값은 7만 원 정도다. 정부에서 3만 원 지원된다"며 "이 역시 힘들다. (정부) 지원 혜택을 많이 주면 좋겠다"고 했다. 황 씨는 "가족요양제가 좋더라. 하지만 주민등록상 같은 번지 내에 있는 사람에게만 혜택을 준다고 한다"며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주문하기도 했다.

치매 요양원 종사자인 김옥선 씨는 "제일 안타까운 것은 어르신들이 필요할 때 다가가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 인력이 부족해서 그렇다"며 ""일이 힘들어서 근무자들이 많이 떠난다. 그러면 일이 더 힘들어진다"고 토로하며 처우 개선을 당부했다.

요양원 종사자인 한훈희 씨도 인력 부족을 언급하며 "지자체마다 (치매센터 수와 서비스 등이) 차이가 난다"며 "서비스를 받으러 못 오는 분들도 있는데 그런 부분을 고려해 달라"고 했다.

치매 봉사활동자인 박영진 씨는 "지역사회 안에서 치매파트너 역할이 지역사회에 깊숙이 들어가서 기회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했고, 곽소정 씨는 "관심과 교육을 받으면 누구나 (치매 파트너즈가)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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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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