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반기문 '독대', 길어진 이유는?

文대통령 "외교문제 걱정"…반 전 총장 "한미동맹이 초석"

문재인 대통령이 2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2시간 가까이 독대했다. 6월 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 등 외교 현안에 관한 대화가 오갔다.

정오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될 예정이었던 오찬은 50분 연장된 1시 50분에 끝났다. 오찬에는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만 배석했다.

회동 후 박 대변인의 브리핑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국내 정치는 소통을 하면서 풀어가면 되지만, 외교 문제는 걱정이고 당면 과제이니 반 총장이 경험과 지혜를 빌려주면 좋겠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은 "문 대통령이 어느 때보다 한반도 상황이 힘든 여건에 처해 잠 못 이루는 밤이 많겠지만, 국민들의 지지가 놓고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또한 "새 정부가 출발을 잘 해서 국민들의 지지를 크게 받고 있고 미국 조야에서도 높은 평가와 기대를 함께 하고 있다"며 "미국에서 만난 전 정부(버락 오바마 정부) 인사들도 한국 걱정을 많이 하면서도 취임 초부터 국민 지지를 높게 받고 있는 새 정부에 대해 기대가 많다"고 전했다.

반 전 총장은 "외교도 국민의 총의를 참작해서 풀어가면 된다"며 "외교는 상대방이 있어 어려움이 많이 따르는데 밸런스를 잘 맞추는 게 중요하다"며 "국가 간 현안은 현안대로 풀고 다른 부분도 함께 풀어가는 것이 국가가 할 일"이라고 했다. 이는 한일 위안부 협상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한일 관계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반 전 총장은 이어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정중하면서도 당당하게 임하는 것이 좋다"며 "한미동맹이 초석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북핵에 대한 한미 간의 공통분모를 잘 활용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북한 문제에 대해선 "북핵 문제를 포괄적, 단계적, 근원적으로 풀어가겠다는 문 대통령의 철학은 미국과 같은 입장"이라며 "초기에는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며 북한에 원칙적인 자세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은 다만 "대북 관계의 물꼬를 트는 일도 중요하다"며 "이산가족상봉 등 인도적 접근과 평창 동계올림픽 등 비교적 이견이 적은 비정치적 접근을 활용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반 전 총장은 문 대통령의 노후 화력발전소 '셧 다운' 조치를 반기며 "유엔 차원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한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통령과 총리가 종합관장하는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게 어떠냐"는 정책 제안도 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도 새 정부의 외교정책 수립과 현안 해결에 많은 조언을 부탁한다"고 했고, 반 전 총장은 "언제든 대통령과 새 정부의 자문 요청에 기꺼이 응하겠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반 전 총장에게 특별한 직책은 제안하지 않았다고 박 대변인은 밝혔다.

이날 두 사람은 사드 관련한 대화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변인은 그러나 "그 문제는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며 "공개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두 분 말씀이 있었다"고 비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오찬 장소인 청와대 백악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직접 반 전 총장을 맞았고, 오찬이 끝난 뒤에도 직접 1층 현관까지 나가 반 전 총장을 배웅했다.

당초 예정 시간보다 회동 시간이 길어지면서 외교 현안에 대한 이견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으나,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반 전 총장이 다양한 경험과 사례를 들어 설명해서 화기애애하게 오래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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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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