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 "북한과 대화 무의미" vs 文대통령 "압박의 목표는 협상"

한일 정상 전화 회담서 대북 접근법 입장 차 노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30일 전화 통화를 갖고 북핵 해법을 논의했으나 적지 않은 입장 차이를노출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양국 정상의 이날 오후 5시 45분부터 20분 가량 전화 통화를 통해 지난 29일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 등을 둘러싼 의견을 교환했다. 전화 회담은 아베 총리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우선 "G7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가 국제적 과제 중 최우선임을 확인했고, 북한 핵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법으로 폐기되어야 한다는데 합의했다"며 "그런데 이틀 후 북한은 3주 연속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것은 국제사회에 대한 도전이며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북한을 진지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중국의 경제, 미국의 군사 압력 밖에는 없으며 지금은 대화의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강한 대북 압박을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특히 "북한에 어떠한 메시지를 보내더라도 자신들의 계획에 따라 핵개발을 진행할 것이 분명하다"며 "대화를 위한 대화는 의미 없고, 구체적 행동이 필요할 때다. 북한의 시간 벌기에 이용당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대북 압박의 수단으로 아베 총리는 "(북한에) 석유와 석유제품 공급을 중지하도록 중국에 강력히 요청해야 하고, 이를 통해 막지 않으면 북한은 이 문제에 관하여 진지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일본은 북핵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구체적인 행동을 취해나갈 생각이며 미국, 한국과 안보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아베 총리는 이어 "북한에 대한 압력에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하고, 한미일 협력과 UN 등을 통한 국제적 노력이 진행되어야 한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초기에 일본을 방문해 줄 것을 희망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거듭된 도발이 일본에까지 위협이 된다는 아베 총리의 우려에 충분히 공감한다"고 운을 뗐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한국, 미국, 일본,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공조로 강력히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런 점에서 G7 정상회담에서 선언문을 채택하는데 일본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 준 것을 높이 평가하고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단편적 조치를 취하는 것도 물론 필요하지만 근본적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베 총리의 압박론과 입장을 달리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과 대화할 시기가 아니며, 제재와 압박을 높여야 할 때라는데 인식을 같이 한다. 그러나 제재와 압박의 궁극적 목표는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를 위한 협상 테이블에 북한을 이끌어내는 것이어야 한다"면서 "국제사회는 한편으로 강력히 대응하고, 한편으로는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할 경우에 대화가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계속적으로 전달해야 한다"고 했다.

어떠한 대화 메시지도 북한의 시간 벌기에 이용될 것이라는 아베 총리의 주장과 상당한 인식 차를 보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도 통화를 했고 특사도 다녀왔는데 그 결과에 의하면 미국의 입장도 저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G20 정상회담에서 총리와 직접 만나 대화할 기회를 갖게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밖에 아베 총리는 향후 한국 정부에 특사 파견 계획을 밝혔으며, 문 대통령도 특사를 보내면 직접 만나 북핵 문제 등을 협의하겠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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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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