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4륜 구동' 문재인 내각, 개혁 드라이브 예고

정치인 장관 지명 코드는 개혁, 비주류, 여성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정치인 4인방'을 내각에 우선 발탁함으로써 박근혜 정부와 차별화된 국정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중진급 국회의원들을 전진 배치해 문재인식 국정 개혁, 관료 사회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중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우선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03년 한나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 창당에 물꼬를 텄던 이른바 '독수리 5형제' 멤버인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후보자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이 눈에 띈다.

두 사람은 각각 더불어민주당의 불모지인 대구와 부산에서 세 번의 도전 끝에 당선된 지역주의 극복의 아이콘이다. 지역주의와 맞섰던 '노무현 정신'을 계승했다는 평가와 함께 여야를 아울러 외유내강형 성품으로 좋은 평판을 얻는 정치인들이다. 비(非)문재인계로 분류되는 이들을 국정에 참여시킴으로써 여권 내부의 탕평 인사라는 모양새도 냈다.

김부겸 후보자의 특명은 지방분권 개헌으로 보인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김 후보자를 소개하며 "분권과 자치에 대해선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가"라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고 지방분권 강화를 통해 전국이 골고루 발전하는 혁신적 체계를 만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후보 시절 "강력한 지방 분권 공화국을 만들겠다"며 이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대표적인 개헌론자인 김 후보자도 내정 소식이 알려진 뒤 기자들과 만나 "과거와는 달리 중앙정부가, 수도권이 독점하는 걸 나누라는 게 국민의 명령"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2018년 6월 지방선거와 맞물려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개헌 과정에 여야 간 이견이 크지 않은 지방 분권 등을 김 후보자가 거중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춘 후보자는 해양 도시 부산이 갖는 상징성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을 지낸 전문성을 두루 고려한 인선이라는 평가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산 출신 해수부 장관으로 역임한 전례가 있다.

정치인 출신인 데다 농해수위를 이끌며 세월호와 한진해운 부도 사태라는 양대 현안을 경험한 김 후보자의 내정 소식에 해수부도 반색하는 분위기다. 일차적으로는 세월호 진상 규명 작업이 김 후보자가 맞닥뜨린 과제다. 김 후보자는 "세월호 수습 마무리와 진상 규명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장관 지명 소식이 알려진 뒤 "해운, 수산 어느 한 분야 쉽지 않은 어려운 시기에 해양수산부 장관이라는 중책에 내정돼 기쁨보다는 책임감이 앞선다"며 "제가 해수부 장관이 된다면 위기에 처한 해운, 항만, 수산업을 재건하고 지속가능한 해양자원의 이용과 보전 그리고 해양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해양강국을 실현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경제통으로서 개혁적 태도에 전투력까지 검증받은 정치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개발 위주의 국토부 업무 관행과 다른 정책적 전환이 주목된다. 특히 인사 청문회를 통과해 장관에 임명될 경우 최초의 여성 국토부 장관이라는 상징성을 갖췄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 2013년 4대강 사업이 공사비 증액을 금지하는 '턴키(설계시공 일괄수주)' 방식으로 시행됐음에도 계약 후 설계 변경이 이뤄져 총 공사금액이 증가한 사실을 지적하는 등 '4대강 저격수'로 활약한 바 있어 문 대통령의 지시 사항인 4대강 재조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내정자는 이날 여러 국토부 현안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4대강 사업에 대해 정확한 조사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의지를 보였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도 김 후보자는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푼 것이 지금의 가계부채 등의 문제를 낳은 요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가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시행한 LTV, DTI 규제 완화 시한은 오는 7월 말로 종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접시꽃 당신'으로 유명한 시인 출신인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역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참여해 해직과 복직을 당했던 문화계의 강골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도 후보자는 문체부 장관에 임명될 경우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파문의 진앙인 문체부 개혁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블랙리스트와 최순실 게이트로 무너진 조직의 쇄신을 첫번째 과제로 삼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문화에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 문화 예술이 망가졌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문체부 장차관들이 다 구속돼 있고 공무원들도 재판장에 불려다니고 감사를 받고 있어 문체부가 위축될대로 위축돼있다"며 "문화예술인들이 경제적으로 불이익을 받고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위로하고 치유해야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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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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