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정권의 하수인' 벗어나려면?

[좋은나라 이슈페이퍼] 자치경찰로의 전환 추진해야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을 위해 경찰에 수사권은 물론 영장청구권까지 주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 법 개정은 물론이고, 내년 지방선거 개헌에 이를 반영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지방분권과 경찰민주화의 핵심 중의 핵심인 자치경찰에 대해서는 노무현 정부에서 첫 단추를 잘못 꿴 제주자치경찰의 전국 확대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과거 대통령이 임명하는 관선 시도지사와 교육감을 그대로 둔 채 추가로 주민직선을 통해 시도지사와 교육감을 선출하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권의 하수인'에서 '민중의 지팡이'로 경찰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영국의 자치경찰위원장(PCC)과 우리나라 교육감과 같은 주민직선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찰에 대한 지역주민의 민주적 통제를 외면한 채, 국가경찰공무원 신분을 유지시켜줌으로써 경찰가족의 편에만 서겠다는 입장에서 벗어나 전체 국민의 편에 서서 온전한 자치경찰로의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 (필자)

자치경찰, 왜 안 되고 있는가?

지방자치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말하며 민주주의의 학교라고 일컬어진다. 따라서 자치경찰은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국가가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원초적인 경찰제도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박정희 군사쿠데타 이후 중단되었던 지방자치를 1990년대 다시 부활시켰다. 지금은 시도지사와 시장 군수 구청장은 물론이고, 교육감도 주민직선으로 선출하여, 일반행정과 교육 분야의 지방자치는 이룩했다. 그러나 일반행정 교육 경찰의 3대 지방자치 분야 중 유독 경찰만큼은 아직도 국가경찰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현행 경찰법 역시 '시도지사 소속하에 시도지방경찰청을 둔다'고 규정하여, 경찰도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해 자치경찰제 실시를 당연시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법은 바로 이어서 대통령이 시도지방경찰청장을 임명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자치경찰의 도입을 가로막음으로써 곧장 자치경찰 법조항을 사문화시키고 있다. 이는 마치 과거 통일될 때까지 시도지사와 교육감을 대통령이 임명하여 지방자치를 중단시키거나 재정 부족이나 분단이란 상황논리를 내세워 지방자치가 시기상조라는 핑계를 댔던 것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자치경찰은 분단 상황이기 때문에 혹은 통일 이전 상황에선 시기상조라는 수긍하기 힘든 논리를 버젓이 내세운다.

시도지사와 시도 교육감 직선은 되고 시도 지방경찰청장 주민직선은 안 된다는 논리는 더 이상 성립하기 힘들다. 특히 교통이나 생활안전 일반 범죄에 대한 수사 등에 대해서까지 국가경찰제를 고수하여 주민생활과 동떨어진 경찰서비스나 지역주민에 의한 경찰 통제나 감시를 가로막는 것은 풀뿌리 민주주의와 배치된다. 현재 지역 주민이 지구대나 파출소 등에서 잘못이 발생하거나 문제가 생겨도 지방의회나 지방자치단체는 무용지물이다. 지구대나 파출소가 국가경찰기관이기 때문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전국 13만 국가경찰의 대국민 접점지대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제대로 감시 감독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지방분권 내지 지방자치란 대국민 서비스와 경찰활동에 대하여 제대로 민주적 통제를 하는데 효율성이 검증된 기초적인 방식이다. 정치제도 중에서 역사적으로 민주주의가 가장 국민의사를 잘 반영하는 제도로 입증된 것과 마찬가지로 자치경찰도 그렇다고 보아야 한다. 자치경찰별로 이른바 '경찰의회' 혹은 '자치경찰위원회'를 따로 두든 아니면 현재 교육자치처럼 시도의회의 한 분과 위원회를 두든 지역 수준에서 경찰을 감시 통제할 수 있어야 국민 눈높이 맞는 경찰서비스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첫 단추를 잘못 꿴 자치경찰, 노무현 정부의 유산

노무현 정부 때 경찰조직을 동원하여 지금 제주자치경찰과 같은 껍데기 ‘자치경찰 도입’방안을 마련한 이래,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을 역임한 바 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줄곧 그리고 지금껏 자치경찰 '전환' 아닌 껍데기 제주자치경찰 전국 확대 '도입'만을 공약하고 있다. 2017년 1월 전·현직 경찰(무궁화클럽 일부 임원) 및 관련 시민단체와 문재인 후보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문 후보의 지적에 따르면, 자치경찰로 바뀌면 신분이 국가공무원에서 지방공무원으로 바뀐다며 경찰조직에서는 자치경찰 전환을 극구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교육자치를 실시하고 시도교육감을 직선으로 뽑지만 공립교사 신분은 여전히 국가공무원을 유지하고 있는데 반하여, 자치경찰로 전환하는 경우 지방공무원으로 전락할까봐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만일 대통령이 된 지금도 같은 시각이라면 그래서 경찰가족의 표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서 자치경찰 전환을 반대하는 것이라면 전체 국민 아닌 경찰가족의 대통령에 국한되는 우를 범하는 게 아닌가 정말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당 역시 마찬가지이다. '자치경찰제 시행을 추진하려 했지만 현직에서 반대가 세서 유보 상태"라는 것이다(2017년 4월 10일 조성복 전문위원, 인권시민단체들의 연대 모임 '공권력감시대응팀' 주최 '각 정당 초청 차기 정부 경찰개혁과제 토론회').

사실 우리나라 국가경찰이 효율적이며 치안도 성공적이라는 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우리나라 경찰도 선진국 경찰처럼 주민의 민주적 경찰통제, 그러면서도 자치단체장으로부터 독립성을 갖춘 자치경찰위원회 시스템이 요구되었다.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위해서 제대로 된, 그리고 실질적인 자치경찰제로의 전환이 시급하였다. 이에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시·군·자치구 산하에 자치경찰을 ‘창설’하되, 사무는 방범, 지역교통, 지역경비 등에 국한하고, 권한은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르도록 하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표1> 자치경찰 도입 방안


그러나 이는 실현 의지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그야말로 껍데기에 불과하다. 현재의 국가경찰에 대해 그 인사, 재정, 조직, 권한 등의 지방이양이 전혀 없는 채 이뤄지고 있는 제주자치경찰의 전국 확대 도입이란 그야말로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지방분권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현재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 정부 당시 추진했으며, 그 후 두 차례 후보를 거쳐 이번에 대통령에 당선될 때까지 공약해 마지않고 있는 자치경찰 방안 역시도, 지역주민의 손으로 운영하는 민주성이 담보된 풀뿌리 민주주의로서 '자치경찰' 전환이 아니라, 허울에 불과한 '제주방식'의 전국 확대 방안에 불과하다.

첫째, 제주방식의 자치경찰제는 경찰청과 시도 지방경찰청은 말 할 것도 없이, 경찰서와 지구대 및 파출소나 치안센터마저도 시·군·구 자치경찰로 전환하는 것을 거부한다. 국립경찰대학 졸업생들이 공무원 임용시험 절차 없이 곧장 전원 경위로 임용되는 특혜를 존속시키려면, 자치경찰 전환은 어떻게든 막아내야 하는 사활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 아닌가.

둘째, 현재로서는 이름만 '자치' 경찰이지 경찰로서의 권한을 부여받지 않은 '정규' 경찰이 아닌, 경찰 '보조원' 제도에 불과하다.

셋째, 기존의 국가경찰을 자치경찰로 전환하는 것을 거부한 채, 한사코 시·군·구 자치경찰을 추가로 '새롭게' 창설하겠다고 한다. 국민혈세의 낭비일 뿐이다.

넷째, 이 방안대로라면 경찰서나 지구대와 치안센터 소속의 10만여 국가경찰이 저지르는 온갖 비리나 문제점들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자치단체나 지역 주민 혹은 시민은 전혀 손댈 수 없고 오로지 국회나 언론에서만 지적하고 비판할 수 있다.

자치경찰 '전환' 방안

문재인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원점에서부터 제대로 된, 그러면서도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자치경찰제 방안을 마련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아니 경찰가족의 국가경찰 고수 입장을 맹종하는 데에서 벗어나 국민의 경찰로 전환시켜야 한다. 경찰가족의 뜻에 따라 별도의 자치경찰 '창설'이나 '도입' 입장에서 탈피하여, 현재의 국가경찰인 시·도 지방경찰청을 자치경찰로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첫째, 시·도 자치경찰위원회 제도를 도입하고 여기에 시·도 자치경찰청이 소속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시민과 지역주민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시·도 자치경찰위원회를 설치해야 하며, 시·도 자치경찰청을 '시·도지사' 소속으로 하되, '시·도 자치경찰위원회'의 통제를 받도록 함으로써, 법 집행기관의 특성과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1000만 수준인 서울시는 경찰서가 31개인 점에 비추어 서울시 자치경찰위원 수는 적어도 31명 이상이 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거 런던자치경찰이 이렇게 운영되었다. 단체장과 지방의회 대립주의를 운영하는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여기서 말하는 자치경찰위원회는 시도 의회의 위원회로 운영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물론, 아래에서 소개하는 최근 영국의 주민 직선의 PCC 방식 역시 우리나라 시도 교육감 주민직선과 유사한 방식이어서 우리나라 실정에 부합하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PCC는 과거 영국의 자치경찰위원장이 우리나라의 과거 교육감처럼 이중 간선으로 결정하던 문제점을 탈피, 주민직선제로 전환한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조차 자치경찰을 주민직선 PCC의 감시 감독을 받게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그것도 주민직선으로 선출된 문민에 의한 통제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다.

둘째, 일반 지방자치행정과 교육자치가 국가예산을 바탕으로 하여 이뤄지고 있는데, 유독 자치경찰만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만 운영토록 한다는 건 비현실적일 뿐더러, 단지 자치경찰 전환 반대를 위한 반대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자치경찰을 실시하는 경우 중앙정부의 자치경찰 예산지원 근거조항을 경찰법 개정을 통해 만드는 한편, 그와는 별도로 자치경찰교부금법 등을 제정해 기존의 국가경찰이 자치경찰로 전환되는 만큼 현행 국가경찰 예산을 시·도 자치경찰 예산으로 그대로 교부하면 된다.

셋째, 자치경찰이 되면 중앙의 경찰청을 폐지하거나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것이 합당하다. 일반 행정의 지방자치가 시행되면서 내무부가 행정자치부, 행정안전부 등으로 축소·폐지됐으며, 교육자치가 정상화되면서 시·도 교육청에 이양하고 과거 문교부가 교육부, 교육인적자원부, 교육과학기술부 등으로 축소된 것과 마찬가지이다. 미국, 영국, 독일, 네덜란드 등은 물론 전세계 절대 다수의 국가들은, 우리나라처럼 중앙정부부처로 경찰청을 두고 있지 않으며, 내무부나 다른 중앙부처 내에 한두 개의 경찰관련 정책담당 부서를 두고 경찰 관련 입법이나 정책지원을 하고 있을 따름이다. 경찰 하면 으레 자치경찰을 말할 정도이다. 예컨대 미국의 국가경찰인 FBI는 자치경찰을 포함, 전체 경찰인력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심지어 자치경찰에서 거꾸로 국가경찰로 전환한 스웨덴조차도 중앙정부기관으로 경찰청이라는 기관은 두고 있지 않으며, 국가경찰위원회가 있을 따름이다. 국가경찰제인 프랑스도 중앙정부에 경찰청이란 부처를 두고 있지 않음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우리나라도 과거 치안국(나중에 치안본부)이 내무부 소속이었으며, <헌법>에 규정한 대로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행정, 교육, 경찰 분야에서 실현하는 합당한 정부조직 체계를 이미 갖추고 있으며, 지금도 헌법을 비롯한 법체계는 그렇게 유지되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은 이미 자치경찰 전환을 염두에 둔 민주주의 헌법인 것이다. 마치 ‘경제민주화’가 갑자기 땅에서 불쑥 솟아나온 게 아니라 이미 헌법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과 같다.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자치경찰 전환이 하루 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나라가 지방자치를 40년 만에 부활하던 1990년대 당시 자치경찰 전환을 염두에 두고 제정한 바 있는 경찰법 역시, 시도 지방경찰청은 시도 지사 소속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 조항은 지금까지도 불변인 채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자치경찰 전환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걸까?

<표2> 자치경찰 전환 방안


영국의 PCC 주민직선 전환 사례

영연방 국가들과 미국의 경찰제도의 원류는 영국의 자치경찰이다. 그런데 고전적인 이 자치경찰제도는 2011년 큰 개혁이 이루어졌다. 즉 이전의 카운티별 자치경찰 측 시·도별 자치경찰의 감독기관으로서 지방의회 간선으로 뽑아오던 자치경찰위원회 위원장을 2012년 주민 직선으로 바꾼 것이다. 자치경찰위원장은 경찰분야에서 ‘견제와 균형’개념이 극도로 생소한 우리나라 개념('정권의 하수인'으로서의 경찰 개념)으로 보면, 사실상 '자치경찰청장'의 역할을 수행한다.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우위를 통해 표현되는 주권 개념이 유독 경찰 분야에는 제대로 적용하지 않고 있는 게 우리나라 경찰 현실 아닌가 생각된다(영국과 미국을 비롯한 서구정치는 실제로는, 3권분립 아닌, 100권분립 1000권분립이라고 봐야 한다!). 게다가 영국의 자치경찰위원장 즉 PCC는 모두 비(非)경찰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영·미계에서 경찰에 대한 문민통제는 너무나도 당연한 상식이다.

자치경찰위원장 입후보 자격은 영국과 에이레 출신, 영연방공화국 출신, 혹은 유럽연합 출신으로서, 잉글랜드 외 웨일스 거주자이면 된다. 임기는 4년이며 재선까지 가능하다. 자치경찰위원회 위원장, 즉 '자치경찰위원장 겸 범죄대응위원장'(Police and Crime Commissioner: PCC)은 자치경찰청장(Chief Constable) 임면권을 가진다. 런던과 맨체스터의 두 개의 광역시 정부의 경우, 주민직선으로 선출된 단체장 즉 시장이 PCC를 겸임(실제로는 PCC 담당 부시장을 두고 있다)하며,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는 해당지역 지역정부가 경찰권을 행사한다.

2012년 11월 15일 영국본토(런던 제외) 41개 시·도에서 최초의 PCC 선거 결과 투표율은 전국평균 약 16%로 매우 저조해 정통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어쨌든 당시 후보자의 정당 소속을 보면 보수당 41명, 노동당 41명, 무소속 52명, 기타 3명, 자유민주당 24명, 영국독립당 24명, 영국민주당 5명, 영국자유당 1명, 녹색당 1명이었다. 당선자는 보수당 16명, 노동당 13명, 무소속 11명, 기타 1명이었다.

2016년 5월 5일 2대 PCC 선거결과를 보면 직선제 시장이 PCC를 겸임하는 런던, 시티오브런던, 맨체스터 3개 시도 지역을 제외한 총 40개 시도 중 보수당 20명 노동당 15명 웨일즈민족당 3명 무소속 2명이 당선되었다.

과거 이중 간선제로 선출하던 시도별 자치경찰위원장을 주민 직선으로 선출하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자치에서 역대 교육감 주민직선 전환과 제도적으로 거의 정확히 일치한다.

영국 정치구조가 내각제이듯이 시도지사도 내각제로서 영국의 시도지사 선출은 우리나라처럼 주민 직선이 아니라, 시도의회 의원 선출에서 다수당이 된 정당에서 주민직선 없이 시도지사를 맡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런데, 런던광역시와 맨체스터광역시의 경우 시장을 주민직선으로 선출하게 됨에 따라 이곳은 별도의 PCC 주민직선을 하지 않고 대신 시장이 PCC를 겸임한다. 런던의 경우 시장이 PCC 역할을 하지만 별도 문민공무원을 ‘경찰담당 부시장’으로 두고 이전의 런던광역시의회(MPA)가 하던 역할을 그대로 수행하게 하고 있다. ‘런던자치경찰위원회 겸 범죄대응위원회 담당 시장사무소’(MOPAC. 이 부서의 장은 부시장으로서 PCC 역할을 담당한다)이 그것이다. 나머지 시도 자치경찰위원회 역시 주민직선 PCC 아래에서 이전의 자치경찰위원회가 하던 구조와 역할을 모두 그대로 수행하게 하고 있다. 말하자면 영국의 자치경찰제도는 주민의사를 PCC 직선을 통해서 더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제도로 바꾼 것이다.

우리나라가 시·도 자치경찰위원장 혹은 자치경찰청장을 교육감처럼 주민 직선으로 뽑는다 해도 이는 국민의식 수준이 능히 감당해낼 수 있다고 본다. 기초단체장이나 의원의 정당공천 못지않게 자치경찰 전환이야말로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초 중의 기초를 닦는 일이 될 것이다. 영국의 PCC 주민직선 제도는 이미 우리나라 교육감 주민직선에서 생생하게 경험하고 있다. 우리나라 자치경찰도 그렇게 하지 못할 이유가 도대체 뭔가?

자치경찰전환 없이는 경찰민주화 불가능

우리나라에서 자치경찰은 '도입'이 아니라 자치경찰 '전환'이어야 함을 유념하면 좋겠다. 제주자치경찰이란 잘못된 자치경찰이 마치 전국으로 확대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상당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제주자치경찰을 추진한 노무현정부의 입장에서 한 치도 탈피하지 못한 채 그저 제주방식의 자치경찰제 전국 확대만을 자치경찰공약의 전부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잘 알다시피 제주 자치경찰은 자치경찰이 아니라 경찰보조원 제도에 불과한, 다수 전문가들이 실패라고 평가한 제도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현재 제주 자치경찰은 기존의 국가경찰인 제주도 지방경찰청과 제주경찰서 서귀포경찰서 동부경찰서, 각급 지구대와 파출소 등의 조직과 인력과 예산 등을 모두 기존의 국가경찰로 그대로 두면서, 추가로 별도 소수의 자치경찰대를 도 소속으로 운영하는 것에 불과하다. 경찰로서의 권한도 미미할 따름이다. 이것을 가지고 제주특별자치도에 자치경찰을 ‘도입’했다고 하는 것은 국민혈세 낭비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렇게 좋은 자치경찰제도이면 왜 진즉 전국으로 확대하지 않았는가? 제주를 제외한 시도는 자치경찰이 ‘도입’되지 않더라도 치안 유지나 경찰서비스가 국민들 기대에 어긋나지 않기 때문인 지도 모른다. 아니 경찰 스스로 현재의 국가경찰제인 우리나라가 다른 어느 나라보다 치안수준이 높고 경찰서비스가 훌륭하다고 홍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역주민과 지역수준에서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여부이다. 자치경찰로 전환하면 경찰서비스의 수준이 훨씬 배가될 수 있다. 아니 질적 변화가 가능하기까지 하다. 제주도처럼 국가경찰을 그대로 놔두고 추가로 자치경찰을 '도입'하는 방식은 기존 국가경찰을 자치경찰로 '전환'하는 방식에 비하여, 경찰도 아닌 경찰보조원으로 전락일 뿐더러 국민혈세가 이중으로 낭비된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 1990년대 이후 시도지사 시도의원 교육감 등을 주민이 직선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지방자치를 부활 확대시켰을 때, 기존의 대통령이 임명하는 관선 시도지사나 관선 교육감을 그대로 놔둔 채, 추가해서 주민들이 시도지사나 교육감을 별도로 더 뽑은 것은 아니다. 제주 자치경찰은 바로 그런 옥상옥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필자는 향후 제주 방식의 자치경찰 '도입'은 자치경찰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하여 자치경찰 '전환'이란 용어를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국립국어원 표준대사전을 보면 '도입'은 '기술, 방법, 물자 따위를 끌어 들임', '전환'은 '다른 방향이나 상태로 바뀌거나 바꿈'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 정책 변화를 추진하는데 있어서 두 용어는 별로 차이가 없는 것처럼 쓰이기도 한다. 그러나 국민혈세 낭비요소가 강하며 껍데기뿐인 제주 '자치경찰도입'과 구별하기 위하여 '자치경찰전환'이란 용어를 쓰는 것은, 국민혈세 낭비를 피하며 지역주민의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고 보다 효율적이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경찰민주화를 바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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