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최근 귀국한 미중일 특사들과 간담회를 열고 북핵 문제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 등에 대한 주요국들의 의견을 보고받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홍석현 특사(미국), 이해찬 특사(중국), 문희상 특사(일본)를 비롯해 이들을 수행한 특사단과 청와대에서 간담회를 열고 "맞춤형 특사단이 구성돼서 그에 대한 평도 좋고 성과에 대한 평가도 아주 좋은 것 같다"고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특사단의 노고를 치하하며 "정상들과 직접 만나서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 교환을 했다"며 "사드 문제도 그렇고, 한일 간의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도 그렇고, 우리가 할 말은 좀 제대로 했다고 생각이 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그 나라들과 정상회담도 다 가져야 하는데, 정상회담에 대한 준비로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오랫동안 정국이 혼란 상태에 빠지면서 외교 공백 상태에 있었는데, 오랜 외교 공백을 일거에 메우고 치유하는 역할을 한 것 같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외교안보분과는 이날 새 정부의 외교 기조로 '나라다운 나라의 당당한 외교'를 강조했다.
이날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으로 발탁된 김기정 분과위원장은 외교부 부처 업무보고에 앞서 "'나라다운 나라'의 외교는 어떻게 가야 하는가. 국민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당당한 외교는 어느 방향인가"라며 "2018년 정부수립 70주년에 새로운 대한민국의 외교전략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고민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반도의 위기, 한국 외교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데 외교부가 선두에 서야 한다며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어갈 창의적인 지략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당면한 외교적 현안인 북핵 문제를 비롯해 사드 문제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적극적인 외교적 해법 마련을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위안부 합의 재협상 등이 논의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새 장관(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이 인권 전문가"라며 "그 분이 오시면 그런 관점에서 위안부 문제에 관해 리뷰와 좋은 안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사드 문제 역시 방향 전환이 예상된다. 앞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2일 국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사드 국회 비준동의 문제에 대해 "안보실에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다든지 해서 절차를 파악하겠다"며 "사드 문제는 철저하게 재검토해 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위안부, 사드 '산 넘어 산'
그러나 이 같은 '문재인표 당당한 외교'가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기엔 상황이 녹록치 않아 보인다.
23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일본은 유엔 고문방지위원회(Committee against Torture·CAT)의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개정권고에 반론문을 제출하는 등 기존 입장에서 한 치의 물러섬이 없다.
반론문에서 일본 정부는 지난 2015년 말 한일 위안부 합의가 당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미국 정부 등 국제사회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고, 특히 한일 양국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합의임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반론문은 "위안부 여성을 '성노예'로 규정한 것은 역사적 사실에 반하는 것으로 부적절하다"라며 "위안부를 강제 동원했다는 주장도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어 "양국 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지원 재단을 위해 10억 엔(약 110억 원)을 이미 지급했다"라며 "생존하고 있는 한국인 위안부 70%가 현금 지급을 받아들였다"라고 덧붙였다.
사드 문제와 관련해선 국내 여론 설득 문제와 함께 중국의 냉담한 태도도 여전해 해법 마련이 쉽지 않다.
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사드 문제와 관련해 "방울을 단 사람이 방울을 떼어내야 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밝혔다. 한국에 사드 철회라는 결자해지를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왕 부장은 또 한국이 특사 파견에 이은 실제적인 조치로 양국 관계의 "목구멍에 걸린 가시"를 빨리 뽑기를 바라며 이를 위해 적극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한국이 중량급 특사를 파견해 중국을 중시하고 양국 관계를 조속히 개선하겠다는 희망을 피력했다"면서 "이전 정부와 다른 새 정부의 새로운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주요국 정상 통화, 특사단 파견 등으로 이어간 축하와 탐색전이 마무리되면서, 새정부의 외교 정책을 이끌 외교부장관 인사청문회가 무사히 끝나면 주변국들과의 본격적인 '외교전'이 전개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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