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가장 시급한 국회개혁이라는 문제의 논의를 위해 이 시리즈는 몇 차례에 걸쳐 시론적 제안을 싣고자 한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개혁이 필요한 곳, 바로 국회와 정당
이번 대통령선거 방송 3사(KBS·MBC·SBS) 출구조사는 유권자에 대한 여론조사도 동시에 진행했었다. 이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개혁이 필요한 부분은 53.7%가 정당과 국회라고 응답했다.
반면 지금 커다란 과제로 부각되고 있는 검찰 개혁은 18.9%였고, 뒤를 이어 언론개혁이 9.7% 그리고 재벌개혁은 8.9%였다. 국회와 정치권을 향한 국민들의 불만이 얼마나 큰가를 여실히 알려주는 분명한 증거이다.
사실 정치개혁과 국회개혁은 지금만이 아니라 언제나, 항상 국민들이 가장 큰 목소리로 요구해 온 개혁 과제였다. 그런데도 왜 여태껏 전혀 실천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인가? 혹시 국회개혁을 둘러싼 그간의 논의와 문제제기가 지나치게 추상으로 흘러 구체와 핵심을 올바르게 잡아내지 못하고 본질과 지엽을 혼동하지나 않았는지 진지하게 성찰해볼 일이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시급한 국회개혁이라는 문제의 논의를 위해 이 시리즈는 몇 차례에 걸쳐 시론적 제안을 싣고자 한다.
"가중 다수결" 제도와 협치, 민주주의에는 이런 의회가 필요하다
진실로 국회가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다면, 이 땅의 민주주의는 진정으로 크게 진보할 수 있다. 의회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독일과 미국의 사례를 들어 바람직한 의회의 역할을 살펴보자.
9명으로 구성된 헌법재판소 재판관 중 대통령이 7, 8명까지 자기 의중대로 독점적으로 임명할 수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독일은 헌법재판소 재판관 전원을 의회에서 선출한다.
그런데 독일 헌법재판소의 헌법재판관 선출에 필요한 투표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라는 "가중 다수결"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이는 재판관의 정치적 중립성, 따라서 연방 헌법재판소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다 확실히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이 제도에 의해 특별다수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는 한, 의회의 다수파가 자기 사람 또는 자신과 같은 노선을 취하는 사람만을 연방 헌법재판소에 임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요건은 "극단적인 확신"을 가진 후보자들이 선출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것임과 동시에 의회 소수파의 실효성 있는 보호를 위해 소수파도 재판부 구성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다.
동시에 이러한 3분의 2 가중다수결 요건 때문에 의회 다수파와 그 반대파는 타협과 협상을 할 수밖에 없다. 어느 쪽도 상대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자신이 추천한 후보자를 선출할 수 없다. 이렇게 여야 모두 3분의 1 이상의 의석을 점하고 있는 한, "여당과 야당 사이에 균형"이 형성된다. 한 마디로 이 제도만으로도 요즘 우리 사회에서 너도나도 주창하고 있는 ‘협치’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또한 독일 의회에서는 9명의 의원으로 구성된 의회통제위원회가 국가 정보기관을 철저히 통제한다. 국정원과 같은 정보기관의 일탈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한편 정부가 편성한 예산을 99% 통과시키는 데만 익숙한 우리 국회와 달리, 미국 의회는 소속 의회예산처와 회계감사원의 정확한 업무수행을 바탕으로 해 사실상 예산을 편성하고 예산집행도 철저히 감독할 수 있다.
민주주의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회가 개혁돼야 한다
나라가 나라답게 될 수 있기 위해서 국회다운 국회는 그 필수 불가결의 조건이 된다. 그리고 국회다운 국회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정당이 정당다워야 한다. 하지만 우리 국회의원 선거는 항상 "그 밥에 그 나물 식"으로 거대 여야 정당과 그 소속 중진 의원 혹은 지역 유지가 나와 유권자에게 오직 O×의 찬반투표만 강요한다. 올바른 국민 대표의 선출과는 철저하게 배치된다. 그리해 우리나라에서 국민들은 자신들의 대표인 국회를 구성하는 권리를 사실상 박탈당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민의가 정확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선거법이 바뀌어야 하고, 이를 토대로 해 다양한 정당이 존재하고 그 정당들이 실제적으로 유효한 의석수를 가지고 의회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우리의 국회는 그 구성의 기본 룰로서의 선거법이 극심하게 왜곡돼 있으며, 여기에 전혀 정당답지 못한 정당만이 수십 년 동안 끈질기게, 그러나 배타적이고 독점적으로 존속했다. 이 과정에서 실질적인 국민주권주의는 완전한 배제된 채, 이른바 정치권과 국회 인적 구성의 왜곡은 확대재생산돼 왔다. 동시에 국회다운 국회를 만들기 위한 입법지원조직의 부실이 더해져 국민의 여망에 전혀 부합하지 못한 국회로 기능해왔다.
우리의 민주주의가 전진하기 위해, 국회는 바로 서야 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