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사계절 내내 식중독 유발

[함께 사는 길] 아열대화되는 한반도, 식품안전 적응행동이 필요하다

올해도 춘분 이전에 갑자기 기온이 올랐습니다. 춘분 나흘 전 화창한 점심에 동네 음식점에서 물회를 시켜먹었다가 그만 탈이 나고 말았습니다. 동행한 다른 이들에게도 한 수저씩 떠보라고 권한 뒤 맛있게 먹는 것까진 좋았는데, 두세 시간 지난 뒤부터 속이 따끔거리더니 기어이 먹은 걸 다 올리고 말았습니다. 혼자 그런 게 아니라 같이 먹었던 이들이 다 그 지경이 됐습니다. 줄줄이 병원을 가서 '주사를 맞는다, 약을 먹는다' 일대 소동을 겪은 뒤에야 급성장염이란 걸 알게 됐고, 갑자기 오른 기온에도 식재료 관리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음식점 탓이라고 추정할 수 있었습니다. 식당을 원망하며 약을 먹다 '이게 다 기후변화 탓!'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습니다.

아열대화하는 한반도

'금세기 내의 기후변화를 2도(°C) 이내로 방어'한다는 신기후체제가 2015년 12월 파리 기후변화회의에서 합의됐습니다. 합의에 따른 책임은 국가별 탄소감축 기여계획(INDC)에 의해 실현될 것입니다. 문제는 계획에 따라 지구촌 전체가 감축행동에 나서더라도 기후변화 자체를 막을 수 없고 단지 파국을 피할 수 있을 뿐이란 겁니다. 인류에 의해 촉발된 기후변화는 이미 현재진행형이고, 그 영향 또한 지구적인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국가사회적 적응정책이 각국에서 펼쳐지고 있지만, 시민들의 생활 속 '기후변화 적응'은 그 구체적인 내용이 모호합니다. 날이 갈수록 평균기온이 사철 높아지고 폭우와 폭풍, 가뭄과 홍수가 빈발하는 이상기상의 일반화가 기후변화시대의 생활 속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시민 생활은 그러한 기후변화가 불러온 기상 조건 속에 놓여 있습니다. 의식주 생활 전 부문에서 영향을 받고 있지요. 특히 식품안전에 빨간불이 켜질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한반도는 더구나 산업혁명 이후 지구 평균기온이 0.85°C 높아질 때 그 2배에 가까운 1.5°C나 높아진 기후변화특구입니다. 생활 속에서 더욱 경각심을 가지고 식품안전을 관리해야 할 이유가 거기 있습니다.

미래의 온실가스 농도경로를 420피피엠(ppm), 540ppm, 670ppm, 940ppm(각각 RCP 2.6 / 4.5 / 6.0 / 8.5)의 4가지 경우로 보고 그에 따라 그려낸 기후변화 시나리오(IPCC 5차 보고서, 2014)를 기초로 기상청이 한반도 기후변화 기본 시나리오와 수자원, 보건, 농업, 재해 등 부문별 응용 시나리오를 작성한 바 있습니다. 현재 각 부처와 기관들은 기상청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각 부문별 응용 시나리오를 추가 작성해 기후변화 적응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한반도의 연평균 기온은 RCP 4.5 아래에서 2081~2100년 사이 3.0℃, RCP 8.5 하에서는 5.9℃ 높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평균기온의 상승은 열대야 일수와 폭염 일수를 늘리고, 여름이 길어지며 강수 강도와 호우 일수의 증가를 부릅니다. RCP 8.5 하에서 2050년 기준 한반도 연 강수량은 15.6퍼센트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러한 강수량 증가는 한반도 전역에 고루 증가하기보다 지역적인 편차가 극심한 형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반도는 점점 더 고온다습한 기후대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한반도가 아열대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 한반도의 아열대화.

늘어나는 식중독 사고


식약처 산하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에 따르면, 아열대화하는 한반도의 생활공간에서 특별히 식품안전 위험성이 높아집니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특별히 높은 위험은 흔히 식중독이라 부르는 화학적, 생물학적 오염의 증가입니다. 시나리오 RCP 4.5와 RCP 8.5에 따른 기상 예측자료를 이용하여 식중독 발생 건수를 예측한 결과, 2090년대에는 식중독 발생 건수가 연평균 337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는 2002~2012년에 비해 42퍼센트나 높은 수준입니다. 주로 기후변화에 민감한 4대 세균성 식중독균의 증가로 인해 사고가 증가합니다. 기후변화에 민감한 4대 세균성 식중독균은 △살모넬라균 △병원성대장균 중 장출혈성대장균 △캠필로박터균 △장염비브리오균입니다(R. Sari Kovats 외 19명. Climate variability and campylobacter infection: an international study. Int J Biometeorol, 2005.).

진흥원의 분석에 따르면 RCP 8.5 시나리오로 예측한 장염비브리오균 감염 환자 수는 2010년도에 비해 114.6퍼센트로 증가할 것이고, 모든 해안지역에서 환자가 발생할 것이며 발생지역도 북상할 것이라 합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도 현재보다 41퍼센트 증가할 것이라 합니다(Stewart L. D., Elliott C. T. The impact of climate change on existing and emerging microbial threats across the food chain: An island of Ireland perspective. Trends in Food Science and Technology, 2015.). 진흥원은 현재 세균성 식중독균 감염사고가 주로 제주·전남·호남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2041~2070년 사이에는 서해안까지 확대될 것이고 2071~2100년 사이에는 서울·경기·충북·인천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사고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아열대화는 기온의 상승과 습도의 증가로 요약됩니다. 한반도의 아열대화는 특히 기온과 습도에 민감한 노로바이러스와 로타바이러스의 증식에 유리합니다(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of the United Nations (FAO) (2008). Climate Change: Implications for food safety.). 뿐만 아니라 진흥원의 예측에 따르자면, 오크라톡신·아플라톡신·제랄레논·니발레놀·파툴린·디옥시니발레놀 등 기후변화에 민감한 원인균에 의한 독소 증가가 2030~2050년에 이르러 큰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 합니다. 고추에서 오크라톡신 오염도의 증가, 출수기 쌀에서 제랄레논 오염도의 증가가 예상되고, 백미·현미·미강·옥수수에서 니발레놀 검출률의 증가, 특히 사료로 많이 쓰이는 왕겨에서 제랄레논 검출률의 큰 증가(99.6퍼센트)가 예상된다는 겁니다. 곰팡이 독소에 가장 취약한 지역은 전라남도로 예측됐습니다.

한반도 아열대화는 2040년대에 이르면 해양·생물독소의 일종인 마비성패독의 검출지역도 기존의 남해안 일대에서 동서남해 전역으로 북상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그 검출 기간도 길어진다 합니다. 현재와 2090년대를 비교한 결과, 2090년대에는 마비성패독의 발생 시기는 현재보다 한 달 앞(4월)으로 앞당겨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해양환경 변화 예측에 따른 마비성패독 발생량 예측모델. 진흥원, 2017).

▲ 지역적 발생가능성 높은 세균성 식중독균.

식품안전 적응행동을 위하여

한반도 아열대화에 따른 식품안전의 위기는 명백히 예측되는 사실입니다. 기후변화시대의 식품안전을 도모하려면 정부의 기후변화 적응정책이 정교하게 설계되어 강력하고 지속적으로 실시돼야 합니다. 그러나 정책의 수혜자이자 대상인 시민들이 피해 예방적 식생활을 습관화하지 않는다면 정책의 우수성이 안전을 담보하진 못할 것입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점점 더 식중독이 계절을 가리지 않고 발생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유지해야 합니다. 그날 함께 식사한 이들 중 물회에는 손대지 않았던 한 사람만 멀쩡했습니다. "갑자기 날이 더워졌는데 익히지 않은 걸 먹는 게 꺼림칙했다"는 게 그가 봄날의 식품안전사고를 피할 수 있었던 이유였습니다. 기후변화시대의 식품안전에 관한 시민의 적응행동은 어쩌면 식생활의 기본에 대한 상식적 대처를 흔들리지 않고 실천하는 습관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식약청을 비롯한 4개 기관이 합동으로 '식중독예측지도 서비스'(http://forecast.nhis.or.kr)를 하고 있습니다. 관심·주의·경고·위험 등 4단계 위험 수준을 구분해 단계별 식중독 예방행동요령을 보여주는데 사고 발생지역과 수준을 그날의 날씨 등 관련 정보와 종합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3월 24일 부산이 주의 단계이고 나머지 지역은 관심 단계입니다. 주의 단계에서는 75도 이상으로 1분 이상 가열한 식품만 섭취하는 게 안전합니다. 이제 날씨가 따뜻한 걸 지나 더워지기 시작할 때입니다. 더욱 '주의'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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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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