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 없는 TV토론, 열어보니 '문재인 청문회'

[대선후보 토론] 보다 못한 심상정 "선거 때마다 대북송금 재탕삼탕이냐"

정해진 각본 없이 진행된 2차 대선후보 TV 토론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다른 후보들의 추궁과 질문이 집중됐다. 스탠딩 토론 형식으로 19일 열린 두 번째 TV 토론은 '문재인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정치외교분야 토론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문재인 후보의 안보관을 집중 공격하며 자신이 '보수의 적자'라는 점을 부각시키는데 주력했다. 문 후보에 대한 범보수 후보들의 안보관 공세를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함께 방어하는 모습도 보였다.

보수층과 호남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대북 정책 노선에서 모호한 태도를 보여 다른 후보들의 협공을 받았다.

사드 배치, 5인 5색

문재인 후보에 대한 포문은 유승민 후보가 열었다. 유 후보는 지난 2007년 노무현 정부의 북한 인권결의안 기권 논란을 상기시키며 문 후보에게 "국정원을 통해 북한에 (입장을) 물어봤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추궁했다.

이에 문 후보는 "정확한 말이 아니다. 국정원을 통해 북한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 파악해봤다는 것"이라고 답했으나, 유 후보는 "이 문제는 정체성과 관련된 것"이라며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홍준표 후보도 "송민순 전 장관이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 문 후보 말이 거짓말인지 회의록을 보면 나온다. 거짓말로 밝혀지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가세했다.

유승민 후보는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서도 문 후보를 타깃으로 삼았다. 유 후보는 "문 후보는 북한의 5차 핵실험까지는 사드 배치를 반대하다가 6차 핵실험을 하면 사드배치에 찬성한다고 했는데, 이게 무슨 말이냐"고 파고들었다.

이에 문 후보는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고 중국이 제어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배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백악관도 사드 배치는 다음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라고 나오고 있다"며 "다음 정부가 현명하게 국내의 절차적 정당성을 거치면서 미국, 중국과 충분히 외교적 합의를 해 안보와 국익을 함께 지키는 합리적 결정을 해야 한다"고 했다.

사드 문제와 관련해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말 바꾸기도 타 후보들의 공격의 대상이 됐다.

안 후보는 "사드는 지금 배치 중이고 북한은 계속 도발이 심해지고 있다"며 "여러 가지 상황들을 보면 결국 우리는 사드 배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한반도 불안정은 중국 국익에도 해가 된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며 "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투트랙으로 진행하는 것을 외교 목표로 삼는 게 좋은 방향"이라고 했다.

그러자 문 후보는 "배치하겠다는 방향부터 결정해 표명해 놓고 어떤 식으로 중국을 외교적으로 설득할 것이냐", "국민의당은 안 후보만 혼자 찬성하고 당론은 사드 반대 아니냐"고 추궁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안 후보에게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고 대통령이 되면 국익을 따져볼 기회도 봉쇄되는데, 이런 태도는 심히 걱정스럽다"고 비판했다. 안 후보가 "여러 가지 급박한 상황이 있다"고 반박하자, 심 후보는 "안 후보가 선거 때문에 급박한 듯하다"고 비꼬기도 했다.

협공당한 안철수

안철수 후보는 김대중 정부의 대북송금 문제, 햇볕정책 계승 여부에서 애매한 태도를 취해 협공을 받았다.

유승민 후보는 안 후보에게 "대북 송금이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안 후보가 "공도 있고 과도 있다.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의도는 그렇지 않았다"고 답하자, 유 후보는 "대북 송금의 주역이 당 대표고 국민의당 의원들은 햇볕정책 계승자인데 안 후보 혼자 보수인 척한다"고 공박했다.

안 후보는 "햇볕정책을 계승하느냐"는 문재인 후보의 질문에도 "공과 과가 있다"며 "100프로 옳거나 틀린 것은 없다"고 피해갔다.

안 후보가 대북송금과 햇볕정책에 양시양비론으로 머뭇거리자 문 후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은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역사적 결단이자 통치 행위적 결단이었다"면서 "큰 차원의 공을 인정하고 그 과정에서 실정법 위반이 있던 것"이라며 자신이 햇볕정책 계승자임을 내세웠다.

홍준표 후보는 안철수 후보에게 "박지원 씨는 대북송금하고 징역 갔다 온 친북인사인 것을 누구나 아는데 박 대표를 (당에서) 내보내지 않고 어떻게 사드 배치 당론을 바꾸냐"고 색깔론을 섞어 공격하기도 했다.

홍 후보는 '대북 퍼주기' 공격의 화살을 문재인 후보에게 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문 후보는 "햇볕정책과 참여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은 우리가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여전히 지켜나가야 할 기본"이라고 맞받았다.

대북송금 논란이 거듭되자 심상정 후보는 "대북송금이 도대체 몇 년 지난 이야기냐. 선거 때마다 그렇게 우려먹나. 국민들이 실망할 것"이라며 "앞으로 대통령이 되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이야기해야지 재탕삼탕하면 무능한 대통령이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국보법 논쟁도 재탕삼탕

홍준표 후보는 해묵은 국가보안법 논쟁을 꺼내 들기도 했다. 홍 후보는 문재인 후보를 향해 "2003년에 기무사령관을 불러 국가보안법 폐지를 지시한 적 없느냐"면서 "집권하면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것이냐"고 물었다. 문 후보는 이에 "찬양고무 조항은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심상정 후보는 홍 후보와 반대 방향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보법이 구시대 유물이 될 것이라고 했는데, 국보법을 왜 폐지하지 않으려고 하냐"고 추궁했다. 이에 문 후보는 "지금은 남북 관계가 엄중해 여야 간의 의견이 모이는 범위에서 개정하자는 게 내 생각"이라고 했다.

유승민 후보는 자신의 공약인 전술핵 배치를 강조하며 문 후보에게 "북한에 돈 흘러 들어가는 경로인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은 다시 시작하자고 하면서 전술핵 재배치는 반대한다"고 공격했다.

이에 문 후보는 "전술핵을 배치하면 한반도 비핵화라는 북핵 포기의 명분을 잃게 된다"며 "미국도 반대하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유 후보가 다시 "미국이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고 하자, 심상정 후보가 가세해 "전술핵을 어떻게 재배치하나. 나토(NATO)는 집단안보체제이고 한미는 상호방위조약 기초한다"며 "미중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원칙을 재천명했다"고 논박했다.

또한 유 후보는 문 후보에게 "북한이 주적이냐"고 묻기도 했다. 이에 문 후보는 "대통령으로서 할 말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 밖에 유승민 후보는 홍준표 후보를 향해 자유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원권을 정지시킨 점을 파고들며 "(재판 중인) 홍 후보도 당규대로라면 출당 제재를 받아야 하는데 특별 사면 조치를 취해서 당원권을 회복해 대선후보까지 출마했다"고 공격했다.

이에 홍 후보는 "(옛 민주노동당) 이정희 후보를 보는 것 같다"며 "주적은 저기예요. 어이가 없네, 어이가"라고 말끝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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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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