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욱이는 3학년 때 유명한 귀염둥이(?)였다고 한다. 그의 형도 만만치 않았는데, 경력 교사들도 두 손 두 발 다 들 정도라고 했다. 한눈에 보니 덩치 크고 얼굴에 불만이 가득하다. 새 학기 첫날부터 지각에 일주일에 세 번 정도는 교실에서 엎드려 자거나 존다. 그래도 와 준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하고, 별 이야기 안 했다.
영화 감상 수업 첫 시간에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브래드 버드 감독, 2009)을 봤다. 아이들은 모르고 하지만, 난 영화를 보고 아이들의 심리를 엿보는 수업을 한다. 동욱이는 영화를 보고 난 후, 가장 인상 깊은 주인공으로 영리한 통찰가인 악당 '신드롬'을 선택했다. 아이들은 무의식에 선택하지만, 영화 <인크레더블>에서 주인공 선택하기를 통해 아이들의 숨은 심리를 추측해 보기도 한다.
"내가 되고 싶은 것은 신드롬이다. 신드롬은 너무 머리가 좋기 때문이다. 악당이 지는 시나리오가 싫기 때문이다. 악당이 이기면 좋겠다. 망토만 안 입으면 이기는데 아깝다. 내가 신드롬이 되고 싶은 이유는 과학자이기 때문이다. 난 머리가 좋아지는 초능력이 가지고 싶다. 왜냐하면 내가 빠진 게 있으면, 바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동욱이가 쓴 글)
진단평가를 해보니 부진도 아니다. 희망이 있다. 아침부터 꾸벅꾸벅 조는 녀석에게 회심의 한 방을 날린다.
"동욱이는 천재야. 신드롬을 골랐으니 말이야. 아무도 악당을 고르진 않거든."
녀석 눈이 왕방울만 해진다. 걸려들었다. 이제 밀당의 시작이다.
"하지만 신은 공평해. 천재에겐 뭔가 한 가지를 빼놓으셨거든. 그게 뭔 줄 아니? 바로 게으름이야."
그러곤 협상에 들어간다.
"세상엔 천재들이 수도 없이 많아. 하지만 모두 자신의 게으름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보다 더 비참하게 살아가. 동욱이는 천재로 살아 보고 싶니?"
"네, 선생님. 어떻게 하면 되나요?"
쉬는 시간에 연구실로 데려와 과자 하나 먹였다. 이럴 땐 먹을 것으로 구슬리는 것이 최고다.
"수업시간에 졸지 않으면 된다. 밤에 일찍 자라."
동욱이는 수업시간에 최고의 학생으로 변신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한다. 물론 발표도 잘하고. 약발이 언제까지 갈지 모르겠지만, 이 녀석에게는 '천재 드립'으로 한동안 공략해야겠다.
5월이 다 지나도록 매번 같은 패딩을 입고 오는 동욱이에게 한마디 건다.
"동욱아, 그 패딩 이제 벗어도 되지 않을까?"
"아니에요. 이거 여름 것이에요."
동욱이가 자기가 입고 있는 패딩이 여름 것이라고 말한다. '옳다구나' 싶어 내기를 했다. 동욱이 말이 맞으면, 음료수와 빵 사 주기. 내 말이 맞으면 패딩 벗기.
페이스북에 올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 주려는 내 의도.
'요 녀석. 이제 내가 왜 대마왕인지 알게 될 것이다. 푸하하하.'
결과가 나올 다음 날이 기다려진다. 결론은? 동욱이 패딩 벗기기 내기에서 졌다. 진실을 말해 주리라 믿었던 페이스북 친구들이 동욱이 편을 들었다. 환호작약하는 동욱이. 어쩌랴? 약속은 약속이다. 출근길에 제과점에서 음료수와 빵을 사서 아침에 전달식을 했다. 매번 지각하던 동욱이는 그해 들어 가장 빨리 학교에 왔고, 패딩은 벗었다. 큼직한 밤식빵을 받은 동욱이는 아이들에게 선심을 쓴다. 한 가지 배운 것이 있다. 애들과 한 내기는 페이스북에 올리지 말아야겠다.(ㅋ~)
영화를 보고, 미술 수업을 하며 동욱이는 점점 변해 갔다. 심술궂은 얼굴도 펴지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방법을 터득해 갔다. 무엇보다 스스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자기가 생각해 봐도 올해 차쌤을 만난 건 정말 행운이래요. 인생을 바꿀 기회가 왔다고 스스로 말하더군요. 그걸 듣고 저도 놀랐어요."
동욱이 어머니와 상담에서 들은 내용은 참 놀라웠다. 동욱이는 스스로 변하려고 무척 노력하고 있었다. 4학년을 마치면서 동욱이가 쓴 글이다.
"내가 4학년을 끝내고 내 글을 하나씩 읽어 보니까 이렇게 글이 성장할지 몰랐다. 처음에는 잘 못 썼지만, 갈수록 글 쓰는 것이 쉬워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림을 그릴 때 못하는 것이랑 잘하는 것이랑 구별하였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림은 잘 그린 것, 못 그린 것이 없다. 그리고 4학년을 보내면서 아쉬웠다. 내일은 봄방학이다. 그런데도 아쉽다. 많은 것을 배워 간다. 4학년 동안 아주 즐거웠다."
귀염둥이(?) 동욱이와 1년을 보내며 느낀 것이 있다. 어른은 아이의 잘못을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싫어하는 것을 지도하는 것을 지도하는지도 모른다. 어른 자신이 싫어하는 것은 바로 어린 시절의 자기 모습일지 모른다. 동욱이를 지도하며 어린 시절 나를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다. 동욱이가 좋은 추억을 가지고 5학년에 올라갔듯 나 역시 어린 시절 나와 화해한 것 같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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